크랭크인 |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

▲ 영화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의 장면들.[사진=더스쿠프 포토]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은 아동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이를 증명하듯 수많은 창작자에게 영감을 주며 170여년 동안 영화ㆍ드라마ㆍ만화ㆍ발레 등 다양한 장르로 각색ㆍ변주돼 왔다. 2014년 1월에 개봉해 놀라운 신드롬을 일으키며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대표적인 예다.

전 세계를 사로잡아 온 ‘눈의 여왕’이 이번에는 한국적 정서와 아시아의 풍광을 담은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로 재탄생,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영화에는 주요 인물인 카이를 비롯해 ‘샤므이’, 눈의 여왕 ‘하탄’, ‘강의 정령’, ‘반디’, ‘포포’까지 개성만점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다. 원작의 이름을 그대로 차용한 카이는 눈의 여왕의 마법에 걸린 세상을 구하는 용감한 소년으로 영화를 이끈다.

눈의 여왕 하탄에게 사로잡혀 마음의 벽을 쌓은 채 비밀을 감춰버린 샤므이는 ‘샤먼(shamanㆍ샤머니즘에서 초자연적 존재와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자)’에서 탄생한, 한국적 정서를 담고 있는 캐릭터다. 매혹적으로 아름다운 외모로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는 눈의 여왕 ‘하탄’은 한없이 부드럽다가도 절대악의 모습을 드러내는 캐릭터로 출구 없는 매력을 선사한다. 그 밖에도 수십 번의 기획과 아이디어 스케치 끝에 탄생한 다양한 조연 캐릭터들이 상상 이상의 판타지 비주얼과 재미를 선사한다.

아름답고 웅장한 볼거리도 한가득이다. 영화의 출발점이었던 몽골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 온 듯한 광활하고 푸른 초원, 드넓게 펼쳐진 얼음 호수 등은 용감한 주인공 카이의 모험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준다. 뾰족하게 치솟은 얼음 성과 노을빛으로 물든 하늘,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은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담아낸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풀의 정령과 땅의 정령 등은 판타지 효과를 더한다.

이렇듯 매력적인 영화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은 ‘마리 이야기’ ‘천년여우 여우비’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이성강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마리 이야기’는 당시 세계 최고 권위의 애니메이션 영화제로 손꼽히는 ‘안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로 ‘장편 경쟁 부문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천년여우 여우비’는 특유의 서정적인 감성과 감각적인 비주얼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자존심으로 우뚝 선 감독이 전작에서도 돋보인 그만의 판타지적 요소와 한국적 정서를 담아 9년 만에 돌아왔다. 특히 이번 영화는 최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존경하는 이성강 감독과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며 제작을 맡아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아직 끝나지 않은 요즘. 영화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은 온 가족이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는 한국형 애니메이션으로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선사해 줄 귀한 선물 같은 영화다. 더불어 한국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며 웰메이드 애니메이션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손구혜 더스쿠프 문화전문기자 guhso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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