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 흔드는 포 소리에 노량이 울다
천지 흔드는 포 소리에 노량이 울다
  • 이남석 발행인 겸 대표
  • 호수 203
  • 승인 2016.08.19 0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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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이순신공세가 126

관음포라는 곳이 있다. 겉에선 ‘바다와 뚫린 곳’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막힌 만이었다. 노량에서 일본군과 치열한 해전海戰을 벌이던 이순신은 돌연 일본군의 꽁무니를 뒤쫓지 않았다. 그러면서 관음포로 가는 길을 열어줬다. 일종의 속임수였다. 관음포로 몰아넣어 전멸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던 거다.

천문을 보던 명나라 장수 진린은 깜짝 놀랐다. 큰 별이 바다에 떨어지는 걸 두 눈으로 봤기 때문이다. 진린은 곧장 이순신에게 서간을 보냈다. 조심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순신은 호탕하게 웃으며 “천수는 피하기 어렵다. 피하고자 하면 의외의 재앙이 닥치는 법이다”는 답서를 보냈다.

노량해전은 이렇게 암울한 기운과 함께 시작됐다. 이순신의 충의용략을 흠모한 명나라 장수 등자룡이 순신의 병선을 호위하기로 결심한 연유도 여기에 있었다.

등자룡은 진린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큰 배 3척을 몰고 노량목으로 항해 쳐들어갔다. “내 나이는 이미 70여세다. 죽더라도 아깝지 아니하니 순신 같은 영걸을 구원하여 천하의 으뜸가는 장수로 만드는 게 나의 바람이오.” 이 말을 들은 진린도 뒤를 이어 싸우러 나갔다.

노량목으로 밀려드는 적선은 300척도 넘었다. 진린은 통역관을 시켜 적진에 이와 같은 말을 전했다. “명나라 수군제독 진린이 황제의 명을 받아 여기에 있으니 너희는 물러가라.” 일본함대의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적장 송포진신은 “우리는 이순신의 함대와 싸우려는 것이니 너희 명나라 수군은 비켜서라”하고 반박하였다. 일본군의 이 대답은 진린을 격노케 하였다.

▲ 순신과 진린의 연합군은 조세와 풍세를 이용해 싸움을 준비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진린은 군사를 지휘하여 포문을 열어 싸움을 시작하였다. 진린의 진은 남해 쪽을 등지고, 적의 함대는 암목포와 곤양 쪽을 등지고 싸우게 되었다. 물때는 명군에 불리했다. 조수를 거슬러 싸워야 했기 때문이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명군은 물을 따라 퇴각하고, 일본군은 조수를 따라 압도적으로 진격하게 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서행장, 도진의홍의 함대가 노량목에 합세하자 진린의 형세는 더욱 나빠졌다. 이때 관음포 섬 그늘에 숨어 기다리고 있던 이순신의 주력함대가 일제히 돛을 달고 풍우같이 출동하여 일본군의 앞을 막고 천지현자 각양대포 등을 마구 쏘아댔다.

거북선 위력에 혼 빠진 일본군

이순신의 거북선 두척은 마치 물속에서 솟아오르는 괴물 모양으로 독한 연기와 뜨거운 불길을 토했다. 또한 좌충우돌하면서 800여척이나 되는 적선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닥치는 대로 적의 배를 당파했다.

거북선의 위력을 본 적이 없는 소서행장, 도진의홍의 군사들은 별안간에 나타난 괴물 같은 철갑선을 보고 크게 놀랐다. 한산도 등 각처의 싸움에서 거북선에 혼이 났던 종의지, 모리민부 등의 군사는 전날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인지 벌벌 떨었다.

거북선까지 출동한 노량 및 관음포 일대 해안은 하늘이나 바다나 모두 불빛이 되고 대포 소리, 조총 소리, 죽는 적군의 우는 소리에 강산이 동요하였다. 적은 벌써 200척 이상이나 상실하였다. 이순신의 병선은 앞을 다투어 돌진했다. 지금껏 역풍과 역조에서 싸우던 진린의 함대는 순신의 위력에 다시 힘을 얻어 순풍 순조를 타고 적군을 공격했다. 조세와 풍세의 유리함을 만난 순신과 진린의 연합군은 더욱 북을 울려 싸움을 재촉하였다. 새벽녘이 될 때에는 적선 800여척 중 300여척이나 부서지거나 불에 타버렸다.

순신의 군사는 400여급을 베고 진린의 군사도 220여급을 베었다. 그 밖에도 물에 빠져 죽고 불에 타서 적의 시체는 바다를 덮었다. 군사와 병선을 많이 잃은 소서행장은 묘도로 숨어 들어갔고, 결국 미조항 바깥 바다로 빠져나와 망망한 대해의 파도를 무릅쓰고 달아나 버렸다. 진린이 소서행장을 슬쩍 놓아준 탓이었다.

이때 순신의 거북선대는 화전을 끊임없이 발사하며 적선을 부수었다. 하지만 여전히 적의 총세는 400척이나 남아 있었고, 소서행장 등은 노량목을 넘어 달아나려 했다. 하지만 이순신이 누구인가. 이순신李純信 등에게 40~50척을 맡기고 일본군을 기다리게 했다. 한바탕 맹렬히 싸웠다. 앞이 막힌 적선은 뒤로 보이는 관음포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 관음포란 곳은 어구에서 보면 저쪽 바다로 통한 듯 하지만 사실은 뒤가 막혀 있었다. 적을 한척이라도 놓아 보내지 않겠다고 생각한 순신이 관음포 안쪽으로 일본군을 유인한 거였다. 적을 노량에서 추격하다가 뒤를 열어 주어 적으로 하여금 그 패잔한 함대를 몰고 이 병 속 같은 곳으로 들어오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소서행장 놓아준 진린의 중죄

날은 이미 새서 훤하게 밝아온다. 먼 곳에서 순신의 함대가 싸우는 것을 보던 진린은 전과를 올리지 못할 것 같아 불안해 했다. 함대를 몰고 관음포 포구로 돌아온 그는 순신의 함대를 보고 또 놀랐다. 언제 싸움이 있었나 하는 듯이 정숙하게 진용을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린은 순신을 보고 “적선은 다 어디 갔소?” 하였다. 순신은 바다를 가리켰다. 저 바다에 널리 깨진 배, 불타는 배, 모로 엎어져 누운 배, 그리고 물에 뜬 시체가 보였다. 그러면서 “나머지 적선 170여척은 이 포구 안으로 도망갔소”라면서 관음포 속을 가리켰다. 진린은 “왜 이곳으로 적선을 몰아넣었오. 이 포구는 저쪽 바다로 통하지 않소이까”라고 다그쳤다. 순신은 “이곳은 뒤가 막혀서 나갈 데가 배로는 없소”라면서 진린에게 “소서행장의 거취는 어찌 되었나요”라고 되물었다.

진린은 말을 못하고 주저하다가 순신을 속일 수 없어 말문을 열었다. “소서행장은 밤 동안에 순신의 병위를 무서워하여 묘도에 내려 바위 사이에 은신하여 있었소. 그러다가 위험한 파도를 무릅쓰고 소선 일척을 타고 빠져 달아났소.” 뇌물에 혼을 빼앗긴 진린이 소서행장을 사로잡지 않고 되레 놓아준 거였다.
이남석 더스쿠프 발행인 겸 대표 cvo@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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