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 진행 중인 소액주주들

▲ 은퇴 후 조금이라도 편한 노후를 보내려던 대우조선해양 소액주주들은 다시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다.[사진=뉴시스]
아들의 결혼자금을 만들기 위해 대우조선해양의 주식을 샀던 어머니는 가사도우미를 하고 있다. 은퇴 후 노후생활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보내려던 남편은 생계를 위해 새벽부터 버스 핸들을 잡는다. 우량기업으로 포장된 대우조선해양이 이런 소시민들에게 ‘배신의 칼날’을 날린 셈이다. 대우조선해양 소액주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을 둘러싸고 분식회계, 방만경영 등 비리 문제가 터졌다. 수조원에 이르는 적자가 드러났고, 주가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이 회사에 미래를 베팅한 소액주주들은 울분을 참다 못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현재까지 소송에 참여한 이들은 700여명, 피해금액은 대략 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추가소송이 이어지고 있어, 피해자와 피해금액이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소액주주 강경화(58)씨를 만난 이유다. 그는 현재 손실을 메우기 위해 가사도우미를 하고 있다.

✚ 대우조선해양의 주가 폭락으로 얼마만큼의 손해를 입었나.
“지난해 7월 대우조선해양의 주가가 1만3000원일 당시 3000주를 샀다. 이후 비리사건이 터지고 주가가 폭락하자 손이 벌벌 떨려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증권사에서 주가가 140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4000원일 때 2000주만 겨우 팔았다. 나머지 1000주는 거래가 정지된 상태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3900만원을 투자해 800만원 남았다. 함께 소송을 진행 중인 사람 중에는 2억원까지 손해 본 이도 있다.”

✚ 주가가 한참 떨어진 이후에 판 이유는 뭔가.
“주식을 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대우조선해양의 재정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몇몇 전문가의 의견이 나왔다. 이후 주가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해 걱정됐지만 새로 부임한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3분기부터 흑자전환 할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를 3만원까지 올려놓겠다’는 말을 믿고 기다렸다. 대우조선해양 IR팀에서도 ‘우리의 군함 만드는 기술은 기밀이라 외국에 팔지도 않고 망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안심하라고 말했다. 그런 말들에 깜빡 속아 넘어간 것이다.”

✚ 주주총회에 참가하는 등 기업 상태를 의심해볼 만한 기회는 없었나.
“내가 주식을 산 건 지난해 7월이었다. 주식을 사고 나서 주가가 폭락하기까지 1~2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주주총회는 참여할 틈도 없었다. 소송을 함께 진행 중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한달이 채 되지 않아 주가가 떨어져 피해를 본 사람들이다.”

✚ 산업은행에 직접 찾아갔다고 들었다
“다른 소액주주 8명과 함께 찾아갔다.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막상 찾아가니 만나주지 않았다. 경비들이 막아서고 언쟁이 심해져 경찰이 출동했지만 끝내 만날 수 없었다. 산업은행뿐만이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을 찾아가고 청와대에 탄원서를 넣고 방송국에도 제보했다.”

대우조선해양 소액주주 승소 가능할까

✚ 그래서 어떤 대답을 들었나.
“우리가 산업은행에 요구한 건 간단하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로서 비리를 밝혀내기 위해 무엇을 했고, 앞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알려달라는 거였다. 하지만 그들은 조사해볼테니 참고 기다려달라는 말만 거듭했다.”

✚ 소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1차 공판이 열렸다. 그때는 검찰에서 조사 중이니 기다려보자고 결론이 났다. 25일 2차 공판이 예정돼 있다.”

✚ 소송의 목적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피해금액을 되돌려받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지금까지의 판례를 보면 이런 상황에서 가장 많이 돌려받은 금액이 70%라고 한다. 우리도 50~70%까지 돌려받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집단소송은 결과가 좋았던 적이 별로 없는 듯하다.
“법무법인에서도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했다. 분위기가 좋은 쪽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200여명에 불과했던 소송인단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도 희망적인 부분이다. 분식회계나 비리 정황이 이렇게 확실한데 패소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터진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소송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지치지 않겠는가.
“지난해 일이 터졌을 땐 외롭고 쓸쓸하고 두려웠다. 피해금액 때문에 마음고생도 심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가짐이 좀 달라졌다. 우리나라의 어두운 면이 개선돼야 함을 절실히 느낀다. 그래서 소송이 길어져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다.”

✚ 요즘 생활은 어떤가.
“가사도우미 일을 하고 있다. 하루 10시간씩 일을 하며 6만원 버는 게 고작이다. 나뿐만이 아니다. 소액주주 중 상당수는 아파트 경비, 버스기사 등 생계에 다시 뛰어들었다. 은퇴 후 노후준비를 위해 투자한 돈이 모두 공중분해 됐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가정이 파탄나 이혼할 처지에 놓인 사람도 있고 자살을 기도한 이도 적지 않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어쩔 수 없이 적자가 난 것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다르지 않은가. 일부 사람들의 탐욕이 많은 이들의 희망을 앗아가버렸다. 그리고 지금도 그들 중 일부는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끝까지 파헤쳐야 하는 이유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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