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치솟는 개방형 건물

선큰(Sunken), 중정中庭, 판상版狀…. 요즘 뜨는 건물의 트렌드다. 완전히 다를 것 같은 이 세 용어의 공통점은 ‘개방’이다. 선큰형은 지하 진입부가 외부와 연결되는 방식이다. 중정형은 가운데 정원이 있는 듯한 ‘ㅁ’자 방식이고, 판상형은 ‘길게 늘어선’ 모양이다. 이를테면 ‘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문을 열어야 복이 들어온다)’를 적용한 현대판 설계라고 이해하면 쉬울 듯하다.

▲ 건설사들이 채광과 통풍이 뛰어난 특화 설계를 수익형 부동산 상품에 적용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인구 유입이 많은 1층 상가는 지하층이나 지상층에 비해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그런데 최근 ‘송파 푸르지오시티’ 오피스텔 단지 내 상가에 이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하 1층 상가의 수익률이 1층 상가보다 더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5억2630만원에 분양됐던 이 상가 지하 1층 점포(100㎡ㆍ약 30평)는 보증금 6000만원에 월 임대료 400만원을 받는다. 연간 임대 수익률이 10.3%에 달하는 셈이다. 이 점포에는 현재 프리미엄(웃돈)만 5000만~1억원까지 붙었다. 건물 내 최고 우량 상품으로 꼽혀 매입 희망자가 많음에도 상가 주인은 팔 생각이 없다는 후문이다.

반면 같은 상가 지상 1층 코너에 입점한 점포는 연 수익률이 4.3%에 그치고 있다. 분양가는 25억원으로 지하 상가보다 5배가량 비싸지만 월 임대료는 860만원(보증금 1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다른 1층 코너에 들어선 점포 역시 임대수익률이 5.5%로 지하층에 비해 수익률도 낮고 웃돈도 붙지 않았다.

두 상가의 명암을 가른 건 ‘개방성’이다. 이 지하상가는 선큰(Sunken) 설계 방식이 적용됐다. 선큰은 ‘가라앉다(Sink)’에서 나온 말로 지하 진입부가 외부와 연결돼 있는 곳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지하층은 습기가 차기 마련인데 선큰 설계를 적용하면 바람의 유입이 많아져 한결 쾌적한 공기를 누릴 수 있다. 또한 어두운 공간에 햇빛을 유도해 특별한 조명 없이도 밝은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선큰 설계 방식의 성공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수도권 최대 규모로 조성되는 스트리트몰 상가인 ‘동탄테크노밸리 애비뉴아33.1’이 그 주인공이다. 이 상가 지하층은 자연채광이 가능한 선큰형 설계를 적용해 지하층에도 쾌적함과 접근성을 극대화 했다. 이를 통해 유입인구가 편안하고 쾌적한 소비환경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지상 외부에서 선큰 지하상가로 바로 접근이 가능한 수직 동선을 구현해 투자자들에게 큰 관심을 얻고 있다.

개방감을 강조한 수익형 부동산은 선큰상가뿐만이 아니다. 중정형 설계 역시 개방감을 무기로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 설계는 전세난과 1~2인 가구의 급증으로 인기 상품이 된 오피스텔에 많이 적용되고 있다.

쾌적할수록 잘 팔려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인근에 공급된 ‘데시앙루브’ 오피스텔 단지 내 상가가 대표적이다. 이 상가는 오피스텔을 ‘ㅁ’자 형태로 배치해 건물 내부 중앙을 비웠다. 덕분에 내외부의 빛을 내부로 끌어들여 채광을 높일 수 있었다. 또한 바람길을 열어 통풍 역시 수월해졌다. 이 상가는 현재 100% 분양을 완료한 상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서울 마곡지구에서 공급한 ‘힐스테이트 에코 마곡역’은 ‘ㄷ’자 건물 배치로 중정형 설계를 적용했다. 이 오피스텔은 단기간에 완판됐다.

경기 위례신도시에서 분양한 ‘위례 우남역 아이파크’ 오피스텔은 원룸 구조의 소형임에도 일반 아파트의 천장고 2.3~2.4m 보다 높은 2.6m로 개방감을 높였다. 또한 설계 단계부터 채광과 통풍에 신경을 쓰면서 청약 접수 당시 평균 17.5대 1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오피스텔은 전용률이 낮아 환기 및 통풍이 떨어지는 것이 최대 단점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최근 공급되는 오피스텔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특화 설계를 적용하고 있다.

주택 시장에도 개방감이 중시되고 있다. ‘판상형 아파트’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판상형 아파트는 여러 가구가 열을 맞춰 길게 늘어선 ‘성냥갑 아파트’다. 1990년대까지 큰 인기를 끌었지만 2000년대 초반 화려한 외관의 탑상형에 밀려났다. 모양은 볼품없지만 이 아파트는 장점이 많다. 대부분 남쪽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햇볕이 잘 드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주택의 앞뒤가 뚫려 있어 맞통풍이 잘 된다.

최근 건설사들은 판상형의 장점을 극대화한 아파트를 공급해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같은 아파트 단지더라도 탑상형보다 판상형의 인기가 높은 곳이 부지기수다. 지난 4월 공급돼 전국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마린시티자이’가 대표적이다. 이 아파트의 84㎡(약 25평) 면적의 판상형 타입은 837대 1의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80㎡(약 24평) 면적의 탑상형 타입은 30가구 모집에 7378명이 청약하는 데 그쳤다.

남향 배치로 개방감 극대화

지난 5월 광명역세권에서 분양한 ‘광명역 태영데시앙’ 역시 판상형 아파트의 인기가 더 높았다. 1순위 청약 결과 판상형인 84m² 타입이 46.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반면 탑상형인 102㎡(약 30평) 타입은 4.02대 1로 가장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주택 시장에서 판상형 아파트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탑상형보다 판상형의 분양성적이 더 좋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한 개 동에 더 많은 가구를 지을 수 있는 탑상형 아파트가 수익성이 높지만, 판상형이 흥행에는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신도시나 택지지구 등에서 분양되는 대단지 아파트는 대부분의 가구를 판상형으로 배치하고 있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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