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해소책❷ 탁상공론, ‘풍선’만 한껏 부풀렸다
가계부채 해소책❷ 탁상공론, ‘풍선’만 한껏 부풀렸다
  • 강서구 기자
  • 호수 204
  • 승인 2016.08.23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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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정책 왜 실패했나

정부는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그사이 가계부채는 2012년 962조7900억원에서 1분기 1223조7000억원으로 260조원 가량 증가했다. 게다가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정부의 안일한 정책이 가계부채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올 1분기 가계부채 규모가 1223조7000억원을 기록했다.[사진=뉴시스]

가계부채가 한국경제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그렇게 많은 정책이 추진됐음에도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발표한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가계부채는 1223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1203조992억원 대비 20조6000억원 증가했다. 2013년 2분기 이후 11분기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1년 전인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125조4000억원이나 늘어났다.

최근 자료를 봐도 마찬가지다. 한은이 발표한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7월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673조7000억원으로 한달 사이 6조3000억원이 증가했다. 2010~2014년 7월 평균 증가액인 2조원보다 4조원 이상 많은 금액이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5월부터 전국으로 확대했지만 가계부채는 여전히 증가세를 띠고 있다.

‘가계부채는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다’면서 낙관론을 펴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뉘앙스가 다른 발언을 입에 담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국도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내놨지만 아직 가시화된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일부 조치는 시행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이 효과는 면밀히 지켜보는 중이다.”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자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등 가계부채 억제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시장은 의심의 눈초리를 접지 않고 있다. 가계부채의 증가세를 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제 전문가들은 역대 정부가 가계부채를 선제적으로 관리하지 못했다고 꼬집고 있다. MB정부 집권 시절인 2011년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돌파하자 곳곳에서 우려가 제기됐다. 골자는 대략 이랬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1.0%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었던 스페인(85.0%)과 비슷하고 그리스(61.0%)보다 높아 문제의 심각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정부는 번번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말로 시장의 우려를 잠재웠다. 부채상환 능력이 높은 중상위 소득계층의 가계부채가 전체 가계부채의 86.6%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주택담보대출의 주택담보비율(LTV)이 낮고, 가계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이 2배 이상(2011년 3월 기준 2.33배)이라는 점도 낙관론에 불을 지폈다. 2011년 6월 내놓은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의 내용도 은행의 고정금리ㆍ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 비중 확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서민금융 기반 강화 등의 정책도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꺾일 줄 모르는 가계부채 증가세

현 정부의 가계부채 정책은 되레 ‘백스텝’을 밟았다. ‘가계부채는 관리 가능하다’는 인식에서였는지 가계부채 증가세에 기름을 붓는 정책을 내놨다. 2014년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를 이유로 주택담보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한 것은 대표적 사례. 시민단체는 물론 국책 연구기관까지 나서 LTV와 DTI 상한 규제를 완화할 경우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정부는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문제는 시장의 경고가 현실이 됐다는 점이다. 박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LTV 구간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LTV가 60.0%를 초과하는 대출 잔액은 2014년 9월말 70조4000억원에서 올 3월말 133조6000억원으로 63조2000억원 늘었다.

▲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의 예상과 달리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지자 정부는 올해 2월 분할상환대출과 고정금리 대출 비중의 상향정책을 내놨다. 변동금리 또는 이자만 내고 있는 대출을 고정금리이면서 원금을 함께 갚는 대출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이었다. 그 결과, 지난 3월 ‘안심전환대출’이라는 정책금융 상품을 출시했다.

최근에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분할상환대출 비중의 올해와 내년 목표치를 각각 30.0%, 40.0%에서 40.0%와 45.0%로 상향조정했다. 고정금리 비중의 목표치도 37.5%(2016년), 40.0%(2017년)로 끌어올렸다. 고정금리 정책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부담을 낮추고 분할상환 방식으로 가계 빚의 체질을 개선하고 부채 증가 속도를 적정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 2월 수도권에서 먼저 시작한 ‘여심 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도 5월부터 전국으로 확대했다. 이는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돈을 빌리는 사람의 상환능력을 평가해 부실 대출을 사전에 막겠다는 정책이다. 대출 심사를 강화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가계부채 증가세는 꺾이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 7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액은 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0~2014년 평균 2조5000억원의 두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게다가 ‘여신 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전국적으로 확대된 5월(4조7000억원) 이후 6월(4조8000억원), 7월 3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대출 심사를 강화했지만 부채 증가세를 잡지 못했다는 얘기다.

가계부채에 기름 부은 부동산 정책

오히려 신용등급이 낮거나 소득이 적은 서민의 경우 금리가 높은 제2금융으로 밀려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만 현실이 됐다. 실제로 올 상반기 비은행금융기관의 여신 잔액은 671조6752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34조8909억원이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고치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특히 저축은행의 대출 잔액은 39조4743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0.9%(3조8905억원)나 급증했고 종합금융회사(11조8002억원)도 10.8%(1조1546억원) 늘었다. 시장은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자영업자나 저소득층이 비은행권으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경제학) 교수는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책에도 가계부채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정부의 정책이 돈을 빌리는 사람이 아닌 빌려주는 금융회사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가계부채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탁상공론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며 “저소득ㆍ저신용ㆍ다중채무자 등의 취약계층의 부채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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