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5人의 가계부채 해소전략

가계부채가 한국경제를 괴롭히고 있다. 문제는 이를 해소할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저금리 국면에선 빚의 경제가 열릴 수밖에 없어서다. 그렇다고 소득을 늘리기도 어렵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경제전문가 5인에게 가계부채 해소책을 물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저소득층을 살릴 방법을 먼저 강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가계소득이 증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사진=뉴시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집권 이후 기준금리를 6차례나 인하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1.25%. 지난해 3월 이후 18개월 연속 1%대 금리다. 이유는 하나다. 시장에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거다. 하지만 이 정책은 심각한 부작용을 노출할 수 있다. 저금리가 빚을 늘리는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경제를 살리겠다며 ‘큰 칼(금리인하)’를 집어든 박근혜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라는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지 못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에선 ‘소득주의 성장’을 꾀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큰 칼을 빼도 약발이 없으니, 이제 경제를 부활시킬 ‘무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거다. 대표적 방법론은 복지증대,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이다. 소득주의 성장론은 경제를 다시 살리는 데 특효약일 수 있지만 단점이 있다. 단기간에 경기를 살리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늘어난 소득이 시장에서 유통되는 데까진 제법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위기에 직면한 집권자들이 무기를 바꾸기보다는(소득주의 성장론) 큰 칼(금리인하)를 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우리가 그런 형국이다. 언급했듯 현 정부는 금리를 떨어뜨려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를테면 부채 주도 성장을 꾀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 가계가 빌린 돈으로 투자와 소비를 늘리겠다는 것이 현 정부의 계산인 셈이다. 하지만 이 전략은 부채가 임계점을 넘어서면 약발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돈을 빌려도 부채를 갚지 못한다면 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경제가 가계부채에 짓눌려 벼랑에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가계부채가 임계점을 넘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이후 계속된 저금리 정책으로 가계부채는 2012년 963조7944억원에서 지난해 1203조992억원으로 늘었다. 3년 사이 239억3000억원이 증가했다. 더 무서운 건 증가 속도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서 1100조원으로 늘어나는 데 17개월 걸렸지만 1200조원이 되는덴 7개월만 필요했다. ‘지금이라도 가계부채에 메스를 대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는 이유다. 불행 중 다행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면서 가계부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제스처를 취하던 정부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정부는 지난 19일 올 2월 이후 6개월 만에 가계부채 관리협의회 회의를 열었다.

그렇다면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할 방법은 무엇일까. 한편에선 금리인상을 주장한다. 금리를 올려 가계부채 증가세에 제동을 걸자는 거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이 방법에 동의하지 않았다. 김영한 성균관대(경제학) 교수는 “금리인상을 하면 대출증가를 막을 수 있겠지만 그것은 근시안적 정책이다”면서 “되레 시장에 큰 충격만 안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박완규 중앙대(경제학) 교수도 “대출은 막는다고 무조건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경제학) 교수는 부실 위험이 있는 저소득층의 부채를 탕감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정부는 가계부채 상환 능력은 매우 낮은 저소득·저신용·다중채무자의 신용채무는 탕감해주는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한다. 이는 가계부채 총규모를 줄이고 내수소비도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소득주의 성장 둘러싼 논박

박완규 교수의 주장도 전 교수의 주장과 맥이 맞닿아 있다. “학생·저소득층·자영업자 등 계층에 따른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 저소득층이 생활자금 때문에 대출을 하면 정부에서 사회보장 성격으로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 무너질 위기에 있는 저소득층의 가계부채를 탕감해주면 소득이 증가한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해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거다.

▲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좀 더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가계부채를 탕감하는 소극적 정책 대신 소득을 늘려주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소득의 재분배, 최저임금의 인상 등을 통해서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가계부채 문제는 소득이 늘어야 해결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정부는 애먼 곳에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 주도 성장만이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빚으로 빚을 갚으라고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소득이 늘어야 가계부채 문제를 풀 수 있다는 논리에는 공감하지만 쉽지 않은 대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부채가 늘어나는 만큼 소득이 늘면 문제가 없지만 그게 되지 않는 게 문제”라면서 말을 이었다. “가계소득을 늘리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가계부채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이런 이유로 가계부채에 취약한 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영한 교수는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는 정부의 경기활성화 정책부터 손을 봐야 한다”면서 “가계부채에 시달리는 저소득층을 위한 안전망을 만들지 않으면 한국경제의 뿌리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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