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 상권은 어디…

▲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공시지가를 기록한 곳은 서울 중구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 판매점이다.[사진=뉴시스]
부동산 업계는 상권을 ‘살아 움직이는 생물’에 비유한다. 상권의 수많은 흥망성쇠가 이를 증명한다. 우리나라 최고 상권으로 꼽히는 서울 명동을 보자. 한류 열풍에 힘입어 물밀듯이 밀려온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에 힘입어 10년 넘게 ‘가장 비싼 상권’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다. 하지만 이 자리를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진 예측하기 어렵다.

상권은 끊임없이 변한다. 절대 망하지 않을 것 같은 지역도 몰락하게 마련이다. 그런가 하면 무명의 장소인데도 인기 업종이 등장하면서 대세 상권으로 도약하는 경우도 많다. 상가 투자에 성공하려면 이런 변화의 흐름을 잘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 최고의 상권은 어디일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명동 상권을 꼽는다. 명동은 흔히 패션의 중심, 브랜드숍의 집합소, 20대 여성의 천국으로 불린다. 2000년 6월 명동역 4번 출구와 연결된 중앙로 초입에 ‘밀리오레’가 들어서고 주변 일대가 관광특구로 지정되면서 대한민국 최고 상권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루 유동인구는 150만명이 넘는다. 중국인, 일본인 등 다양한 외국인 관광객이 1순위로 찾는 글로벌 상권이다.

명동은 단순히 ‘최고 상권’이라는 상징성만 갖고 있는 게 아니다. 가격도 비싸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공시지가를 받는 땅이 바로 명동에 있다. 전국에서 개별 공시지가가 가장 높은 곳은 서울 중구 충무로1가의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부지다. 이 땅은 2004년부터 13년째 땅값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 8310만원. 이밖에 전국 공시지가 10위권은 모두 명동을 주소지로 하고 있다.

 
비싼 땅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임대료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상권은 미국 뉴욕 피프스 애비뉴. ㎡당 연평균 2만9822유로(약 3960만원) 수준이다. 명동의 평균 임대료는 7942유로(약 1001만원)로 8위다. 33㎡(약 10평) 규모 매장으로 환산하면 월 2752만원가량을 월세로 낸다는 얘기다. 

업계는 명동 상인들이 실제로 내는 임대료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입지가 좋은 33㎡ 규모 상가의 월평균 임대료는 7000만~8000만원 수준. 1억원에 육박하는 뉴욕 피프스 애비뉴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들이 인건비와 관리비용 등을 빼고 수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매출이 최소 3억5000만원을 넘어야 하는 이유다. 매출이 월 임대료의 5배를 넘지 못하면 자리를 뺏기기도 하는 전쟁터 같은 상권이다. 실제로 금싸라기 명동 땅을 차지하고 있는 업종은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화장품 매장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명동 상권이 ‘최고’의 자리에 머물 수는 없는 일이다. 명동 상권을 무섭게 위협하는 상권이 있다. 바로 강남역 상권이다. 이 상권은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100만명 이상이다. 추정 매출액만 하루 평균 200억원이 넘는다. 상권 내부로 연결되는 다양한 대중교통을 바탕으로 풍부한 배후수요도 갖췄다. 서울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강남구, 서초구가 바로 앞인데다 수도권 남부지역인 성남, 분당, 용인, 수원 등도 강남역 상권이 품고 있다.

명동 땅값 13년째 1위

덕분에 점포 임대료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강남대로변 1층 점포는 월세가 3.3㎡당 평균 100만~150만원, 최대 200만원까지 육박했다. 이는 서울시내 주요 상권의 평균 임대료가 30만~4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기존 상인들은 치솟는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해 계약 기간이 끝나면 이면도로변으로 밀려나는 상황이다. 이미 네이처리퍼블릭ㆍ자라ㆍ지오다노ㆍ르꼬끄 등 화장품ㆍ패션회사들이 강남대로 1층에 입성했다. 이들은 3.3㎡당 평균 월 150만원 안팎의 월세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섭게 성장하는 강남역 상권이 명동을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대료 수준은 이미 명동을 위협하고 있다. 강남대로 상가빌딩 매매가격이 3.3㎡당 최대 5억원대에 달한다. 강남역 인근 옛 뉴욕제과 빌딩 부지 670㎡가 1050억원에 팔렸으니 3.3㎡당 5억1700만원. 이는 명동과 맞먹는 수준이다. 성장 잠재력은 강남역 상권이 더 뛰어나다는 분석도 있다. 명동과 달리 강남역은 내국인을 중심으로 유동 인구가 형성돼 있는데다 아직 주변 지역 개발 여력이 충분해서다. 향후 판교 개발이 가속화하면 수요가 오히려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명동 상권을 위협하는 건 강남역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개발호재로 잠재력이 큰 여러 상권이 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합정동 상권이다. 합정동 상권은 한강과 바로 접해 있는데다 위로는 홍대상권이 자리잡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쪽으로는 상암지구, 동쪽으로는 용산, 남쪽으로는 여의도와 목동이 위치해 있어 교통여건도 우수하다.

무엇보다 합정재정비촉진지구를 개발하면서 탄생한 랜드마크 상업시설인 ‘메세나폴리스’의 흥행도 대세 상권의 탄생을 이끌었다. 경리단길로 유명한 이태원 상권 역시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빈다. 공덕동 일대, 용산역 주변도 주요 업무지역으로 부상하면서 최고 상권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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