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흙수저 직장인의 힘겨운 결혼준비

결혼은 인생에서 가장 큰 이벤트다. 결혼에 드는 직간접적인 비용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결혼 전前을 가계재무설계의 수립기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준규(36ㆍ가명)씨는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다. 흙수저지만 꾸준히 저축해 꽤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고민이 많다.

▲ 결혼 이후 가계의 재무상황은 결혼 전 준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소득이 많으면 안정적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현재의 생활이 풍요로운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연봉 수준이 높은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의 미래는 장밋빛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도 삼팔선(38세에 퇴직여부 선택),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다니면 도둑) 등의 어려움을 똑같이 겪기 때문이다.

대기업 연구원으로 일하는 김준규씨(36ㆍ가명)는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잘나가는 직장인이다. 월 소득은 500만원으로 풍족하다. 입사 이후 열심히 돈을 모아 재무 상황까지 양호하다. 김씨의 자산 현황은 일반적인 30대 중반의 직장인으로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다. 김씨는 초년생부터 월 소득의 절반을 꾸준히 저축했다. 그 결과, 36세의 나이에 2억2000만원의 예금을 보유하게 됐다.

게다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오피스텔 전세자금 9500만원도 본인의 힘으로 장만했다. 여기에 펀드ㆍ주식ㆍ연금까지 합하면 김씨의 자산은 3억2500만원에 달한다. 이처럼 돈 걱정 없을 것 같은 김씨에게 최근 고민이 생겼다. 내년 10월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다. 김씨의 재무목표는 결혼자금과 주택자금 마련이다. 장기 목표로는 은퇴자금이 있다. 젊은 나이에 은퇴를 걱정하는 게 이상할 수 있다. 하지만 짧게는 10년 이후에 회사를 떠날 수 있다는 불안을 늘 안고 사는 김씨에 노후 준비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시급한 문제다.

우선 김씨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김씨의 월 소득은 500만원, 소비성 지출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생활비로 월 100만원을 사용한다. 혼자 살다보니 대부분의 끼니는 외식으로 해결하고 있고 각종 세금도 생활비에서 충당하고 있다. 부모님 용돈으로 매월 30만원을 사용하고 있고 유류비와 교통비로 각각 25만원, 10만원을 소비한다. 이밖에도 문화생활비ㆍ비정기지출ㆍ통신비 등을 포함해 월 232만원을 지출한다. 잉여자금은 268만원이다.

언급했듯 현금성 자산으로는 10년 동안 예금과 적금으로 모은 2억2000만원과 오피스텔 전세자금 9500만원 등이 있다. 김씨의 재무상황은 매우 양호하다. 대부분의 가계가 부동산자산 대비 현금이 부족하지만 김씨는 현금성 자산이 풍부하다. 다만 소득에 비해 투자자산이 적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 이에 따라 김씨의 재무설계는 잉여자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결혼 전 가계 재무전략 세워야

당장 내년 10월 결혼을 앞두고 있어 결혼자금 마련이 시급하다. 현금성 자산이 풍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이 4억원을 넘어섰다는 것을 고려하면 안심할 수만은 없다. 여기에 결혼으로 발생하는 이사비용, 가구비용, 결혼식 준비비용, 신혼여행비에 임신과 출산에 필요한 자금도 준비하는 것도 부담이다. 실제로 결혼으로 빚을 떠안는 신혼부부는 허다하다. 특히 결혼 준비기간에 한껏 늘어난 소비 습관이 결혼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가계에 큰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결혼 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김씨의 현재 총 자산은 3억2500만원. 이 가운데 펀드와 주식투자에 묶여 있는 자산을 제외하면 3억1500만원이다. 이 자금은 신혼집 마련에 써야 하는 자금이라 당장 활용해선 안 된다. 이런 맥락에서 김씨가 결혼과 이사에 필요한 자금으로 생각하고 있는 2000만원을 재테크 수단(단기적금)으로 쓰는 게 좋다. 결혼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자금에 대비한 예비자금도 준비해야 한다.

이에 따라 김씨의 잉여자금 268만원 중 170만원을 1년 만기 단기적금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예비자금 마련을 위한 단기적금 50만원도 준비할 계획이다. 향후 주택마련을 위한 주택청약저축(2만원)에도 가입하기로 했다. 김씨가 투자한 적립식 펀드와 연금보험은 인출시 손해가 발생할 수 있어 그대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만기가 도래하거나 수익이 발생할 경우 자녀교육 자금의 용도로 활용할 계획이다. 여기에 자산 형성을 위해 중수익 투자 상품에 40만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1년 후 결혼이라는 이벤트가 끝나면 김씨의 재무설계는 재조정이 필요하다. 결혼으로 생활 패턴이 바뀔 수 있고 준비해야 할 자금의 성격도 달라질 공산이 커서다. 결혼 후 김씨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비상금 통장과 이번 재무설계에서 빠진 노후준비 자금 마련이다. 가계의 재무상황은 각종 이벤트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그 결과, 재무목적에 맞는 상품도 매번 달라진다. 이에 따라 가계의 경우 단기자금을 분기별로 재무 상황에 맞게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 결혼 이후의 재무적 질은 결혼 준비에 따라 달라진다. 결혼 전前을 가계 재무설계의 전략 수립기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건강한 재무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수석연구원 crimsonnunn@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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