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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폭탄 돌리기 계속해선 안 된다시늉뿐인 가계부채 대책
[205호] 2016년 08월 29일 (월) 08:29:21
양재찬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 박근혜 정부의 다섯 번째 가계부채 처방인 8ㆍ25 대책에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경기 위축을 우려한 나머지 실효성이 큰 핵심 대책을 빠뜨렸기 때문이다.[사진=뉴시스]
가계부채 폭탄이 급팽창하며 뇌관이 달궈진 것은 2년 전 이맘때부터다. 2014년 7월 박근혜 정부의 두번째 경제부총리로 취임한 최경환 현 새누리당 의원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 건전성을 지켜온 규제부터 걷어냈다. 부총리로 내정된 날 “한겨울에 여름 옷(규제) 입고 있으면 감기 걸려 죽는다”고 소신을 피력하더니만, 취임 보름만인 8월 1일자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했다.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부총리가 대놓고 부동산 경기 띄우기에 나서자 국토교통부도 신이 나 거들었다. 한달 뒤 9ㆍ1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재건축 가능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하고 안전진단 요건도 완화하는 등 재건축 관련 규제를 풀었다. 1ㆍ2순위로 나뉘어 있던 주택청약 자격을 1순위로 통합하고 기간도 단축했다. 주택업계의 오랜 숙원이던 분양가 상한제도 철폐했다.

최경환 부총리는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한국은행에도 금리인하를 압박했다. 난색을 표하던 한은이 그해 8월 2.5%에서 2.2 5%로 15개월만에 금리를 인하했다. 한은은 이후 올 6월까지 기준금리를 5차례 내려 역대 최저인 1.25%까지 낮췄다. 2년 전과 비교하면 기준금리가 반토막난 것이다.

   
 
이런 최경환 경제팀의 양적완화 정책의 메시지는 결국 ‘빚 내 집 사라’는 것이었다. 금리를 낮추면서 부동산담보 대출을 쉽게 해주고, 아파트 청약이 간편해진데다 분양권까지 팔 수 있자 분양시장이 과열되고 떴다방이 다시 등장했다. 과도한 전방위적 규제완화가 당초 의도한 주택시장 활력 회복 단계를 벗어나 주택 과잉공급과 투기적 불법전매를 부추겼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기준금리를 낮췄다지만 자금이 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주택담보대출이 폭증했다. 올 6월 말 현재 가계부채는 1257조3000억원. 지난 2분기에만 33조6000억원 불어났는데 이중 주택담보대출이 19조원으로 60%에 육박한다. 또 이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집단대출이 절반이다. 집단대출은 아파트를 분양할 때 돈을 빌리는 개인의 상환능력을 따지지 않고 중도금과 잔금을 빌려주는 것이다.

이런 지경이니 박근혜 정부 들어 다섯번째 가계부채 처방인 8ㆍ25 대책이 부동산 대책처럼 되고 말았다. 택지공급을 축소하고 중도금 대출 보증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그나마 LTVㆍDTI 규제 강화, 분양권 전매 제한, 청약 자격 강화, 집단대출 시 소득심사 강화 등 거론되던 실효성이 큰 핵심 대책은 모두 빠졌다. 가계부채 급증을 걱정한다면서도 부동산 경기 위축을 우려해 시늉만 하고 만 것이다.

가계부채는 그 규모, 증가 속도, 내용이 모두 문제다. 노무현 정부 말인 2007년 630조원이던 부채규모는 9년도 안 돼 두배로 불어났다. 올 경제성장률이 잘해야 2% 중반인데 가계부채 증가율은 10%를 넘볼 정도로 증가 속도가 무섭다. 지난 2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입돼 은행 대출이 까다로워지자 저축은행ㆍ새마을금고ㆍ단위농협ㆍ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 금융회사 대출이 급증했다.

부동산 정책은 독과 같다. 경기와 내수에 도움이 된다며 부양 일변도로 내달았다간 이내 시장이 과열돼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2017~2018년 아파트입주 예정물량은 1990년대 이후 최대인 70만 가구다. 어느새 미분양주택이 슬슬 늘어나면서 6만 가구에 이른다. 서울 강남 일부 지역에서 역전세난 조짐이 보인다. 여기에 미국이 연내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국내 금리도 오르면 정부 정책에 맞춰 빚 내 집을 산 가계들이 줄파산할 수 있다.

세상사 인과응보다. 부동산을 움직여 경기를 어찌 해보려다 성장률도 못 높인 채 후유증만 키웠으니 결자해지해야 마땅하다. LTVㆍDTI는 물론 전매 제한, 재당첨 금지 등 투기성 부동산 거래를 막고 시장의 과열을 진정시키는 정책을 선제적으로 취해야 할 것이다. 가계부채는 민간소비를 위축시키고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위험요인이다. 어정쩡한 대책으로 시간을 보내 가계부채 폭탄을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한겨울이 오기 전에 미리 옷을 바꿔 입자.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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