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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걸의 有口有言] 댁의 형제는 평안하십니까적자생존의 슬픈 경제학
[205호] 2016년 08월 30일 (화) 08:37:50
윤영걸 더스쿠프 부회장 yunyeong0909@thescoop.co.kr

▲ 부자일수록 형제간 갈등이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롯데그룹을 뒤흔든 ‘형제의 난’은 대표 사례다.[사진=뉴시스]
부자는 ‘동서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사람’을 가리킨다는 말이 있다. 경제학자 헨리 루이스 멩켄이 남긴 이 말은 단순한 유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여동생 남편의 소득이 자기 남편보다 많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취업할 확률이 20% 더 높다고 한다. 자매가 상대방에 비해 더 잘 살기 위해 경쟁을 벌인 탓에 적극적으로 돈벌이에 나선다는 분석이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자신이 느끼는 불행을 이웃효과(Neighbors Effect)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피를 나눈 형제나 가까운 친구, 이웃과 비교하며 자신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신神은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거쳐 적자생존適者生存 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가정은 매일매일 생존경쟁이 벌어지는 전쟁터이고, 형제자매들은 투쟁 속에서 자신의 성격을 만들어 간다. 대체로 맏이는 체제유지적인 성향을 보이지만, 둘째부터는 부모로 상징되는 기성가치에 맞서 개혁적이고 반항적인 성향을 보인다. 부모의 보살핌이라는 동일한 자원을 놓고 자기만의 지위를 확보하려는 형제간의 갈등은 문화와 역사를 이끌어온 엔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형제 사이는 남보다 더 쉽게 분노하고, 맺힌 응어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역설적이게도 부자일수록 형제간의 상실감과 박탈감은 더 강하게 느낀다. 자기 재산의 절대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다른 형제와 비교한 상대적인 액수가 중요한 탓이다. 부모가 살아계실 때보다 오히려 부모가 돌아가시고 나면 더욱 심해진다. 장례식장에서 큰 소리로 싸우고, 상속재산을 놓고 장기간 소송을 벌이는 형제가 적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형제간 싸움의 ‘끝판왕’은 효성그룹이 아닐까 싶다. 조석래 회장의 둘째 아들인 조현문 사장의 공격으로 시작된 효성판 ‘형제의 난’은 급기야 82세인 아버지의 실형선고(징역 3년 벌금 1365억원)까지 몰고 왔다. 형인 조현준 사장은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최고의 명문대학을 나온 엘리트 형제와 아버지 사이에 벌어지는 골육상쟁에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롯데그룹은 맏아들인 신동주씨가 먼저 총을 뺀 것 같지만, 원인 제공은 둘째 아들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에 있는 롯데그룹 계열사를 나누어 맡긴다는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의 방침에 반기를 들었다. 여기에 적극 협조한 인물이 신격호 회장 측근이었다가 신 회장 편으로 말을 갈아탄 고故 이인원 부회장이었다. 그가 돌연 자살을 택한 내밀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형제간 싸움 틈바구니에서 겪었을 심적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를 짐작할 뿐이다.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둘째 딸인 박근령씨가 겪었을 콤플렉스를 생각하면 가슴이 짠해진다. 그녀는 언니인 박근혜 대통령과 육영재단 소유권을 놓고 피튀기는 소송전을 벌인 끝에 패소했다. 결혼 6개월 만에 이혼하고, 14세 연하인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2번이나 개명을 할 정도로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고, 빚이 무려 8억원이라고 한다. 지난해 8월 일왕을 ‘천황폐하’라고 부르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의 입장을 대변한 것도 어쩌면 대통령 언니에 대한 억한 심정이 한몫했을 것이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9월 15일)가 눈앞에 다가왔다. 차례상에 올릴 곡식이나 과일 등이 익는 10월말에 양력 한가위를 쇠면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되련만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오랜 기간 내려온 풍속을 자의적으로 바꿔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추석을 양력으로 옮길 수 없다면 ‘형제 자매와 화해하는 날’로 생각을 바꾸어 보자. 형제는 상대적 박탈감과 우월감을 동시에 주고받는 질기고도 묘한 관계다. 사소한 일이나 무심코 던진 한마디 말이 평생 상처로 남는다. 상처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고 암 덩어리처럼 증식을 거듭하며 평생 우리를 괴롭힌다.

마틴 루터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 졸도할 뻔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면 훨씬 인생이 자유로워진다. 우선 자신부터 알고, 그다음 ‘가깝고도 먼’ 형제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올 추석은 탕자로 돌아온 자식을 반기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돌아가 소원해진 형제 자매에게 손을 내밀어 보면 어떨까. 형제는 전생에 원수였던 사이인데 신이 잘 지내라고 한 번 더 기회를 준 것이라고 한다.  
윤영걸 더스쿠프 부회장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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