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료 업계 왜 주춤하나

▲ 히트상품이 출시되면 곧바로 미투상품이 쏟아져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사진=뉴시스]
지난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모 브랜드 관계자는 자사 제품의 인기를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렇게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끌줄은 몰랐다는 거다. 그래서일까. 뜨거웠던 지난해에 비해 올 상반기 음식료 업계 실적이 영 기대에 못 미친다.

“미래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기대 이하의 실적을 기록한 음식료 업계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둔화되고 있는 매출 성장률, 과도한 경쟁, 이로 인한 마케팅비 상승 등 지금 당장 고민해야 할 문제가 많은 게 사실이지만 미래를 내다봐야 할 때라는 거다.

지난해 음식료 업계는 농심의 ‘짜왕’, 롯데칠성의 ‘순하리’ 등 히트상품이 러시를 이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기세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되레 미투상품의 난립으로 경쟁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양일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히트상품은 광고나 판촉이 없어도 판매가 양호한 시점에서는 수익성이 상승하지만 이후 경쟁사들이 유사 제품을 출시하면 히트상품의 수익성도 기존 수준으로 하락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의견을 보탰다. “히트상품’은 지난해 새로운 성장테마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견고한 실적으로 자리를 잡는 데에는 실패했다. 오히려 미투상품 출현으로 경쟁력만 심화됐다.

실제로 2분기 주요 음식료 업체들의 실적은 몇몇을 제외하곤 실망 그 자체였다. 농심과 오리온이 특히 그랬다. 농심은 지난해 ‘짜왕’의 인기에 힘입어 2분기에 매출액 5295억원, 영업이익 24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인기는 1년 만에 식어버렸다. 올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4%, 48.7% 떨어졌다. 어떻게든 기세를 이어가고 싶었던 농심이 마케팅 비용을 33.0%가 높인 결과다.

농심뿐만이 아니다. ‘초코파이 바나나’로 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오리온도 5126억원이던 2분기 매출액이 4962억원으로 줄었다. 감소폭(-3.2%)이 크진 않지만 역시 영업이익률이 문제다. 오리온도 농심과 마찬가지로 마케팅 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28.8% 증가하며 영업이익률이 41.3%나 떨어졌다.

반면 마케팅비를 아낀 업체는 실적이 좋았다. 건강식품업체인 대상은 6468억원이던 지난해 2분기 매출액이 올 2분기 7106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42억원에서 330억원으로 증가했다. 대상이 9.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데는 전년 동기 대비 11.9% 감소한 마케팅비가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경쟁구도가 심해지자 설 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은 업체는 이로 인해 영업이익률이 감소했고, 여기서 절약한 업체는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 거다.

히트상품이 대거 등장하고, 가격 인상마저 단행한 음식료 업계가 실적 부진에 빠진 데에는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마케팅 비용 상승이란 분명한 이유가 존재한다. 게다가 과거에는 동종업계에서만 경쟁하면 됐지만 이제는 대형 유통업체들과도 싸워야 한다. 대형 유통망을 가진 유통업체들이 속속 자체브랜드(Private BrandㆍPB)를 내놓으면서 그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된 거다. 대형마트는 물론 편의점까지 경쟁구도에 가세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음식료 시장이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로 접어든 만큼 중장기적으로 성장성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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