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 솎아내니 땅값이 들썩들썩
고철 솎아내니 땅값이 들썩들썩
  •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 호수 205
  • 승인 2016.09.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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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의 경제학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버려진 철길 위에 공원이 들어섰다. 길 옆으로 주택을 개조한 작은 가게와 식당, 카페들이 하나 둘 생기면서 사람이 몰렸다. 그러자 인근 부동산 시장이 들썩였다. 고가도로가 철거된 상권도 마찬가지다. 그늘이 사라지자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변했다. 부동산 시장의 ‘철거 경제학’이다.

▲ 경의선 숲길 연남동 구간이 '연트럴파크'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큰 인기를 모으면서 인근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철길의 변신 = 철도가 우리나라에 처음 개설된 건 1899년 9월 18일. 서울 노량진(가정거장)~인천 제물포 구간에서 기차가 첫 기적을 울렸다. 이후 100년이 넘는 세월 우리나라 철길은 전국으로 뻗었다. 도심과 항구, 산골마을을 거미줄처럼 줄줄이 연결했다. 하지만 산업이 발달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일부 노선이 폐선됐다. 도심의 철길은 교통체증ㆍ소음을 유발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면서 철거 대상 1순위로 꼽히면서다. 주변의 부동산들 역시 대체로 시세가 낮았다.

폐선된 철길터는 과거엔 택지로 개발됐다. 하지만 요즘 추세는 다르다. 관광자원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철길 부지를 ‘추억의 기찻길’로 다시 꾸미면서 관광객이 몰리는 인기 여행지로 떠올랐다. 이미 지방의 철길터들은 레일바이크, 자전거길 등 레저용 관광자원으로 새단장해 인기 여행코스로 자리 잡고 있었다. 서울 도심 옛 철길 부지에는 산책로와 휴식공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경의선 숲길로 변경된 연남동 일대다. 경의선 철도가 지하로 내려가면서 철도시설공단이 내놓은 지상 토지에 서울시가 지난 6월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숲길을 꾸몄다. 이곳은 이제 홍대상권 중에서도 가장 인기 높은 주거 및 상업지가 됐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비슷하다고 해서 ‘연트럴파크’라는 별명도 붙었다.

덕분에 인근 골목 주택들은 하나둘씩 상가 건물로 탈바꿈하고 있다. 바로 옆 번잡한 홍대 상권에서 벗어나 도심 속 여유를 즐기려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어서다. 자연스레 남아 있는 단독주택의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최근 경의선 숲길 도로변에 위치한 전용 132㎡(약 40평) 규모 다가구주택의 경우 3.3㎡당 7500만원선에 거래됐다. 지난해 5월 말 숲길이 조성되기 전만 해도 비슷한 위치 건물의 매매가격은 3.3㎡당 4000만~5000만원에 불과했다.

상가의 임대료와 권리금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지난해 5월 말 연남동 상권의 전용 33㎡ 규모 1층 상가 임대료는 권리금 없이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5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보증금 4000만~6000만원에 월세 250만원 이상은 줘야 한다. 9000만원 수준의 권리금도 붙었다.

‘연트럴파크’가 뜨는 이유

공릉동 일대 경춘선 폐철길 역시 공원화 사업을 통해 1.9㎞ 구간(공덕제2철도건널목~육사삼거리)이 숲길로 변신했다. 기차가 다닐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철도길 주변 주거시설의 시세도 올랐다. 같은 맥락에서 투자자들은 부산의 동해남부선 폐철길 부지 인근을 주목하고 있다. 부산시는 2013년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폐선부지 21.5㎞를 무상 사용하는 협약을 체결한 이후 해당 부지를 공원으로 꾸미고 있다.

■ 고가도로 철거 = 고가도로 역시 1960~1970년대 산업화 바람과 함께 도심 곳곳에 설치됐다. 당시 고가도로는 ‘경제 성장’의 상징이었다. 자동차 수요 급증과 도로 건설 기술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고가도로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낡고 부식돼 안전에 문제가 생기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도시 미관을 해치고 대기 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으로도 몰렸다.

게다가 고가도로가 없어도 교통 흐름에 문제가 안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라 나왔다. 결국 지난 40~50년간 우리 눈을 가려온 도심 속 고가도로가 하나 둘 철거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주변 건물이 새 단장에 나서면서 침체됐던 상권에 생기가 돌고 있다.

낡은 고가도로가 철거되면 인근 부동산 가격은 예외 없이 상승세를 나타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아현 고가도로가 철거된 후 서대문구 북아현동과 마포구 아현동 일대 집값이 상승했다. 불법 주차 차량이 즐비했던 고가 밑으로 8차선대로가 뚫리고 버스전용차로가 개통되자 상가는 물론 인근 아파트 시세도 크게 뛰어올랐다.

2008년 철거된 광희고가도로와 2012년 사라진 홍제고가도로 주변의 상권도 부활했다. 광희고가도로는 철거 이후 도시 미관 개선과 함께 주차 문제가 해결되면서 주변 상가의 임대료와 매매가격이 모두 2배가량 올랐다. 인근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3.3㎡당 3000만~4000만원이던 매매가는 철거 이후 6000만~7000만원으로 뛰었다. 홍제고가도로 인근의 유진상가 주변도 고가도로에 가린 그늘이 사라지면서 경관이 개선되고 유동인구도 늘어났다. 상가 권리금과 임대료가 모두 올랐는데 상가 권리금은 평균 2000만원, 월세는 평균 50 만 ~60만원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로 드러난 아현역 일대

고가도로 철거는 주택 가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2009년 한강대교 북단 고가도로가 사라지면서 한강 조망권이 확보된 ‘한강로 대우트럼프월드Ⅲ’는 집값이 껑충 뛰었다. 회현고가도로가 철거된 뒤 인근 회현동 미분양 주상복합 아파트였던 ‘롯데캐슬 아이리스’와 ‘리더스뷰 남산’ ‘남산플레티넘’ 등의 계약률이 빠르게 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옛 아현고가도로와 가까운 북아현뉴타운 일대에서는 신규 분양도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경기 회복 바람을 타고 로열층 입주가 확정된 조합원 분양권에는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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