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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선거의 해, ‘정치 예산’ 걷어내라예산 400조, 국가채무 40% 시대
[206호] 2016년 09월 05일 (월) 05:44:49
양재찬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 정부의 2017년 예산안이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예산안을 국회가 제대로 심의할지는 의문이다.[사진=뉴시스]
내년은 대통령선거의 해다. 권력을 놓기 싫은 정권은 다분히 선거를 의식한다.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 이를 바탕으로 짜는 예산안도 집권 여당에 유리하게 이끌고 싶은 유혹에 빠져든다. 정기국회 개회 다음날인 9월 2일 제출된 새해 예산안이 주목을 끄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 5년차 2017년 예산안은 역대 최대다. 총지출이 400조7000억원으로 올해 예산보다 3.7% 많다. 세계경제가 저성장 국면을 탈피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부는 올해 대비 2.7~3.0% 범위에서 늘리려고 했다. 그런데 당정협의를 거치면서 낙관적 전망이 힘을 받아 400조원을 돌파했다.

정부 지출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200조원,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300조원을 넘어섰다. 그리고 다시 6년 만에 100조원 더 불어났다. 조세 수입이 지출을 뒷받침해 준다면야 누가 뭐랄까. 내년 정부 수입이 지출보다 적어 28조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그 결과 나랏빚은 683조원으로 불어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이 40.4%로 높아진다.

경제규모 대비 국가채무 비중이 사상 처음 40%를 넘어서게 된다. 2012년 33.3%였던 것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본예산으로 부족해 추경을 연례행사처럼 편성하며 국채를 찍어낸 결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15.2%)보다 낮다고 안심할 처지가 못 된다. 선진국들이야 내수 규모가 큰데다 국채를 발행해도 자체 소화가 가능하다. 내수시장이 적고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 형편에 나랏빚 관리를 소홀히 했다간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

   
예산 편성의 질이 악화된 점도 걱정을 더한다. 성장동력을 강화하고 경제활력을 높일 분야의 투자가 줄어든다. 2%대를 맴도는 경제성장률을 3~4%대로 회복시켜야 일자리도, 가계소득도 늘어날 텐데 산업ㆍ중소기업ㆍ에너지 예산은 15조9000억원으로 올해보다 2.0% 줄어들 판이다.

이와 달리 보건ㆍ노동을 포함한 복지 예산은 130조원, 나라살림의 32.4%로 가장 많다. 그러면서도 아이들 보육 서비스를 지원하는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정부여당과 야당의 갈등은 여전하다.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복지 지출이 많은데도 복지 서비스 관련 갈등이 커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급격한 고령화로 복지 지출이 계속 늘어나는데도 전임 이명박 정부는 감세정책을 폈고,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라는 정책 기조를 고집해서다.

빠듯한 나라살림에도 증가율이 고공행진인 데도 있다. 국방 예산이 40조3000억원으로 올해보다 4.0% 늘어난다. 남북관계 경색과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라지만, 경쟁국보다 국방비 비중이 높은 판에 증가율까지 높아지면 그만큼 다른 분야에서 압박을 받는다.

내년 공무원 봉급 인상률을 올해(3.0%)보다 높은 3.5%로 책정한 것도 눈에 띈다. 정부는 공직사회 사기 진작 차원이라지만, 대선 때 공무원 가족의 표를 얻겠다는 계산을 한 것은 아닌지. 그나저나 400조원이 넘는 슈퍼 예산안을 국회가 제대로 심의할까.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사업, 먼저 당겨와 쓰고 보자는 식의 방만한 예산사업, 정부야 ‘이색사업’이라고 홍보하지만 그리 긴요하지 않은 사업을 가려낼까. 과거 국회는 정쟁을 일삼다 걸핏하면 법정시한을 넘겼고, 졸속 부실심사에 여야간 지역구 예산 나눠먹고 끼워넣기 등 정치 흥정을 일삼았다.

더구나 20대 국회는 정기국회 개회 첫날부터 파행으로 얼룩졌다. 청와대 민정수석 퇴진과 정부의 일방적인 사드배치 결정을 비판한 국회의장 개회사를 놓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중립 위반이라며 의사일정을 보이콧해 추경안 처리가 지연됐다. 새누리당은 이에 앞서 장관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거부했다.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야당 의원들만 참석해 누리과정에 쓴 지방채 상환 지원 예산을 추경안에 포함해 통과시킨 데 반발하면서. 이 자리에서 “닥치세요” “멍텅구리” 등 막말이 쏟아졌는데 예산안도 이런 식으로 심의할까 두렵다.

추석 차례와 성묘 길에 만나는 일가친지들, 4ㆍ13 총선 이후 여야가 합창하던 협치協治는 온데간데없고 당리당략을 노골화하는 20대 국회를 보고 무슨 대화를 나눌까. 선거 때면 국민만 바라보며 가겠다고 다짐하지만, 이내 민생과 겉도는 현실 정치에 유권자는 또 절망한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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