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처가살이 공무원의 재무설계

▲ 경제적인 이유로 처가살이를 하는 신혼부부가 증가하고 있다.[사진=아이클릭아트]

‘처가살이’를 하는 신혼부부가 증가하고 있다. 주택 마련 부담을 줄일 수 있는데다 육아 문제도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겉보리 서말만 있어도 처가살이 안 한다’는 속담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처가살이를 하고 있는 이명준(가명ㆍ34)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무능한 남자나 하는 일이라고 여겨지던 ‘처가살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육아, 내집 마련 부담, 생활비 절감 등 다양한 이유로 처가살이를 선택한 신혼부부가 늘고 있어서다. 통계청의 ‘2010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처가살이를 하는 남성은 1990년 1만8088명에서 2010년 5만3675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여성의 경우, 눈치를 봐야 하는 시댁보다는 처가살이가 더 편한 게 사실이다.

이런 변화는 젊은층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한 구직사이트가 남자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64.1%가 ‘처가살이를 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겉보리 서말만 있어도 처가살이 안 한다’는 속담이 이제 옛말이 됐다는 얘기다. 대구에 살고 있는 이명준(가명ㆍ34)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경찰관인 이씨는 처가살이를 하고 있다. 아직 결혼 전이지만 아내의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친정 부모가 노후를 대비해 마련한 작은 빌라에서 지내고 있다.

문제는 이씨가 전근을 가면서 생겼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인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이사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육교사로 일하던 아내는 임신과 결혼 준비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둬 소득도 크게 줄어들었다. 우선 이씨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이씨의 월 급여는 220만원이다. 이씨 부부의 지출 항목은 많지 않다. 소비성 지출로는 통신비로 매월 14만원을 사용한다. 여기에 교통비 15만원, 각종 세금 9만원, 생활비로 110만원을 사용한다.

비소비성 지출로는 건강보험료 6만원, 중기적금(3년 만기) 30만원, 출산과 육아에 대비한 단기적금(1년 만기) 45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여기에 지인에게 연이율 5%로 빌린 700만원의 원리금으로 매월 42만원을 갚고 있다. 그 결과, 이씨 부부는 한달에 51만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다행히 아내가 실업급여(5개월ㆍ월 120만원)를 받을 수 있어 당분간은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아내의 실업급여가 끝나면 다시 가계재무 상황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당장 전셋집을 얻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이씨의 고민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이씨 부부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지출 규모를 줄이는 것이다. 우선 생활비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외식과 문화생활 부문을 조금씩 줄이기로 결정했다. 소득이 감소한 상황에서 결혼 이전의 소비 습관을 유지하는 건 가계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생활비를 110만원에서 90만원으로 줄였다. 당장은 생활이 힘들겠지만 필수 소비를 줄인 게 아니라서 3개월 정도의 적응기가 지나면 줄어든 생활비로 충분히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매월 42만원씩 소비하는 부채상환금을 줄여야 한다. 아이가 생기고 집을 얻을 경우 월 고정지출은 더욱 증가해 가계에 부담을 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경찰공무원이란 직업적 특성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씨는 경찰공무원 대출상품인 ‘참수리대출’을 이용하기로 했다. 참수리대출은 경찰 임용 3개월 이후부터 이용할 수 있는 대출로 연봉의 200%까지 돈을 빌릴 수 있다. 게다가 공무원이라는 안정된 신분의 영향으로 시중 금리보다 낮은 금리가 적용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씨는 참수리대출을 활용해 연봉의 200%가량인 4000만원을 연 이율 2.26%로 빌릴 예정이다. 이렇게 하면 지인에게 빌린 돈을 한번에 갚을 수 있는데다 매월 갚아야 하는 이자도 7만5300원가량으로 대폭 줄어든다.

소비습관 낮추고 이자부담 줄여야

이씨는 매월 75만원의 자금을 저축에 사용하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모든 저축이 단기목적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출산과 아이 돌잔치 등의 이벤트가 있어 당장 단기적금을 장기 형태로 바꾸는 건 무리가 따른다. 이에 따라 출산과 육아를 위해 매월 45만원씩 준비하고 있는 1년 만기 적금은 30만원으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대신 3년 만기 적금을 해지해 비상금통장과 장기목적 자금 마련을 위한 저축(매월 20만원)에 나서기로 했다. 그리고 2만원은 주택청약저축에 가입하고 비상금마련을 위한 저축 10만원 등으로 세분화해 준비하기로 했다.

또한 현재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는 이씨의 아내의 실업급여는 혹시 모를 지출을 위해 비상금 통장에 모으기로 결정했다. 이런 재무조정 과정을 거치면 매월 51만원의 적자를 보던 이씨 가계는 매월 6만4700원의 흑자를 보는 가계로 탈바꿈하게 된다. 물론 이씨의 모든 재무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집 문제다. 하지만 이씨는 내집 마련을 당장 서두르지는 않기로 했다. 우선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에서 출퇴근을 하다가 저렴한 빌라 전세 매물이 나오면 그때 이사를 할 예정이다. 전세자금은 지인대출을 갚고 남은 참수리 대출과 전세자금 대출을 이용할 계획이다. 자녀가 태어난 이후에는 공무원 아파트 청약에 나설 생각도 갖고 있다.

이씨 부부는 아내가 복직하기로 계획한 2018년부터 내집 장만을 위한 본격적인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씨 부부의 장점은 남편의 직업이 공무원이라는 특성상 노후 준비의 부담이 비교적 크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살고 있어 주거비 부담이 다른 지역에 비해 크지 않다. 이에 따라 처가살이를 할 수 있는 2~3년간 내집 마련을 위한 자금을 최대한 마련해야 한다.
천세이 한국경제교육원 책임연구원 Sayi_8901@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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