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문가 6人에게 물었다

▲ 투자는 타이밍이다. 불황기에 공격적 베팅은 독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 2015년 3분기. 0%대를 맴돌던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2%를 찍었다. 시장은 ‘경기가 마침내 바닥을 쳤다’며 축포를 터뜨렸지만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는 금세 냉랭해졌다. 곧바로 다음 분기에 0%대로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반전 스토리도 없었다. 올 2분기 GDP 성장률은 0.8%에 머물렀다. 한국경제를 뒤덮은 불황, 생각보다 무섭고 질기다.

# GDP만이 아니다. 산업의 상황도 신통치 않다.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7월 전 산업생산지수는 6월 대비 0.1% 감소했다. 5월과 6월 각각 2.0%, 0.6% 증가했지만 3개월 만에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제품을 쏟아내도 모자랄 공장들은 되레 힘을 잃고 있다. 7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3.8%에 그쳤는데, 7월 기준으로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재고는 더 심각하다. 7월 제조업 재고지수는 130.0%(2010년=100 기준)를 훌쩍 넘어섰다. 공장은 멈춰가는데, 털어내야 할 제품이 수두룩하다는 얘기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이다.

# 이런 상황에서 소비가 살고 투자 분위기가 감돌면 그마나 다행이지만 ‘봄꿈’ 같은 얘기다. 7월 소매판매는 2014년 9월(-3.7%ㆍ전월 대비) 이후 가장 큰 폭(-2.6%)으로 떨어졌다. 기업의 7월 설비투자 감소폭은 충격적이다. 꼭 1년 만에 12.3%포인트(2015년 7월 1.1%)나 빠진 -11.6%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는 이렇게 꼬집었다. “우리나라의 경제지표 중 양호한 것을 찾는 게 정말 쉽지 않다. GDP 성장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가뜩이나 낮은 수준인 산업설비 가동률은 더 떨어졌다. 제조업 재고율이 고점인 것도 문제다. 소비와 투자가 말라버린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불황이 ‘출구出口’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생산도, 소비도, 투자도 꽁꽁 얼어붙었다. 경기 전망도 밝지 않다. ‘2016년에도 상고하저上高下低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을 아프게 관통한다. 더 걱정스러운 건 ‘심리’다. 경기가 침체하면 사람이든 기업이든 소비ㆍ투자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어서다. 당연히 실물시장엔 더 찬바람이 불고, 투자시장엔 더 돈이 돌지 않는다.

문제는 불황이 깊어질수록 ‘위축된 심리’를 들쑤시는 변수가 많아진다는 점이다. 잡소문雜所聞이나 잡설雜說도 기승을 부릴 게 뻔하다. 대개 이런 식이다. ‘옆집 아저씨가 ○○종목에 투자했는데, 몇억원을 벌었다’ ‘이웃사촌이 상가에 베팅해 수억원을 벌었다’ ‘여기에 투자하면 은행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 경기침체기에 ‘투자 실패’라는 쓴맛을 보는 개미들이 속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체 어찌해야 할까. 투자 컨설턴트들은 “탐욕과 절박함부터 버리라”고 조언한다. ‘남들보다 더 많이 벌겠다’는 탐욕이, ‘손실을 반드시 만회하겠다’는 절박함이 매서운 부메랑으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는 거다. 윤완식 프라이빗 재무컨설팅 대표는 “지금 같은 불황 국면에선 최선책을 찾기보다 최악의 선택을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조언했다.

찰스 P. 킨들버거 전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금융위기의 역사를 ‘광기(Manias), 패닉(Panics), 붕괴(Crashes)’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탐욕과 절박함, 패닉, 그다음은 파산이다.
이윤찬ㆍ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chan487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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