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익 화백 회고전

▲ ❶ 일민미술관 2전시실. ❷ ‘평면 오브제’, 천 위에 에어브러시. ❸ ‘무제’, 캔버스에 아크릴. ❹ ‘절망의 완수’, 캔버스에 혼합재료.[사진=일민미술관 제공]
“질곡의 한국 현대사를 미술가로서 표현하기 위해 고뇌한 흔적이 엿보인다.” 김용익 화백의 회고전을 준비한 일민미술관 함영준 책임큐레이터의 말이다. 지난 1일부터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용익 화백의 이번 전시는 일민미술관 1ㆍ2ㆍ3 전시실을 모두 사용하는 대규모 전시다. ‘가까이…더 가까이…’라는 타이틀로 김 화백이 처음 작업을 시작했던 1970년대부터 2015년까지 약 40년간의 작업 결과물이 모두 공개된다. 대형 회화ㆍ설치 작품ㆍ글 등 총 100여점이다.

김용익 화백은 단색화와 민중미술, 대안공간 운동과 공공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온 미술가다. 1970년대 작품들은 천의 주름과 주름 사이에 그림을 그려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평면 오브제’가 주를 이룬다. 이런 작품 활동으로 그는 당대의 모더니즘 계열의 막내 작가로서 유명 전시회에 초대됐다. 1975년엔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 출품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1980년엔 돌연 작업 방식을 바꿨다. 판지와 MDF(중질 섬유판)를 이용해 실재와 환영 사이의 간극을 나타내는 작업을 10년 동안 선보였다. 전성기는 1990년대였다. 그 시기 김 화백은 캔버스에 같은 크기의 원이 리듬 있게 배치된 ‘땡땡이 작업’을 즐겼다. 작가의 얼룩지고 삭은 세월의 흔적을 드러낸 ‘절망의 완수’ 시리즈는 2000년대까지 작업했다.

이번 전시에선 김 화백의 신작인 ‘원 왕생’ ‘지장보살-1’ 등 관 시리즈도 공개된다. 관 시리즈는 그동안의 본인 작품을 관에 봉인하고 장례를 치르는 등의 행위에 집중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여정을 반성하고 정리한다. 함영준 책임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한 미술가의 작품세계에 집중하기보단 역사와 사회의 관계 속에서 미술이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느껴보면 좋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시간 순서대로 나열해 작가가 자신과 미술, 이를 둘러싼 사회의 변화에 어떻게 반응해왔는지 알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100여점의 작품과 함께 작가의 지난 40년을 다양한 각도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아카이브도 준비했다. 전시뿐만 아니라 함께 활동했던 동료 작가, 큐레이터, 비평가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시간과, 모더니즘, 대안공간운동, 공공미술 등 김용익 화백이 몰두했던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도 진행한다. 이를 통해 다각적인 관점에서 전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시는 11월 6일까지 열린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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