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IoT 괜찮나

사물인터넷(IoT)이 세계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제 소물인터넷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IoT가 주는 ‘체감도’는 그리 크지 않다. 고작해야 웨어러블 기기가 우리가 만날 수 있는 IoT의 전부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의 행보는 다르다. 상당히 많은 자금을 투입했고, 그 결과 알찬 열매를 거두고 있다. IT강국 한국이 ‘IoT 후발주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글로벌 기업들은 IoT를 활용해 높은 투자수익을 내고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값비싼 냉장고를 누군가 공짜로 준다?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 거짓말 같은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있다. 사물인터넷(IoT)이다. 방법은 이렇다. 대형 유통기업이 냉장고 속 식품 정보를 수집해 필요한 식품을 분석한다. 이 정보를 소비자의 구매 이력과 대조해 필요한 식품을 주문도 없이 알아서 적시에 배송해 준다. 이 기업은 자신의 제품을 팔기 위해 냉장고를 소비자에게 공짜로 준다. 산업의 경쟁 구도를 뒤흔드는 그야말로 ‘혁신’이다.

이런 무궁무진한 가능성 때문에 IoT라는 용어는 몇년간 산업 전반에 뜨거운 이슈를 일으켰다. 정부, 기업 가릴 것 없이 IoT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떠들었다. IoT가 스마트폰을 능가하는 파괴력으로 우리 삶을 바꿔놓을 거라는 전망도 쏟아졌다. 4차 산업혁명이란 그럴듯한 별명도 따라붙었다.

그런데 정작 우리 국민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그래서 이걸로 뭘 하는데?”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혁신적인 IoT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에 없어서다. 냉장고를 공짜로 받아본 일도, 핸들 없는 자동차를 타본 경험도 없다.

 
상용화된 IoT 제품이라고는 웨어러블 기기 정도다. 이 제품은 기존의 건강 모니터링 중심의 기능에서 모바일 결제 영역까지는 나아갔다. 그럼에도 소비자에게 ‘반드시 차야 할 이유’를 명쾌하게 제시하지는 못했다. 스마트홈 서비스 역시 단순한 모니터링과 기기 제어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산업의 총아로 불리며 기대를 모으고 있는 무인차는 시험 운행 도중 잇단 사고 소식이 들려온다. 관련법 제정도 전무하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아직 IoT 시장은 과도기”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투자에는 나서고 있지만 아직 ‘아이디어 단계’에 그친 산업이라는 거다.

하지만 이 진단과는 반대되는 통계 자료가 있다. 글로벌 이동통신사 보다폰의 ‘IoT 현황지표’다. 이 자료는 전세계 1096개 기업 부장급 이상의 의사결정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다. 놀랍게도 이들 중 89.0%는 최근 1년 이내 IoT 활용률을 높였고, 63.0%가 ‘의미 있는 수준의 투자수익률(ROI)’을 올렸다고 답했다.

심지어 이들 중 21.0%는 회사 수익이 1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2014년 조사에는 53.0%의 기업만이 ‘IoT를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불과 2년 전 알고만 있던 사업이 ‘성과’를 냈다는 거다. 이상헌 한국 보다폰 IoT 사업 부문 대표는 “글로벌 시장은 IoT를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반면 우리나라 산업계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 보는 시선이 있다”고 꼬집었다.

구름 위를 걷는 IoT

실제로 이 설문에 참여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답변은 이중적이었다. 한국 기업들도 IoT를 미래의 성공을 위한 필수요소로 여기고는 있었다. 전세계 기업의 76.0%가 ‘IoT가 기업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답했는데 한국에서는 83.0%에 달하는 조직이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작 IoT 시스템 도입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향후 1년 이내에 새로운 커넥티드(Connected) 솔루션을 출시할 계획이 있는지’를 물었을 때, 글로벌 기업은 46.0%,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의 52.0%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한국 기업은 37.0%에 그쳤다. IoT의 중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일에는 망설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이 투자를 망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IoT를 통해 실질적인 성공과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매우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전세계 평균 79.0%였지만, 우리나라는 이보다 높은 89.0%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런 망설임이 우리나라를 ‘IoT 후발주자’로 끌어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보다폰의 보고서를 다시 보자.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IoT 분야에 IT 총 예산의 24.0%를 투자하고 있다. 우리가 널리 쓰는 모바일 분야에 쏟는 예산 23.0%보다 1.0%포인트 높다. IoT가 IT 산업의 일부가 됐다는 증거다. 더 흥미로운 건 IoT에 많은 투자를 한 기업일수록 그 만족도 역시 높았다는 점이다.

성큼 다가온 IoT 시대

총 IT 예산 중 40% 이상을 IoT에 투자하는 기업 79.0%가 ‘의미 있는 수준의 ROI’를 올렸다고 답했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더 많은 수의 IoT 프로젝트를 운영할 때 효과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시장이 이렇게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니 우리가 ‘공짜로 주는 냉장고’를 받을 날도 멀지 않았다. 우리나라 IoT 산업도 이제 ‘만약’을 기다릴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어떻게’ 적용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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