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정용진 부회장은 “신세계의 모든 역량을 (스타필드 하남에) 동원해 콘텐트 등을 정고하게 준비했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정용진(48)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10여년 전부터 구상해온 야심작 ‘스타필드 하남’이 9일 공식 개장했다. ‘세상에 둘도 없는 복합쇼핑몰’ 개장으로 서울 강남과 수도권 동남부 일대가 다소 들썩거리는 분위기다. 국내 오너 3세 CEO의 대표주자 군群으로 분류되는 그는 인문학을 경영에 접목하는 것으로도 꽤 유명하다. 젊고 패기에 찬 그의 ‘뉴 신세계’ 실험이 어떻게 결말날지 궁금하다.

“고객의 불만에서 기회를 찾고, 관습을 타파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혁신기업이 되겠습니다.” 신세계그룹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신세계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창조하겠다’는 경영 철학을 지닌 이 그룹이 최근 또 한 번 일을 저질렀다. ‘스타필드 하남’이라는 한국 유통사에 남을 만한 작품을 내놓은 것.

그 중심에는 젊고 활달한 오너 3세 CEO 정용진 부회장이 있다. 그가 10여년 전부터 구상해온 ‘세상에 둘도 없는 복합쇼핑몰’이 지난 9일 공식 개장하면서 서울 강남과 수도권 동남부 일대가 다소 들썩거리는 분위기다. 이를 계기로 한국 유통업계가 ‘신세계발發 신新유통대전’에 휩쓸리게 됐다. 지난 5일 프리오픈(사전 부분개장)에는 평일인데도 6여만명의 인파가 몰려 추석 대목을 바짝 달구었다. 일부에서는 ‘대박 조짐’을 점치기도 했다.

하남에 둥지를 튼 ‘스타필드(Star Field)’는 어떤 쇼핑몰일까. 그 규모나 혁신성에서 전례가 없었으며 타의 추종도 불허한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 3년 동안 1조원 상당을 투자해 완공한 스타필드는 경기도 하남시 미사대로 750에 위치해 있다. 글로벌 쇼핑몰 개발ㆍ운영업체인 미국 터브먼과 합작으로 건립했다. 연면적 46만㎡(약 13만9000평), 부지면적 11만8000㎡(약 3만6000평), 동시주차 가능 대수 6200대에 달하는 규모다. 축구장 70개 크기로 몰과 주차장 모두 국내 쇼핑몰 중 최대 규모다. 경쟁상대인 롯데월드몰의 쇼핑몰 연면적 33만9749m²(약 10만2800평)에 비해서도 약 35%가 더 넓다.  

스타필드는 쇼핑은 물론 문화ㆍ레저ㆍ위락ㆍ관광ㆍ힐링 등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체류형 공간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백화점이 450개, 쇼핑몰은 300개 등 모두 750여개의 브랜드를 입점시킨다. 신세계백화점, 일렉트로마트, 이마트 트레이더스부터 신개념 마트인 ‘PK마켓’, 어린이 놀이터 ‘토이킹덤’, 스포테인먼트 테마파크 ‘스포츠몬스터’, 신개념 워터파크 ‘아쿠아필드’까지 배치했다. 고객들이 놀이나 쇼핑에 하루를 다 들여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별(Star)과 마당(Field)을 합친 스타필드(별이 깃든 마당)란 이름도 정 부회장이 직접 붙였다고 한다. 고객들은 별이고 몰은 마당에 비유한 걸까. 화려하게만 보이는 여기에 그의 위기의식과 도전정신이 짙게 깔려 있다. 위기에 처한 유통업을 구출하기 위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접근을 시도한 것이다. 백화점ㆍ할인점 등과 같은 기존 유통사업의 틀을 뛰어넘기 위해 ‘교외형 쇼핑 테마파크’라는 신개념을 들고 나온 것. 정 부회장은 프리오픈 한 지난 5일 “고객들의 일상과 시간을 점유하기 위해 신세계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콘텐트, 상품, 서비스를 정교하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스타필드 하남에 숨은 혁신 코드

최근 국내 유통업계는 내수 부진, 모바일 및 온라인쇼핑몰의 부상,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트랜드 확산 등으로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신세계그룹도 예외가 아니다. 2대 주력업체인 이마트와 신세계의 최근 몇년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이 정체되고 영업이익도 감소추세를 보였다(그래픽 참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혁신적 유통 콘텐트를 선보이며 유통업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긴 했다. 노브랜드ㆍ피코크ㆍ이마트타운ㆍ일렉트로마트 등과 같은 신성장동력을 계속 내놓으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급기야 이번에 ‘쇼핑몰의 끝판왕’이란 소리까지 듣는 ‘스타필드 하남’을 선보이기에 이르렀다. 

사실 ‘스타필드 하남’은 10여년 전부터 태동하고 있었다. 정 부회장은 2004년경 미국의 다양한 쇼핑몰을 둘러보며 쇼핑만 하는 공간만으로는 한계에 직면할 것으로 판단했다. 레저와 엔터테인먼트, 쇼핑을 결합한 ‘교외형 쇼핑 테마파크’가 대안이 될 것이란 생각도 했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주5일제가 확대 시행되고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서자 2013년 10월 스타필드 건설에 나선 것이다.

정 부회장은 평소 “유통업의 미래는 업체 간 시장점유율(market share)이 아닌, 고객의 일상을 점유하는 라이프 셰어(life share)에 달려 있다”고 강조해 왔다. 또 “우리의 경쟁 상대는 테마 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 지난 8월 페이스북을 통해 “단순히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 집을 나서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제 쇼핑은 새로운 것을 눈과 입과 귀로 즐기고, 가족ㆍ친구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며 에너지를 얻는 라이프스타일의 한 형태로 그 의미가 확장됐다”고 쓰기도 했다. 이런 생각들이 ‘스타필드 하남’에 신세계의 모든 유통 노하우를 쏟아 부은 배경이 됐다. 

스타필드는 개점 1년차에 매출 8200억원을 올리고 향후 3~4년 내에 누계 매출 5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연간 1200만명의 고객을 유치하고, 5000명의 지역주민을 직접 고용한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내년 상반기 ‘스타필드 고양’에 이어 2020년까지 안성, 인천 청라ㆍ송도, 부천 등으로 복합쇼핑몰을 확대할 생각도 갖고 있다.

▲ 지난 5일 프리오픈한 스타필드 하남의 내부 전경.[사진=신세계그룹 제공]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그의 이번 유통 실험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유통업 경쟁이 워낙 극심한 나머지 전국에 쇼핑몰이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인데다 국내 경기전망도 날로 어두워져 ‘스타필드 하남’ 같은 확장 기조의 복합쇼핑몰이 성공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칫 제 몸을 가누지 못해 멸종한 공룡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스타필드 하남’ 개장으로 인한 주변의 교통대란 우려와 지역 상인들의 반발, 지역 직접고용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 등도 풀어야할 숙제다.

확장 기조의 복합쇼핑몰 성공할까 

키 180㎝의 훤칠한 체격을 가진 정 부회장은 활달하고 서슴없는 쾌남아 스타일이다. 격식을 강조하지 않으면서 젊고 세련된 패션도 선보인다. 신세대처럼 SNS를 통해 소비대중과 소통하고 자신의 경영철학을 전파하기도 한다. 올봄부터 동생 정유경(44)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신세계를, 자신은 이마트를 맡아 각자 책임경영에 나섰다곤 하지만 신세계그룹의 명운이 특히 그의 두 어깨에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재계 순위 13위(공기업 제외)로 계열사 34개, 자산 29조원, 연매출 19조원, 당기순익 9500억원 상당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국내 오너 3세 CEO의 대표주자 군群으로 분류되는 그는 인문학을 경영에 접목하는 것으로도 꽤 유명하다. 젊고 패기에 찬 그의 ‘뉴 신세계’ 실험이 어떻게 결말날지 궁금하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l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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