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주택문제 해소에 도움 줄 수 있을까

▲ 2030청년주택의 임대료 수준이 청년층에겐 버거울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서울시의 2030청년주택 정책이 첫삽을 뜨기도 전에 갑론을박에 시달리고 있다. 삼각지ㆍ충정로를 시범사업지역으로 선정했지만 벌써부터 땅값이 들썩이고 있어서다. 청년의 주택부담을 줄여주기엔 땅값이 이미 높은 것도 문제다. 2030청년주택 정책을 재검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서울 인구 ‘1000만명 시대’가 무너졌다. 회복은 요원하다. 서울을 빠져나가는 인구가 해마다 늘고 있어서다. 지난해까지 평균 4여만명이 ‘서울 엑소더스’를 꾀했는데, 올해는 8월 현재 벌써 8만명이 빠져나갔다. 특히 20~30대 청년ㆍ사회초년생의 이탈률이 심각하다. 통계청의 연령별 서울시 전출률(2015) 자료에 따르면 30대가 48.9%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은 20대(44.2%)가 차지했다.

‘서울 엑소더스’의 이유는 집값이다. 높은 집값이 사람들, 특히 청년들을 ‘서울 외 지역’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거다. 이는 서울 청년 1인가구와 전국가구의 주거빈곤율을 비교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00년 전국가구 주거빈곤율은 29.2%, 서울 청년 1인가구 주거빈곤율은 31.2%로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10년 동안 통계가 크게 달라졌다. 2010년 전국가구 주거빈곤율은 29.2%에서 14.8%로 14.4%포인트 떨어진 반면 서울 청년 1인가구 주거빈곤율은 36.3%로 5.1%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청년가구가 밀집해 있는 동작구와 관악구의 청년가구 주거빈곤율은 각각 55.8%, 51.3%까지 치솟았다. 서울시가 주거난에 허덕이는 청년층을 구제하겠다면서 ‘2030청년주택’ 정책을 꺼내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30청년주택 정책의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다. “역세권 용도지역의 규제를 완화하고 혜택을 제공해 민간사업자를 유치한다. 이를 통해 주변보다 싼값에 주거지를 공급한다.”

올 3월 발표된 이 정책이 가시화하기 시작한 건 지난 1일이다. 서울시는 “2030청년주택의 첫 시범사업지로 한강로2가(삼각지역 부근)와 충정로3가(충정로역 부근)를 선정했다”면서 “11월 착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구체적 플랜이 발표된 직후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주거비를 해결하지 못할 거라는 비관적 전망이 적지 않다.

2030청년주택은 공공임대주택에 한해 주변 시세의 60~80% 가격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2030청년주택의 공급량 중 공공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은 19.0%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는 전용 면적 45㎡(약 13평) 이하의 소형주택뿐이다. 2030청년주택의 81.0%나 차지하는 민간임대주택의 임대료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임대료 인상률 연 5% 이내’ 밖에 없다. 임대료 인상률 규제 역시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할 공산이 크다. 첫 임대료를 높게 설정하면 그만이라서다.

서울 청년 1인가구 빈곤율 치솟아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주거비 부담을 줄이려면 초기 임대료에 상한제를 둬야한다”면서 “이번 사업을 위해 서울시가 용적률을 대폭 완화해준 탓에 임대료 상한제를 둔다고 하더라도 민간사업자엔 수익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지적이 일자 서울시는 “민간임대주택의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90%까지 낮추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법적 효력이 없는 말을 민간사업자가 따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최승섭 부장은 “시범사업인 만큼 초반엔 주변 시세의 90% 수준으로 임대료를 맞출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여론의 관심이 멀어지기 시작하면 초기 임대료는 언제든 올라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한강로2가와 충정로3가의 시세가 청년층에게 적합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해당 지역의 공인중개소와 부동산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조사해본 결과, 2030청년주택과 같은 조건의 오피스(역세권ㆍ전용면적 60㎡) 전세가는 4억원 후반~5억원 초반대다. 반전세나 월세는 보증금 1억5000만~2억원에 월세 100만~150만원 선이다. 20~30대 근로소득자의 평균 급여가 연 2900만원(월 240만원)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보증금을 대출 받을 경우(1억원 대출 받을 경우 사회초년생 신용등급을 고려해 금리 2.7~3.0%적용, 이자는 월 23만~25만원) 주거비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불어날 공산이 크다. 허울 좋게 ‘청년’이라는 이름만 붙였을 뿐 뉴스테이와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청년을 위한 정책인지 민간사업자와 투자자를 위한 정책인지 알 수 없어서다.

청년주택정책 누구를 위한 건가

실제로 서울시는 민간사업자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선사했다. 용도지역(토지와 건축물의 용도ㆍ건폐율ㆍ용적률 등을 제한한 지역)을 변경하면서 기존 250%가량이던 용적률을 최대 1000%까지 허가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도로인프라, 인구밀도, 지역간 형평성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별다른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용적률 상향이 가능하다. 주차장의 면적을 줄인 것도 민간사업자의 수익성을 지나치게 고려한 결과라는 쓴소리가 나온다.

최승섭 부장은 지금의 2030청년주택 정책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선 민간사업이 아닌 공공사업으로 진행해야 한다. 게다가 청년층이 살 주택에 굳이 역세권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역세권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훨씬 낮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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