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마킹할 만한 해외 저출산 정책

▲ 가족정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인 국가는 출산율 반등에 성공했다.[사진=아이클릭아트]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ㆍ1.24명)은 OECD 평균(1.68명)에 크게 못 미친다. 우리나라보다 소득수준이 낮은 슬로바키아ㆍ체코ㆍ헝가리보다도 출산율이 떨어진다.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는 데 성공한 유럽 주요국의 사례를 살펴봤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에서 가족정책 관련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가 채 안 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2015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족정책 지출은 GDP의 0.57%에 불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인 2.18%의 4분의 1 수준이다. 스웨덴ㆍ프랑스ㆍ영국ㆍ룩셈부르크ㆍ덴마크의 가족정책 지출은 3% 안팎으로 우리보다 훨씬 높다.

주목할 점은 가족정책 지출이 많은 국가의 출산율이 높다는 점이다. ‘출산 선진국’ 스웨덴은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통해 출산율을 높였다. 그 중심에는 ‘양성평등’이 있다. 스웨덴은 일과 가사에서 부모의 동등한 의무와 권리를 강조한다. 2014년 세계경제포럼 ‘세계 성性 격차 보고서’에서 양성간 격차가 가장 적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힌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실제로 스웨덴의 여성 경제활동참여율은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인 71.8%를 기록했다.

▲ 스웨덴의 가족정책 핵심은 ‘양성평등’이다. 그 결과 여성은 경제활동 참여율과 남성의 육아휴직률이 증가했다.[사진=아이클릭아트]
스웨덴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육아휴직제도다. 일과 가정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 게 아니라 두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480일의 육아휴직 기간은 남녀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이중 390일은 휴직 직전 소득의 80.0%까지 지원한다. 서로에게 기간을 양도할 수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그 결과 1987년 7.0%였던 남성의 육아휴직 비율은 2013년에 25.0%로 증가했다. 하지만 스웨덴 당국은 여전히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여성에 비해 낮은 것을 우려하고 있다. 스웨덴에서 육아휴직 개정안이 끊임없이 발의되는 이유다.

현실적인 ‘현금’ 지원

저출산을 극복한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인정받고 있는 프랑스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문제를 개인이 아닌 국가의 문제로 인식한다. ‘모든 아이는 국가가 키운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출산장려정책을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의 합계 출산율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2.73명으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걸프전과 독일 통일의 여파로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1993년 출산율이 1.65명으로 뚝 떨어졌다. 인구정책에 위기를 느낀 프랑스는 ‘가족지원’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동거가 증가하고 결혼이 줄어든 현실을 ‘가족구성’ 자체에 위기가 닥친 것으로 판단한 결과다.

프랑스는 가족지원 정책 차원에서 임신ㆍ출산ㆍ양육 등의 모든 과정에 현금을 지원한다. 출산 3개월 전부터 출산 6개월 후까지는 ‘유아수당’이 지급되며 출산 후에는 ‘영아보육수당’이 따른다. 자녀를 2명 이상 둔 가정에는 ‘가족수당’ ‘가족보충수당’ 등이 지급된다. 아이가 학교에 진학을 하면 6~18세까지 ‘입학수당’이 지원된다. 경제적인 부담이 줄어들자 출산율이 높아진 건 당연한 결과다.

영국도 저출산을 극복한 나라로 종종 거론된다. 사실 영국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문제를 국가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간주했다. 정부 개입도 최소화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노동당이 정권을 잡은 이후 가족정책 비중을 높이는 등 국가가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출산율이 점차 회복됐다. 영국은 현금지원 정책인 보편적 아동수당제도가 활성화돼 있어 부모의 소득 규모와 상관없이 16세 미만의 아동에게 수당을 지급한다. 현실적인 바우처제도를 통해 보육비 부담도 덜어주고 있다.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국가들의 공통점은 정부가 가족정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였다는데 있다. 1%에도 못 미치는 가족정책 지출로 할 만큼 했다고 자위하는 우리 정부가 주목해야 할 메시지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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