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과 경제의 상관관계

▲ 수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저출산은 국가경제를 뒤흔들 만큼 심각한 과제라고 지적한다.[사진=아이클릭아트]
“저출산 문제는 국가의 존망이 걸린 국정 제1과제로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초 새누리당 소속 대구ㆍ경북 지역 초ㆍ재선 의원들과 면담을 나누면서 했던 말이다. 저출산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백번 옳은 말이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대책들이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저출산은 대한민국의 명운을 좌우하는 가장 큰 구조적 위험이며, 절체절명의 과제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경제ㆍ교육ㆍ국방 등 모든 분야가 인구절벽 위기에 직면하고, 그 충격이 사회 전반에 쓰나미처럼 밀려올 것이다.” 지난 8월 25일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이 올해 초부터 시작된 ‘제3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의 일환으로 ‘출산율 회복을 위한 보완대책’을 내놓으면서 함께 발표한 ‘저출산 극복을 위한 대국민 호소문’의 일부다.

저출산을 우려하는 이들은 정부뿐만이 아니다. 국책 연구기관은 물론 민간 싱크탱크, 시민단체까지 “심각한 저출산이 우리나라를 큰 충격에 빠뜨릴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이미 차고 넘치도록 내놨다. 온 나라가 ‘저출산, 이대로는 안 된다’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는 얘기다.

왜일까. 출산율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해서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는 노동생산성 감소, 저축감소, 투자위축, 재정수지 악화 등을 초래해 국가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다”는 게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풀어보면 이렇다. 기대수명이 높아지면서 사회는 점점 고령화된다. 여기에다 출산율까지 낮으면 고령화는 더 빨리 진행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출산율이 현저히 낮은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유독 더 빠르게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통계청은 올해 초 ‘늙어가는 세계 2015’라는 보고서를 통해 “2050년이 되면 한국은 세계에서 2번째로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율이 높은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35.9%로 40.1%를 기록한 일본 다음으로 높다. 

국가경쟁력 좀먹는 무서운 저출산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 기업의 생산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 경쟁력은 악화되고, 기업의 투자와 고용도 축소된다. 외국인 노동자 유입은 물론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업이 인건비를 줄일 게 뻔해서다. 결국 사회계층간 갈등까지 커진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돈을 벌어서 세금을 낼 수 있는 이들이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부 세수는 줄고, 부채는 늘어난다. 정부는 재정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고, 정부의 재량적인 경제정책 운용도 어려워진다. 심지어 국민연금의 재정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연금을 내는 사람보다 받아가는 사람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내수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어야 소비도 많이 일어나고 기업의 매출도 늘어난다. 하지만 생산가능인구가 줄면 전체 소득과 소비가 줄고, 기업의 내수판매도 줄어든다. 문제는 실제로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라 인구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당장 올해로 정점(3704만명ㆍ인구의 72.9%)을 찍는다. 2017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해 2060년엔 2187만명(49.7%)에 불과할 전망이다. 0~14세 유소년인구는 2010년 798만명에서 2060년 447만명으로 급감, 2010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2010년 545만명에서 20 30년 1269만명, 2060년 1762만명으로 늘어난다. 유소년인구의 절반에 불과하던 고령인구가 2060년이면 3.9배로 늘어난다는 얘기다. 올해 전국 초등학교의 22%에 달하는 1395개 학교의 입학생이 10명 미만이라는 통계는 ‘인구 절벽’을 실감하게 한다.

특히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30~40세대는 완전히 붕괴한다. 주요 경제활동인구(25~49세)는 2010년 56.8%(2043만명)에서 2050년엔 45.2%(1145만명)로, 다시 2060년엔 48.9%(1070만명)가 될 전망이다. 비율보다 절대 수치가 감소한다는 걸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물론 저출산이 모든 문제의 출발점은 아니지만 저출산이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경제전문가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는 얘기다. 저출산으로 인한 국가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타격을 입으면 그게 다시 가계소득 감소, 일자리 감소와 고용불안, 사회안전망 축소 등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합계출산율이 1.08명으로 떨어진 지난 2005년부터 저출산 대책을 마련, 5년마다 보완해 대응하고 있다. 바로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이다. 저출산 대책에 사용한 재원만 해도 제1차 계획(2006~2010년)에서 19조7000억원, 제2차 계획(2011~2015년)에서 60조5000억원을 투입했다. 이번 제3차 계획(2016~2020년)에서는 108조4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막대한 돈을 들이더라도 저출산이 몰고 올 파장을 최소화하는 게 득이라는 계산이 있어서다. 

정부 대책, 저출산 원인 제거 못해

하지만 성과를 놓고 보면 그리 탐탁지 않다. 정부는 출산장려를 위해 보육서비스 지원, 일ㆍ가정양립을 위한 제도와 사회분위기 개선 등의 대책을 실시했지만, 출생아 수는 지난 2005년(43만5031명)으로 지난해(43만8400명)보다 고작 3000여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합계출산율도 1.08명에서 1.24명으로 0.16명 늘었을 뿐이다. 때문에 정책 방향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간의 정책들은 저출산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게 아니라 비용부담을 덜어주는데 한정돼 있었다는 게 한계”라면서 “우리나라에서 출산은 대부분 법률혼 내에서 이뤄지는데, 남녀 모두 경제적 이유에서 결혼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출산율도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 저출산 원인 제거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3년 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미혼 남녀가 경제적 이유(남성 87. 8%는 고용불안정, 여성 86.3%는 비용부족)로 결혼을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을 해결하려면 안정적인 일자리에 평균적인 소득을 보장하고, 살 집을 마련해주는 게 급선무라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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