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가계에 미치는 영향

자녀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드는 비용이 얼마인지 아는가. 평균 3억876만원이다. 월 200만원을 12.86년 동안 모아야 모을 수 있는 돈이다. 부모에게 아무것도 물려받은 게 없는 흑수저 서민에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젊은 부부가 출산을 꺼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신과 출산이 가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김성훈(가명ㆍ36)씨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 경제적인 이유로 임산과 출산을 포기하는 신혼부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여성가족부의 ‘2015 가족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응답자 중 33.8%는 ‘출산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경제적 부담을 꼽은 응답자가 52.1%로 가장 많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미혼 직장인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38.3%에 달하는 여성이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답했다. 임신과 출산이 가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에 이렇게 두려워하는 것일까.

김성훈(가명ㆍ36)씨와 최진영(가명ㆍ35)씨는 지난해 12월 결혼한 신혼부부다. 중소기업 과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씨의 월급여는 210만원, 학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최씨는 104만원이다. 두사람의 소득은 314만원으로 도시근로자 2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과 동일하다. 이제 김씨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소비성 지출로는 통신비(15만원), 교통비(24만원), 생활비(51만원), 관리비ㆍ각종세금(24만원), 비정기 지출(12만원), 두사람 용돈(50만원) 등 매월 176만원을 사용하고 있다.

비소비성 지출로는 전세자금대출이자 37만원(대출액 1억6000만원ㆍ이자율 2.8%), 보장성 보험(9만원), 주택청약저축(10만원) 등 56만원을 사용하고 있다. 이 역시 도시근로자 2인 가구의 소비성 지출(176만원), 비소비성 지출(56만원)과 같다. 김씨는 82만원의 잉여자금을 전세대출 상환을 위한 적금(50만원)과 차량구입을 위한 적금(20만원), 비상금 통장(12만원) 등으로 나눠 저축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내의 임신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계 재무상황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장시간 서서 수업을 해야 하는 아내의 직업 특성상 더이상 회사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면서 김씨 가계의 월 소득은 180만원(도시근로자 1인 가구 월평균)으로 줄어들었다. 더 큰 문제는 임신과 함께 지출해야 할 소비가 크게 늘어났다는 데 있다. 김씨 부부는 임신 사실을 확인한 후 바로 태아보험에 가입했다. 아내의 나이가 우리나라 노산 기준(만 35세)에 해당해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임신하자 가계경제 휘청

여기에 임신 22주가 지나면 보험에 가입하기 힘들다는 보험사의 압박에 김씨 부부는 보험료가 10만원인 30세 만기 환급형 태아보험에 가입했다. 김씨는 만기에 환급 받은 보험료를 아이의 결혼자금이나 부부의 노후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 순수 보장형 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비싼 환급형을 선택했다. 돈이 나갈 곳은 보험료뿐만이 아니었다.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병원 진료비 지출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임신 및 출산 지원 강화를 위한 기초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임산부 1인당 임신에서 출산까지 사용한 총 진료비는 420만6115원이었다. 이중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253만7942원에 달했다. 여기에 각종 검사가 추가되면 진료비는 더 올라간다. 여기에 평균 299만원(서울시 내 산후조리원 일반실 기준) 달하는 산후조리원 이용 요금(2주)까지 감안하면 총 552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결국 김씨 부부는 진료비와 산후조리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8개월 동안 모은 적금을 모두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당장 임신과 출산에 필요한 자금을 해결했지만 김씨 부부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2년 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올리면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기저귀ㆍ유모차ㆍ아이 옷ㆍ예방접종 등 계속해서 필요한 육아비용을 마련하는 것도 큰 고민이다. 아이가 생기면서 전세자금을 상환 목표와 자동차 구입 계획은 이룰 수 없는 꿈이 돼버렸다.

▲ 임산부가 부담해야 하는 진료비가 1인당 253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뉴시스]

당장 적자를 보고 있는 가계를 어떻게 유지할지도 고민이다. 김씨 부부는 적자폭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아내의 용돈을 없애고 김씨의 용돈도 월 15만원으로 줄였다. 휴대전화 요금제도 저렴한 걸로 바꿔 통신비를 월 10만원으로 낮췄다. 주택청약저축도 해지했다. 하지만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김씨 부부는 세금(6만원)과 비정기 지출(2만원), 교통비(4만원)를 조금씩 아껴 적자를 벗어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허리띠를 최대한 졸라매 겨우 적자에서 벗어나도 앞으로가 더욱 걱정이다. 아이에게 들어갈 교육비와 양육비 등을 생각하면 앞날이 캄캄해서다. 부모가 자녀 1명을 낳아 대학을 졸업시킬 때까지 들어가는 비용 3억896만원. 기뻐해야 할 임신소식에도 김씨의 한숨이 늘어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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