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살리고 실적 키워 ‘낙하산 딱지’ 뗄까
주가 살리고 실적 키워 ‘낙하산 딱지’ 뗄까
  • 성태원 대기자
  • 호수 208
  • 승인 2016.09.27 0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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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두달 맞은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

보기 드문 낙하산 논란 속에 휩싸였던 박창민(64) 대우건설 사장이 취임 두달째를 맞았다. 경위야 어떻든 43년 역사와 연매출 10조원 상당을 자랑하는 글로벌 건설사 대우건설의 명운이 이제 그의 두 어깨에 걸려 있게 됐다. 갈 길이 먼 가운데 그의 비상한 노력과 산은 및 정부의 현명한 조율, 임직원들의 협력이 제2의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막는 길이 될 것 같다.

▲ 박창민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대우건설의 1등 DNA를 살리겠다고 선언했다.[사진=뉴시스]
“43년 대우건설 역사에서 최초로 외부인사가 사장이 된 것에 대한 대내외의 기대와 우려가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8월 23일 박창민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대뜸 이 말부터 했다. 많은 풍파를 겪긴 했지만 대우건설은 한국 건설 역사에서 현대건설과 함께 자웅雌雄을 겨뤄왔던 글로벌 건설사다. 이런 회사의 신임 CEO가 취임식장에서 왜 이 말부터 꺼냈을까.

그가 언급한 ‘대내외의 기대와 우려’라는 말 속에 저간의 사정이 다 담겨 있다. 우여곡절 끝에 취임은 했지만 3년 임기 내내 자신을 따라 다닐 일종의 멍에랄까 족쇄를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박 사장의 운신을 제한할 ‘태생적 장애요인’은 무엇일까. 사주社主격인 산업은행과 정부를 생각하면 무엇보다 실적 회복과 주가 회복에 대한 과잉 기대가 부담이 될 것이다. 노조나 사내 임직원, 관심 있는 국민들에게는 낙하산 논란이나 해외사업 경험 부족, 흐트러진 조직 분위기 등이 신경 쓰일 것 같다.

특히 노조가 낙하산 논란과 해외사업 경험 부족 등을 이유로 선임 과정에서부터 그를 줄기차게 반대하고 있는 점이 걱정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그가 대내외의 눈치를 보기에 바빠 정작 경영에 몰두하기는 힘들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 최대주주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다. 확대 해석하면 정부와 국민이다. 산은이 100.0% 지분을 가진 ‘KDB밸류 제6호 사모펀드’는 2011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당시 대우건설 지분 50.75%를 주당 평균 1만5000원(구주+신주 평균매입가)에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산은은 이 사모펀드에 2조2000억원을 투자했고 1조원을 대출해줬다. 따라서 최대주주인 산은이 대우건설 최고경영자(CEO) 선임권을 행사하는 것 그 자체에는 이의를 달수가 없다. 사장추천위원회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의 제도적 장치를 다 거쳐 박 사장을 선임한 만큼 법적 하자도 없다. 

그런데도 낙하산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는 것은 왜일까. 최대주주 산은이 선임 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누르거나 절차를 변경해 가면서까지 무리하게 그의 선임을 밀어붙인 것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여당 실력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얘기까지 그럴싸하게 나돌았다. 재계에서조차 특정 건설사 사장 선임문제를 놓고 이번처럼 시끄러웠던 적은 없었다는 말이 돌았을 정도다.

현대산업개발 사장 출신인 그는 2012년부터 4년간 한국주택협회 회장(9, 10대)을 지냈다. 정치권이나 정부 관계자들과 교류할 수밖에 없는 자리여서 소위 ‘선임 외압설’의 배경이 됐다. 심지어 친정인 현대산업개발이 추후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그의 선임을 밀었다는 믿기 힘든 얘기까지 나돌았다.

운신의 폭 좁히는 태생적 장애

비즈니스 차원에서만 보면 ‘실적회복과 주가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산은이 그를 끝까지 고집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를 통해 실적을 호전시키고 주가를 끌어올려 대우건설을 제3자에게 무난하게 팔고 싶다는 생각이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감수할 정도로 강했다는 해석이다.

그는 현대산업개발 사장 재직 시 주가 상승과 흑자 경영에 큰 솜씨를 보인 이력의 소유자다. 산은은 내년 10월까지 대우건설의 새 주인을 찾아 대주주 자격을 이양토록 돼 있어 마음이 급할 수 있다. 그가 산은 눈치를 보느라 경영을 근시안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그래서 나왔다.

산은의 고민이 보다 결정적으로 담긴 부분은 주가 추이다. 일부 매체는 최근 산은이 신임 박 사장에게 주가부양 특명을 내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대우건설의 현재(9월 21일 종가) 주가는 5990원에 불과하다. 삼성물산(14만6500원), 대림산업(7만6900원), 현대건설(3만7000원), GS건설(2만8300원), 현대산업개발(4만8750원) 등 국내 주요 건설사 주가에 크게 못 미친다.

특히 현대건설 주가의 5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쳐 눈길을 끈다. 구주매입가 1만8000원에 비해 3분의 1 이하로 내려앉았다. 대규모 평가 손실을 보고 있는 만큼 산은의 속이 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산은은 시공능력 4위인 대우건설 주가가 현대건설의 절반 수준인 1만9000원대로 올라서길 바라는 눈치지만 시장은 1만원대 회복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박 사장이 부족한 해외사업 경험을 어떻게 보완할지도 주목거리다. 그는 36여년 간 현대산업개발에 재직하면서 국내 주택 영업 및 재개발 사업 등에서 큰 수완을 발휘해 상당한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해외사업이 40~50%에 이르는 글로벌 건설사다. 2011년 이후 5년 동안 매년 3조원에서 6조원에 달하는 해외수주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목표도 매출 11조1700억원, 신규수주 12조2000억원(해외수주 6조원)으로 해외수주 목표가 49.0%를 차지한다. 하지만 올 들어 저유가와 경기 침체로 해외사업 환경이 그리 녹록치 않은 게 탈이다.

이를 의식한 듯 박 사장은 취임 2주 만인 지난 9월 7일 GICC(글로벌 인프라 협력 콘퍼런스) 행사에 나타나 내로라하는 건설업계 인사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그의 실적으로 보긴 힘들지만 지난 9월 8일 첫 해외수주 실적도 발표했다. 카타르 공공사업청이 발주한 7억3000만 달러 규모(약 8015억원)의 이링(E-ring) 고속도로 확장공사가 그것이다. 

흐트러진 조직 분위기를 재정비하는 것은 더욱 큰 숙제다. 대우건설은 현대건설과 라이벌 의식을 가져왔고 또 조직 순혈주의가 유독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금호그룹, 산은 등으로 주인이 여러번 바뀌었지만 비교적 자기 정체성만큼은 잘 유지해 왔다는 얘기다. 이번에 범凡현대가의 현대산업개발 사장 출신인 박 사장 선임에 노조 등이 반대 입장을 보인 데는 이런 역사적 배경도 깔려 있어 보인다. 노조는 국회 등을 상대로 박 사장 선임의 투명성을 밝혀 달라고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흐트러진 조직 분위기 재정비해야

현대산업개발 재직 당시 박 사장은 임직원들과의 소통과 화합에 유달리 신경 써 덕장이란 평을 들었다. 이번 취임사를 통해 대우건설에 대한 존경심을 누누이 강조한 대목에서 ‘할 일은 태산 같은데 임직원들이 따라 주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그의 고민이 느껴졌다. 또 “저성장 시대를 맞아 미래 지향적으로 체질을 개선해 대우건설의 1등 DNA를 되살리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재무안정성 개선 ▲조직 효율성 및 생산성 강화 ▲윤리의식에 바탕한 신뢰구축 ▲인재경영 실천 등의 4대 경영 방침도 제시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가운데 그가 취임에는 일단 성공했다. 하지만 갈 길이 더욱 멀어 보인다. 그의 비상한 노력과 산은과 정부의 현명한 조율, 임직원들의 협력이 제2의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막는 길이 될 것 같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l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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