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사회초년 싱글 여성의 재무설계

재테크에 나선 사회 초년생이 가능 쉽게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것이다. 판매자의 감언이설에 혹해 상품에 가입할 경우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또한 이직과 퇴사가 잦아 상품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김윤아(가명ㆍ26)의 사례를 살펴보자.

▲ 종신보험과 같은 장기․고액상품은 이직과 퇴사가 잦은 사회초년생에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겐 준비할 것이 많다. 목적지로 가는 여행 수단은 물론 숙박과 필요한 물품까지 꼼꼼하게 준비해야 여행 중 겪게 될 어려움을 피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 우리는 며칠의 여행을 가면서도 여행경비에 관한 계획을 열심히 세운다. 하지만 인생이란 긴 여행을 하면서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재무적인 부분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잘못된 계획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허다하다.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는 김윤아(가명ㆍ26)씨의 사례도 이와 비슷하다. 김씨는 지난 2월까지 유치원 교사로 일했다. 아이들이 좋아 시작한 일이었지만 취학보조, 영아 전담, 다문화 가정 지원 등 추가 업무가 이어지면서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 결과, 지난 2월부터 일을 쉬고 있다. 업무 스트레스가 사라지면서 건강은 회복됐지만 다른 문제가 생겼다. 6개월 동안 일을 쉬는 바람에 경제적인 어려움에 빠진 것이다.

우선 김씨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김씨의 월 소득은 180만원이다. 소비성 지출은 통신비로 7만원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개인 용돈과 교통비로 매월 각각 10만원, 13만원을 사용하고 있다. 김씨의 지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비소비성 지출이다. 우선 3년 만기 적금에 30만원을 납입하고 있다.

여기에 연금보험 상품에 20만원을 사용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종신보험료로 매월 월급의 절반이 넘은 98만원을 사용하고 있다. 김씨는 아직 부모님과 함께 지내고 있어 주거비나 생활비 지출이 많지 않다. 김씨는 이를 활용해 빨리 돈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씨의 조급함이 오히려 독이 됐다.

상품을 가입할 때 제대로 된 재무상담을 받지 못한 김씨는 목돈을 모을 수 있다는 얘기에 매월 98만원을 납입해야 하는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문제는 일을 쉬면서 보험료 납입이 어려워졌다는 데 있다. 김씨는 고육지책으로 그동안 모았던 적금을 해지해 보험상품을 유지하고 있었다. 김씨의 사례는 처음 경제 활동을 시작하면서 범하기 쉬운 실수 중 하나다. 소득의 50% 이상은 무조건 저축을 해야 한다는 얘기에 장기적 계획을 생각하지 않고 고액의 보험성 상품에 가입한 것이다.

특히 일부 보험사가 종신보험을 저축상품처럼 소개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김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씨는 연금 기능이 있는 저축성 상품이라는 말에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다행히 보험사의 불완전 판매가 인정돼 금전적 손해를 보지 않고 종신보험을 정리할 수 있었다. 사실 김씨와 같은 젊은 미혼 여성에겐 종신보험과 같은 상품은 보장 자산으로 유용한 상품이 아니다. 게다가 20년 동안 100만원에 달하는 높은 금액을 꾸준히 납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사고 시 보상과 같은 꼭 필요한 보험으로 변경하고 종신보험은 정리했다. 물론 사망보장을 제외한 나머지 적립액을 노후에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지만 긴 납입 기간을 생각하면 필요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는 약속된 사망보험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해지 시점의 환급금을 받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혼, 출산, 내집 마련 등 큰 재무적 이벤트를 앞두고 있고 월 소득이 많지 않은 여성에게 종신보험은 오히려 재무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부담스러운 금융상품 정리해야 


연금보험료도 20만원에서 10만원으로 조정했다. 대신 차후 소득이 늘어나면 10만원을 추가 납입할 계획이다. 이는 사업비가 거의 빠지지 않는 추가 납입을 선택하는 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실 연금 보험도 해지하는 게 현실적으로 맞지만 가입 기간이 짧아 이미 납입한 금액을 모두 날릴 수 있어 보험료를 낮추고 추가납입으로 사업비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했다. 이렇게 김씨의 어깨를 짓누르던 종신보험의 정리한 결과 100만원에 달하는 저축여력이 생겼다. 또한 지난 8월부터 집근처 유치원에 일하게 되면서 중ㆍ단기 재무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미혼인 김씨에게 가장 시급한 재무목표는 비상금ㆍ비정기지출ㆍ결혼자금 마련이다.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일을 쉬더라도 적금을 해약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비상금 마련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매월 15만원을 비상금 통장에 저축하기로 했다. 또한 앞으로 늘어날 수 있는 비정기 지출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비정기지출 통장(매월 15만원)도 함께 장만했다.

앞으로 김씨가 독립할 경우 필요한 주거비는 매월 50만원의 3년 만기 적금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그리고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20만원의 적금을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중ㆍ장기상품은 적립식 펀드를 활용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주택청약종합통장에 매월 10만원씩 넣기로 했다. 청약통장 무용론이 커지고 있지만 이는 없어서는 안 될 금융상품이다. 특히 김씨와 같이 젊은 나이에 준비할수록 더욱 유리하다.

여기에 최대 절세효과도 누릴 수 있다. 잘못된 계획이 여행을 망치듯이 자신의 상황과 맞지 않는 금융상품은 재무적 환경을 악화 시킬 수 있다. 재테크는 남이 아닌 자신의 돈을 모으고 불리는 일이다. 다른 사람의 말에 혹해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누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김명선 한국경제교육원 선임연구원 bluemyung@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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