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용구 통신소비자협동조합 상임이사

“휴대전화 매장은 어딜 가나 똑같이 비싸다.” 우리가 이동통신시장에 갖고 있는 인식 중 하나다. ‘공짜’라는 말에 현혹돼 휴대전화를 구입했는데, 막상 고지서를 보면 생소한 요금이 붙어 있는 경우가 다반사라서다. 이용구 통신소비자협동조합 상임이사를 만나 ‘소비자를 위한 이동통신시장’은 없는지 물었다.

▲ 이용구 통신소비자협동조합 상임이사는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통신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지정훈 기자]

지난해 10월 31일. 인천지하철 1호선 예술회관역에 특별한 이동통신 대리점이 문을 열었다. 통신 소비자의 권익 증진을 위해 만든 단체인 통신소비자협동조합의 매장이다. 이 매장은 고객의 통신 사용 패턴을 분석해 불필요한 요금을 지우고 필요한 요금만 내게 한다. 덕분에 많은 가입 자가 몰렸고, 광주광역시에 2호점이 문을 열 채비를 하고 있다.

✚ 이런 요금제로도 매장 운영이 가능한가.
“우리는 기본요금을 대폭 낮춰 이익을 줄인 대신 가입자가 많아질수록 이익이 커지는 박리다매薄利多賣 구조다. 아직 문을 연지 1년도 안됐는데, 벌써 4000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단통법 이후 파리만 날린다는 요즘의 이동통신 대리점과 달리 우리 매장은 매일 고객들로 붐빈다. 그렇다고 우리 매장이 싸게 파는 것에 몰두하는 건 아니다. 이 저렴한 요금제에는 함의含意가 있다.”

✚ 어떤 함의인가.
“불합리한 통신시장에 충격을 주고 싶었다. 우리가 특별해서 이런 요금제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다들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 다른 이통사 대리점은 왜 그렇게 하지 않는가.
“대형 이동통신3사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서다. 우리가 내는 통신비는 통신 서비스 이용 요금과 단말기 값으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이통3사는 두 요소를 비싸게 판다. 통신 서비스 이용 요금을 보자. 이들은 담합이 의심될 정도의 천편일률적인 요금제를 내놓고 고객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이들 3사가 언제 파격 요금제를 꺼내며 치열한 경쟁을 한 적이 있는가. 수년째 5대3대2로 굳어진 점유율 구도가 이를 증명한다.”

✚ 단말기 값은 왜 비싼가.
“이통사가 제조사로부터 대량으로 단말기를 구입해 유통하다보니 단말기 시장도 왜곡됐다. 이들이 선별적으로 지정한 단말기만이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고가의 스마트폰을 위주로 한 유통 정책을 통해 단말기 제조사는 높은 마진을, 이통사는 높은 기본요금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구조다. 이렇게 높아진 통신요금은 고스란히 우리 국민의 지갑을 더 얇게 만든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 또 무슨 문제가 있는가.
“통신시장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우리를 현혹하는 착시 마케팅, 페이백ㆍ위약금 대납 등 이용자 차별은 ‘이 시장이 공평하지 않다’는 불편한 선입견을 심었다. 오죽하면 이동통신 대리점 상담원을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는 시선까지 있겠는가.”

✚ 요금을 낮추려는 건 신뢰 회복 때문인가.
“지금껏 이통3사가 가져간 ‘초과 수익’을 되돌리겠다는 취지다. 우리와 같은 움직임이 많아지면 다시 국민들도 통신 시장을 믿고 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우리는 이통3사가 꽉 쥐고 있는 이 시장에 등장한 별종이다. ‘휴대전화 매장은 어딜 가나 다 똑같다’는 인식을 깨고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다. 그리고 그때는 통신 시장이 우리 사회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 어떤 일인가.
“누구나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세상이다. 이 산업에서 파생되는 게 엄청 많을 수밖에 없다. 당장 우리만 해도 노인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우리 매장에서 근무하는 상담사 네분은 모두 고령이다. 단언할 수 있는 건 이분들의 통신시장 이해도가 젊은 이동통신 대리점 상담사보다 깊다는 점이다. 체계적인 교육이 이분들을 ‘통신 전문가’로 만들었다. 지금도 20여명의 노인들이 이런 교육을 받고 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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