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수수료율 왜 도마에 올랐나

정치권이 또다시 영세ㆍ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의 인하를 꾀하고 있다. 법 개정을 통해서다. 카드업계는 불편한 심기를 노출한다. 지난해 말에도 수수료율을 낮췄는데 또 왜 그러느냐는 거다. 하지만 카드사가 압박을 받는 덴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지적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카드사들이 공격받는 이유를 분석했다.

▲ 정치권이 영세·중소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기 휘안 법안을 계속해서 발의하고 있다.

“중소상공인의 힘겨움은 외면한 채 앓는 소리만 하고 있다.” 국내 카드업계가 정치권의 움직임에 긴장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이 카드업계를 힘들게 하는 법안을 계속해서 발의하고 있어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영세ㆍ중소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한지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정치권에서 또다시 수수료 인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총선을 겨냥해 수수료 인하카드를 꺼냈다”며 “업계에선 내년 대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적 법안 발의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카드 수수료 인하 당정협의’를 갖고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결정했다.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올 2월부터 연매출 2억원 이하의 영세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는 1.5%에서 0.8%로 낮아졌고 연 매출 2억~3억원의 중소가맹점은 2.0%에서 1.3%로 각각 0.7%포인트 떨어졌다. 그럼에도 수수료 인하를 골자로 하는 정치권의 법안은 계속 발의되고 있다.

카드업계 압박의 포문을 연 것은 이원욱(더민주당) 의원이다. 그는 20대 국회가 문을 연 다음날인 5월 31일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의 연간 매출액 기준을 현행 2억원, 3억원에서 각각 3억원, 5억원으로 확대하고, 우대수수료율을 0.8%, 1.3%에서 각각 0.5%, 1.0%로 인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제윤경(더민주당) 의원은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의 대출상품에 관한 TV 광고방송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박주민(더민주당) 의원도 일정 규모 이하의 영세한 상공인과 택시 종사자에게 발생하는 1만원 이하의 소액카드결제의 신용카드ㆍ직불카드 수수료를 면제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더 나아가 세법개정안을 통해 카드사를 원천징수의무자로 지정하고 부가가치세 대리징수와 납부 의무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카드사가 가맹점주의 매출에서 부가가치세 10.0%를 뺀 금액을 지급하고 바로 세금을 납부하도록 유도해 가맹점의 세금 회피를 막겠다는 것이다.

카드업계는 이런 법안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법안의 골자가 카드업체의 두 수익원인 카드 수수료와 대출서비스를 규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해 시행된 영세ㆍ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한해 6700억원의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수수료 인하와 대출사업 규제에 나서는 것은 카드사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발의된 법안처럼 영세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을 0.3%포인트 인하한다고 해도 그 효과는 월 몇만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며 “고액의 임대료, 프랜차이즈 비용 등 다른 요인은 제쳐두고 카드 수수료만 영세가맹점을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몰아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카드사 압박 포퓰리즘인가

하지만 카드업계의 항변이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무엇보다 영세ㆍ중소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한다고 카드사의 실적이 악화하는 건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세ㆍ중소가맹점의 수수료가 카드사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김영환 전 의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세ㆍ중소가맹점의 수는 182만개로 전체 가맹점의 81.5%를 차지했다. 하지만 영세ㆍ중소가맹점이 수수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2%에 불과했다.

더 쉬운 자료를 보자. 2014년 기준 카드사 전채 수익 중 가맹점 수수료 매출은 47.8%였다. 카드사가 100만원을 번다면 48만7000원이 수수료 수익이라는 얘기다. 이 중 영세ㆍ중소가맹점의 수수료 비중은 14.2%, 금액으로 따져보면 6만9154원에 불과하다. 영세ㆍ중소가맹점의 수수료를 모두 감면해도 카드사 수익에는 큰 타격이 없다는 얘기다. 이는 카드사의 실적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금융감독원의 ‘2016년 상반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전업카드사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9487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877억원 대비 12.8%(1390억원) 줄었다. 이를 두고 카드업계는 카드 수수료 인하의 영향이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 금융당국은 지난해 당정협의를 통해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에 나섰다.[사진=뉴시스]

하지만 근본 원인은 그게 아니었다. 올 상반기 카드 이용금액은 358조7000억원(신용카드 287조3000억원ㆍ체크카드 71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카드 발급실적도 2억185만장으로 지난해보다 344만장 늘었다. 이렇게 카드 이용금액과 발급량이 늘어났음에도 순이익이 줄어든 이유는 ‘수수료 인하’가 아니다. 카드이용액이 증가하면서 포인트 적립비용, 무이자 할부비용 등 부가서비스 비용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손준비금 전입액이 크게 증가한 것도 순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카드업계의 출혈경쟁으로 광고비가 증가한 것도 순이익에 나쁜 변수로 작용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 BC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카드사가 광고선전비와 마케팅비로 지출한 금액은 2038억8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2%가 늘어났다. ‘영세ㆍ중소기업 수수료 인하로 67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볼멘소리를 늘어놨던 카드업계로선 이상하리만큼 많은 광고비를 지출한 셈이다. 더구나 카드업계는 수수료 인하 이후 부가서비스인 카드론(장기카드대출) 등의 대출 업무에 더 열을 올렸다. 금융감독원의 ‘2016년 상반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올 상반기 카드론 이용금액은 18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8000억원(10.6%)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금리가 5.90~25.90%(여신금융협회 공시자료)에 달하는 카드론을 통해 실적을 늘렸음에도 실적이 악화됐다는 건 ‘수수료 인하’가 아닌 카드업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수수료 탓에 실적 줄었나

이원욱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경제 상황에서 진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 대기업인 카드사인지 소상공인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소상공인의 생존이 걸린 수수료 인하 문제를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실의 관계자도 “발의한 법안이 통과하더라도 발생하는 비용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걸 가지고 카드사 전체가 휘청거릴 것처럼 얘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영세ㆍ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조금 더 논의를 하자는 취지에서 법안을 발의한 것”이라며 “수수료 조정에 나서지는 않고 포퓰리즘 논란만 키운다면 더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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