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명당 마케팅

“땅의 기운이 좋을수록 집값도 오른다.” 명당을 찾는 풍수지리 사상은 과거 초고가 주택의 주 소비층인 일부 부자만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반 부동산 시장에도 ‘명당’을 강조하는 풍수지리 마케팅이 늘고 있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실수요자가 좀 더 건강하고 안락하게 살아갈 터를 찾기 위해서다.

▲ 부동산 시장에 풍수지리를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사진=뉴시스]

풍수지리는 우리 실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개념이다. 미신이라 치부하면서도 안 따지면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든다. 묏자리를 정할 때, 이사를 할 때, 심지어 사무실 책상 위치를 정할 때조차 ‘향’이 어느 쪽인지를 꼭 따진다. 특히 일부 상류층 인사들은 주거지나 사업터전을 선택하는 데에 풍수지리를 적극 활용해 왔다. 재물이 쌓이는 명당으로 알려진 한남동에 수십억원대 고급빌라가 몰려있는 이유다. 삼성타운이 위치한 서초동 역시 관악산과 우면산을 거쳐 온 기운이 재물로 모이는 명당으로 꼽힌다.

부동산 업계 역시 풍수지리를 마냥 근거 없는 ‘설’로만 치부하지 않는다. 풍수가 세계적 웰빙코드로 떠오르면서 기氣 흐름을 고려한 주택이나 사무실 가구 배치와 실내장식이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풍수지리를 과학적ㆍ논리적으로 검증하려는 학계 움직임도 활발하다.

최근 풍수지리를 접목해 차별화된 부동산 상품을 제공하는 건설사가 늘고 있는 이유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주거용 건물을 신축할 때 풍수지리 전문가를 고용해 건축 터를 잡는 식이다. 이후 문의 방향이나, 화장실, 거실, 안방, 부엌의 위치, 심지어 가구의 배치까지 풍수지리 인테리어를 활용한다. 이를 ‘명당明堂 아파트’라는 콘셉트로 홍보하면서 시장에는 ‘풍수지리 마케팅’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기후, 풍향, 물길 등을 파악해 좀 더 건강하고 안락하게 살아갈 터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특히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소위 배산임수背山臨水형 단지들은 주택시장의 인기상품 중 하나로 떠올랐다. 배산임수형 단지는 아파트 뒤편에 산과 언덕이 있고 앞쪽에는 강이 흘러 전망이 좋아서다. 게다가 등산과 운동 등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다.

실제로 배산임수형 단지의 아파트는 청약 성적도 좋았다. 지난해 9월 경남 양산신도시 물금택지지구 15블록에서 선보인 ‘남양산역 반도유보라 6차’는 817가구 모집에 총 2082명이 몰리며 평균 2.5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양산의 대표 산인 오봉산이 근처에 있고 양산천도 위치해 배산임수 입지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11월 서초구 서초꽃마을 5구역을 재개발해 분양한 ‘힐스테이트 서리풀’은 평균 24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이 단지는 한강과 우면산, 서초 올레길을 이용할 수 있다.

명당 아파트의 가치

배산임수 입지는 집값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봉산을 뒤로 하고 한강을 앞에 둔 ‘래미안 옥수 리버젠’ 113㎡(약 34평)은 분양 당시에 8억4700만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0억2500만원대에서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풍수에서 ‘길상’으로 보는 위치와 조건에 일치하는 가격이 더 나가고, ‘흉상’으로 보는 것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말할 정도다.

수익형 부동산도 풍수지리 마케팅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우리는 같은 지역, 같은 업종 가게의 희비가 엇갈리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같은 골목에서 마주보고 있는 식당인데도 어느 집은 손님들이 줄을 서거나 대기표를 받아 차례를 기다리는 집이 있는가 하면 반대편 집은 텅 비어 있는 식이다. 인테리어 수준도 비슷하고 음식 맛도 큰 차이가 없는데도 손님이 몰리는 집만 몰리는 것을 보면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물론 손님이 몰리는 가게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때에는 가게의 출입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가의 출입문은 사람이 많이 왕래하고 머무는 쪽에 내야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동쪽이나 남동쪽, 혹은 남쪽 출입문이 좋다고 해 주변 지형과 환경을 무시하면 안 된다. 북쪽으로 사람의 왕래가 많으면 당연히 가게 문도 북쪽을 향해야 한다.

또한 상가는 직사각형 형태가 좋다. 또한 도로에 접한 출입문 면이 짧고, 안쪽으로 길어야 장사가 잘된다. 일반적으로 도로에 접한 면이 길수록 전시 물건이 많아 손님들의 눈길을 끌 수 있어서다. 반대로 면이 길고 깊이가 짧은 상가는 생각처럼 장사가 잘 안 된다. 손님이 가게에 들어와도 내부 길이가 짧은 탓에 상품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더군다나 물건을 보기 위해서는 출입구 쪽을 바라봐야 하는데, 이때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도 있다. 장사를 잘 하려면 가게에 들어온 손님이 물건을 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풍수지리 인테리어까지…

사무실 역시 풍수지리 인테리어를 활용하고 있다. 흔히 사장의 집무책상 위치는 사장실을 회사 안 어느 곳에 두느냐보다 사운社運에 더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속설이 있다. 기氣가 우수한 곳에 책상을 두면 사장의 건강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정신이 늘 맑고 총명해 경영상 필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 유리하다는 거다.

임직원에게 좋은 사무환경도 알아둘 만하다. 일단 책상을 길한 위치에 둬야 한다. 건물이 들어선 땅의 지형은 지대가 높은 곳(산)이 뒤쪽이고 지대가 낮은 곳(물)이 앞쪽에 해당한다. 책상은 지대가 높은 곳을 등지고 낮은 곳을 향하는 배산임수로 배치하는 것이 좋다. 창을 등지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뒤쪽이 항상 불안하고 재물운이 창문을 통해 빠져나갈 염려가 커서다.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창을 등진 것보다 뒤가 든든한 벽을 등진 책상 배치가 유리하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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