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윳값 미스터리

▲ 재고가 쌓이고 원유기본가격이 인하됐지만 소비자가격은 요지부동이다.[사진=뉴시스]
원유기본가격이 하락해도 소비자가격은 요지부동이다. 그렇다고 우유의 수요가 공급을 훌쩍 뛰어넘는 것도 아니다. 우유제품의 소비량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우리는 왜 합리적인 가격의 우유를 먹지 못하는 걸까. 어디에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우유가격의 미스터리를 살펴봤다.

10월 1일 ‘나100%우유’를 포함한 서울우유 일부 제품의 가격이 인하됐다. 지난 6월 원유의 기본가격이 떨어진 후 처음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 측은 “5개 대표 품목의 납품가격을 인하한다”면서 “대형마트 기준으로 권장 소비자가격이 40원에서 최대 100원까지 인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유업계를 대표하는 서울우유가 소비자가격 인하라는 용단을 내렸지만 또다른 대표업체인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매일유업이 지난 9월 일부 저지방제품의 가격을 내리긴 했지만 그건 저지방우유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캠페인 차원이었다. 원유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기다렸다는 듯 우유가격을 올리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유 소비자가격이 본격적으로 논란을 일으킨 건 원유가격연동제(2013년 8월) 도입 이후 처음으로 원유기본가격이 인하된 올 6월부터다. 당시 낙농진흥회는 원유기본가격을 지난해보다 18원 인하된 L당 922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5월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우유 생산비 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 생산비(L당 763원)는 2014년(L당 796원) 대비 33원 하락했다. 그러자 낙농진흥회는 ‘원유가격조정협상위원회’를 설치하고 한 달여간의 협상 끝에 ‘원유기본가격 L당 18원 인하’라는 결론을 내렸다. “안정적인 생산기반 확보를 위해 인하 조정을 최소화(16.2원)해야 한다”는 생산자 측과 “수입 유제품과의 시장경쟁력 확보, 수급상황 등을 고려해 인하조정액을 최대화(19.8원)해야 한다”는 수요자 측 의견을 수렴ㆍ조정한 결과다.

▲ 낙농진흥회는 원유가격연동제 이후 처음으로 원유기본가격을 내렸다.[사진=뉴시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원유기본가격이 떨어졌지만 소비자가격은 되레 상승곡선을 그렸기 때문이다. 원유가격연동제 직후인 2013년 9월, 종이팩에 든 IL 우유 소비자가격은 2300원대였다. 서울우유는 2364원, 남양 맛있는우유GT와 매일우유 ESL은 각각 2341원, 2368원이었다. 하지만 2년 만인 지난해 9월 우윳값은 2500원대로 뛰었다. 서울우유와 매일우유 ESL이 2576원으로 같았고, 남양 맛있는우유GT만은 2561원이었다. 그리고 올해 또 소폭 올라 2576원이던 서울우유와 매일우유 ESL 가격이 2583원을 기록했다. 3년 만에 3개 업체의 우윳값이 약 9% 오른 거다.

우유는 남아도는데…

그렇다고 우유 수요가 우유 공급량을 훌쩍 뛰어넘어 소비자가격이 상승한 것도 아니다. 최근 몇년간 우유 소비량은 감소세를 면치 못했고, 재고량은 갈수록 늘어났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2013년 평균 10만726t이던 우유 재고량은 올 1~5월 누적 23만6212t으로 크게 늘어났다. 추세대로라면 올해 우유 재고량은 56만t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우유 재고는 쌓이고 있지만 내려올 줄 모르는 소비자가격 탓에 우유는 우유대로 남아돌고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비싼 값에 우유를 먹고 있는 셈이다.

한국소비자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원유 수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지 않다보니 시장에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우유 소비를 확대하고 재고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우유 가격 인하는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우유의 소비자가격이 웬만해선 하락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조석진 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장은 유업체들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원유가격이 내려가면 소비자가격도 내려가는 게 이치상으로는 맞다. 그런데 그 기준이 모호하다. 원유가격이 L당 18원 인하됐지만 이것을 소비자가격으로 환산하면 사실 시장에서 인하되는 가격은 얼마 되지 않는다.” 가격을 내려봤자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보니 유업체들이 가격 인하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거다.

하지만 소비자가격에 반영하지 않는 원가 인하분은 고스란히 유업체들의 이익증가로 이어진다. 결국 유업체들이 자신들 곳간만 채우다보니 우윳값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 거다. 조 소장은 끝으로 유업계에 일침을 놨다. “가격 선도기업인 서울우유가 가격을 인하했으니 나머지 업체들도 따라서 가격을 내리긴 할 거다.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이번에도 애먼 소비자만 피해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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