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老人-오랜 경험, 깊은 지혜 展
아프리카에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속담이 있다. 노인의 오랜 경험과 깊은 지혜를 도서관에 비유한 속담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노인老人-오랜 경험, 깊은 지혜’ 전시회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특별하지만 또 평범한 노인 4명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농부 임대규(82)씨는 59년간 공책과 달력에 자신의 일상을 기록했다. “농사를 짓기 위해 처음 기록을 시작했다”는 임씨가 그렇게 기록한 공책과 달력은 방 두칸에 보관할 정도로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1952년의 농사일기부터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록한 달력도 볼 수 있다.
시계수리공인 오태준(82)씨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100년이 넘은 망치로 시계를 수리한다. “나보다 망치 나이가 더 많아요.” 아버지에게 망치를 물려받은 오씨는 ‘드라이버’ ‘줏대’가 아들에게도 물려지기를 바란다.
이경주(72) 씨도 아버지의 가업과 기술을 물려받아 재단사로 평생을 살았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그는 여전히 손님이 만족할 수 있는 양복을 제작하는 일이 시험 보는 것 같다. “옷을 다 만들어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일이 꼭 시험보고 점수를 기다리는 것 같지 뭐야.” 하도 써서 대나무 곡자는 자꾸 갈라진다. 그래서 이씨는 쇠로 된 것을 사서 쓴다.“기술이라는 건 끝이 없어. 60년도 더 했는데 아직도 나는 완성되지 않았지. 나는 지금도 배우고 있는 게 많아.” 대장장이 박경원(79)씨는 일하는 게 가장 행복하다. 하루 종일 일하다보면 딴 생각할 겨를이 없고, 도끼를 만들어서 자루에 딱 끼우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전시에는 4명의 노인들이 평생을 사용해온 ‘모루’ ‘드라이버’ ‘곡자’ 등 손때 묻은 도구와 달력일기 등의 기록물이 소개된다. 객원 큐레이터도 실버 지하철 택배원 조용문(76)씨가 맡았다. 전시장 내 영상실에선 노인이 직접 제작한 영화도 상영된다. 박종익(65)씨가 제작한 ‘어머니! 오야!’와 변영희(69)씨가 만든 ‘우리집 진돌이’는 서울노인영화제에서 각각 우수상(2013)과 대상(2014)을 수상한 작품이다. 노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노인 문제를 엿볼 수 있다. 이밖에 노인으로 이뤄진 밴드의 공연, 시니어 바리스타 커피 시음회도 준비돼 있다. 전시는 11월 8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Ⅱ에서 만날 수 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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