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 서울시가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 일대를 자동차 산업단지로 개발 중이다.[사진=뉴시스]
“자동차가 궁금하면 장안평으로 가라.” 서울시 성동구 장안평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메카였다. 안타깝게도 시설이 노후화하고 온라인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대규모 자동차 산업단지로 변신을 준비 중이다. 그 시작은 ‘서울자동차 페스티벌’이다.

10월 8일, 서울 한복판에서 자동차 축제가 열린다. ‘서울자동차 페스티벌’이란 이름의 행사다. 올해가 첫번째 개최인 만큼 낯설게 느껴지지만 행사의 콘텐트는 소비자와 가깝다. 소비자는 다양한 중고차를 할인된 가격에 만날 수 있다. 각종 자동차 부품과 용품도 한자리에서 구입할 수 있다. 볼거리도 다양하다. 튜닝카 전시는 물론 우리가 평소에 접하기 힘든 슈퍼카와 올드카의 퍼레이드도 예정돼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다양한 캠핑카와 해외 튜닝 바이크 등도 전시된다.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RC카 대회와 레이싱 모델 출사대회도 열린다.

무엇보다 필자가 크게 의미를 두고 싶은 건 개최 장소다. 서울시 성동구 장안평. 이곳은 1979년 11월 중고차 매매시장이 조성된 이후 자동차 시장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영등포, 노량진 등 곳곳에 흩어져 있던 중고차 매매업체들이 장안평으로 속속 모여들면서다. 아무리 오래된 자동차라 할지라도 부품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한마디로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메카’였던 것이다.

문제는 번영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는 점이다. 2000년대 들어 수도권 곳곳에 대형 중고차 매매단지가 조성되면서 장안평은 조금씩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온라인을 통한 중고차 거래가 활성화하고 일부 딜러의 ‘허위 매물’ 영업에 소비자가 발길을 끊었기 때문이다. 자동차 관련 명소가 많지 않은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에서 장안평의 몰락은 비극이었다. 1800여개의 중고차 매매, 부품, 정비업체에서 종사하는 5400여명의 삶도 위태롭게 됐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서울시가 강북 지역 개발의 일환으로 장안평을 꼽기 시작하면서다. 3년 전부터 TF팀을 조성해 관련 시설을 평가하고 업계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하더니 지난해에는 ‘장안평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말 자동차 산업지원센터 기공을 시작으로 오는 2021년이면 장안평은 세계에서 으뜸가는 첨단 자동차 산업복합단지로 변신할 예정이다. 우선 40년 가까이 된 중고차 매매센터를 완전히 새로 짓는다.

현재 부품업체 1100여개가 밀집한 상가는 진열공간과 물류시설이 매우 부족하다. 서울시는 공간 확충과 함께 수출지원센터를 도입해 자동차부품 수출의 거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매매장과 경매장, 각종 업무시설, 자동차 방송을 위한 스튜디오, 박물관도 들어선다. 거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성능점검 기록부와 주행거리 등의 자료를 취합한 ‘중고차 매매 통합정보시스템’도 구축한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시비 200억원, 민간투자 5300억원, 중앙부처 예산 42억원 등 총 554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기존의 중고차 매매, 정비, 부품은 물론이고 자동차 튜닝과 리사이클링 등 다양한 자동차 애프터마켓의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된다는 얘기다. 이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첫 행사가 바로 서울 자동차 페스티벌이다. 이번 행사에 ‘장안평 역사관’이 포함된 것도 그래서 의미가 있다. 이 역사관은 장안평이 자동차의 대표 영역으로 시작된 배경과 지금까지 거쳐온 과정을 담을 예정이다.

일회성에 그치는 게 아닌 자동차 산업복합단지로 거듭나는 장안평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연속 행사인 셈이다. 5년 뒤에는 장안평이 외국 관광객에게도 꼭 거쳐야 하는 명소로 성장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부디 많은 시민이 찾아와 이 역사적인 축제의 시작을 함께 즐기기 바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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