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7월 세수 어떻게 늘었나

▲ 올해 국세수입이 지난해보다 20조원가량 늘었다. 하지만 양극화의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구룡마을에서 바라본 타워팰리스의 모습.[사진=뉴시스]
경제성장률 2%대. 수출과 내수는 동반 침체. 기업의 실적은 떨어지고 가계는 빚에 허덕인다. 2016년 한국경제의 자화상自畵像이다. 그런데 여기 미스터리한 통계가 있다.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올 1~7월 세수稅收가 전년 동기 대비 20조원이나 늘었다. 어찌 된 일일까. 잘 사는 사람 더 잘 벌고, 못 사는 사람은 더 피폐해진 결과다.

한국경제가 칠흑 같은 ‘불황 터널’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계ㆍ기업ㆍ정부 등 경제주체들은 갈수록 활력을 잃고 있고, 우리나라 경제 전반의 상황을 말해주는 경제지표는 경고음을 연일 울리고 있다. 경제성장률의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는 건 대표적 위험신호다. 2012년 2.3%까지 곤두박질쳤던 경제성장률은 2014년 3.3%로 반짝 반등한 것을 제외하곤 줄곧 2%대를 맴돌고 있다.

3.9%까지 오를 것(한국은행 전망치)이라던 2015년 경제성장률도 실제론 2.6%에 그쳤다. 기관이든 전문가든 쉽게 예상하지 못할 만큼 경제가 악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 전망도 불투명하다. 정부와 한국은행을 비롯한 공공기관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3%대로 반등할 거라는 전망을 내놨지만 LG경제연구원ㆍ현대경제연구원 등 민간연구기관들은 2%대를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예측했다. “2030년에는 경제성장률이 1%대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은 민간연구기관도 있다.

한국경제가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수출부진’이다. 한국무역통계에 따르면 2015년 수출액이 전년 대비 8.0% 감소한 데 이어 올해 수출액도 같은 기준으로 8.8% 줄었다. 그렇다고 내수가 받쳐주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3년 71.6점(100점 만점)이었던 소비생활만족도 점수가 지난해 63.8점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내수가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가계부채 탓이다. 지난해 가계부채는 1200조원을 돌파했다. 국민 1명당 약 2500만원의 부채를 끼고 사는 셈이다. 더구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대출은 144.2%에 달한다. 소득보다 대출이 많다는 얘기인데, 이런 상황에서 내수시장에 활력이 깃들긴 어렵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가 늘고 소득은 제자리인데 소비가 늘리 없다”면서 “결국 내수경제 침체는 기업실적 악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여기 이상한 통계가 하나 있다. 모든 경제지표엔 ‘빨간불’이 번쩍 켜졌는데, 유독 국세수입만 ‘나홀로 증가세’를 띠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 동향 9월호’에 따르면 올해 1~7월 누적 세수稅收는 약 155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걷힌 135조3000억원가량보다 20조1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법인세의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법인세는 전년 동기 대비 6조2000억원 늘었고, 증가율은 25.8%에 달했다. 같은 기간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도 5조9000억원 증가했다. 세수가 증가했다는 건 그만큼 실적과 소득이 늘었다는 얘기다. 전례 없는 불황에 한국경제가 ‘불황터널’에 갇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스터리한 결과다.

장상환 경상대(경제학) 교수는 “경기가 신통치 않은데, 세수가 늘었다는 건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세무학) 교수는 “소득세와 법인세에 누진세율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통계가 나온 것”이라면서 “특히 법인세의 대부분을 대기업이 납부하고 있어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세수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수 증가의 이유가 ‘양극화’라는 걸 보여주는 통계는 수없이 많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지난해 실적 차이를 살펴보자.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지난해 코스피ㆍ코스닥 상장기업의 실적 자료(12월 결산)를 보면, 코스피 상장기업의 세전稅前 순이익은 총 63조3169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9조9599억원 증가한 수치로 증감률은 18.7%다.

반면 코스닥 상장기업의 지난해 세전 순이익은 총 5조1195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감액 -4643억원, 증감률 -8.3%를 기록했다. 대기업의 실적은 증가한데 비해 중소기업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셈이다. 역으로 돌려보면, 대기업의 실적 증가가 세수를 증가시켰다는 얘기다. 김우철 교수는 “코스피 기업은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허리띠를 졸라매 수익성을 높이려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그 과정에서 하청업체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데, 그 탓에 중소기업의 실적은 되레 악화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1~7월 세수 20조원 늘었는데…

소득세도 마찬가지다.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소득 5분위 배율(소득상위 20%층의 소득을 하위 20%층의 소득으로 나눈 값ㆍ숫자가 1에 가까울수록 평등)을 보면 2012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5분위계층(상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821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반면, 1분위계층(하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139만6000원으로 같은 기간 6.0% 감소했다.

김 교수는 “중산층 이하의 근로소득은 정체된 반면 고소득층의 소득은 계속 늘고 있다”며 “양극화를 하루빨리 해소하지 않으면 한국사회 전체가 ‘불균형 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늘어난 국세수입, 나라곳간이 채워져 다행이지만 이면을 들춰보면 안타까운 현실이 숨어 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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