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한계가구의 재무설계

▲ 부채상환에 허덕이고 있는 한계가구가 134만 가구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등장했다.[사진=아이클릭아트]

빚은 빚을 부른다. 부채 상환에 허덕이다 생활비 부족 등으로 더 큰 빚을 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가계부채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에 비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넉넉한 월 소득에도 부채 상환에 허덕이고 있는 이미영(가명ㆍ38)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빚이 없는 가계는 거의 없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부채를 보유한 가구는 전체의 64.3%에 달했다. 가구당 평균 부채액은 9614만원을 기록했다. 10가구 중 6가구가 9614만원의 빚을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한계가구도 134만 가구를 넘어섰다. 문제는 빚이 빚을 부른다는 점이다. 부채를 갚거나 부족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또다른 빚을 내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경기도 용인에 살고 있는 이미영(가명ㆍ38)씨가 지금 그런 처지다. 10살, 5살 두딸을 두고 있는 이씨는 외벌이 가정이다. 남편은 식품 대기업 과장으로 일한다. 월 소득은 398만원, 비교적 넉넉한 편이다. 하지만 이씨 가계의 재무상황은 신통치 않다. 이씨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이씨의 가정의 월 소득은 398만원, 소비성 지출로는 두 딸의 교육비로 매월 63만원을 사용하고 있다.

첫째 아이에게는 논술학원ㆍ피아노학원ㆍ영어학원ㆍ학습지 등으로 44만원이 든다. 둘째 아이에겐 어린이집 비용으로 19만원 정도를 지출하고 있다. 이씨와 남편, 큰 딸의 통신비로는 매월 29만원을 쓴다. 여기에 관리비(20만원), 교통비(9만원), 생활비(80만원), 남편 용돈(30만원), 이씨 용돈(20만원), 기타(10만원) 등 월 261만원을 소비성 지출로 사용하고 있다.

비소비성 지출로는 가족의 보험료로 30만원을 쓰고 있다. 종합해보면, 이씨 가계의 월 지출은 291만원. 남편 월 소득이 398만원이니까 잉여자금은 107만원이다. 매월 100만원의 저축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씨 가계가 적자에 허덕이는 이유는 뭘까. 답은 간단하다. 가계부채 때문이다. 이씨 가계의 부채가 발생한 건 5년 전 아파트를 장만하면서부터다. 이씨는 2012년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은행에서 1억원을 빌렸다.
연 이율은 2.0%, 상환기간은 15년. 원리금균등상환으로 매월 64만원을 갚고 있다. 하지만 다음해 남편이 건강을 이유로 퇴직을 하면서 또다른 부채가 발생했다. 퇴직금으로 생활을 해야 했지만 기존 소비습관을 고치지 못한 탓이었다. 소득은 없는데 지출은 그대로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용대출을 이용하게 됐다. 처음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300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첫아이가 초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지출은 늘어났고 궁여지책으로 500만원을 더 빌리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이씨가 이런 가계의 재정상황을 남편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데 있다. 허리띠를 졸라 매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어나는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신용카드 지출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아버지가 암수술을 받았고, 부채는 더욱 증가했다.

수술비를 지원하면서 신용카드 연체를 갚기 위해 캐피털을 이용해 2000만원을 더 빌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씨가 상환하고 있는 부채 상환액은 주택담보대출 62만원, 신용대출(300만원ㆍ연 이율 9.0%, 500만원ㆍ연 이율 13.0%) 24만원, 캐피털 신용대출(2000만원ㆍ연 이율 19.0%) 64만원 등 152만원에 달한다. 그 결과, 107만원의 흑자였던 가계재정은 45만원의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이씨 가계의 지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교육비와 생활비 지출이다. 하지만 두 항목을 줄이는 일은 쉽지 않다. 아이가 커가면서 식비ㆍ의류비ㆍ교육비 등이 계속해서 증가하기 때문이다. 결국 대출을 상환해 지출을 줄이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이씨의 재무설계는 가계의 재무상황을 남편에게 알리는 것에서 시작했다. 가계의 재무상황은 가족 구성원, 특히 부부가 함께 공유해야 한다. 수입과 지출에 관한 사항을 모두 알고 있어야 안정적인 가계운영이 가능하다.

무서운 빚의 경제

이제 부채를 해결하는 방법을 보자. 사실 가족에게 돈을 빌려 낮은 금리로 돈을 갚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시아버지가 큰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육책으로 은행대출이나 대환대출을 통해 부채를 탕감할 수 있지만 이씨 가계는 기존 대출이 많아 이마저도 어렵다. 그래서 이씨는 남편이 다니는 회사의 사내대출제도를 활용하기로 했다. 직원의 복지증진 차원에서 운영되는 사내대출은 이율이 시중 금융권보다 낮고 상환기간을 비교적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연봉에 따라 대출금액이 결정되기 때문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빌릴 수도 있다.

이씨는 남편의 사내대출(2800만원ㆍ연이율 3.0%)을 이용해 기존 대출을 모두 상환하기로 결정했다. 상환기간은 자녀의 성장에 따른 교육비, 미래준비비용 등을 감안해 7년으로 잡았고, 상환금액은 기존 88만원에서 37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아울러 이씨와 남편의 용돈도 각각 10만원씩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마련한 잉여자금 46만원은 단기적금 20만원과 자녀들의 교육비 자금 마련을 위한 비과세 상품(20만원) 가입에 사용할 계획이다. 사실 이씨 가계는 남편이 대기업에 다니지 않았다면 부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빚의 경제가 얼마나 무서운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천세이 한국경제교육원 책임연구원 Sayi_8901@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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