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올드보이’, 구관이 명관일까
‘돌아온 올드보이’, 구관이 명관일까
  • 성태원 대기자
  • 호수 209
  • 승인 2016.10.05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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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근 현대상선 새 사장

해운 전문경영인 유창근(63)씨가 9월 29일 2년 반 만에 현대상선 선장으로 컴백했다. 난파 직전의 현대상선이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된 지 두달 만이다. 이날 대표이사로 확정되자 그는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다해 세계 초일류 선사로 도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대상선 구원투수로 재등판한 그가 달라진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마침내 ‘구관이 명관’이란 얘기를 듣게 될지 주목된다.

▲ 유창근 현대상선 신임사장 앞에는 재무구조 개선, 경쟁력 회복 등 많은 경영 과제가 놓여 있다.[사진=뉴시스]
유창근 사장이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에 현대상선 대표이사 사장직을 또 맡았다. 친정 회사 선장자리에 두번째로 올랐으니 영광일 법도 한데 사정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의 앞에는 큰 풍랑이 기다리고 있다. 새 주인 산은 밑에서 현재의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현대상선을 한국의 대표 국적선사로 자리잡게 해야 한다는 커다란 부담을 안고 출발하게 됐다. 과연 그가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 40년 풍상風霜을 견뎌 온 현대상선을 순항시킬지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의 친정인 현대상선은 1976년 아세아상선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해 한때 세계 8위 해운선사로 맹활약했다. 정주영~정몽헌~현정은 회장으로 이어져온 현대그룹 시절엔 주요 계열사로서 당당하게 세월을 보냈으나 지금은 사정이 확 달라졌다. 지난 8월부터 산업은행을 새 주인으로 모시고 더부살이를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해운 불황과 유동성 위기라는 거센 파고波高를 넘지 못한 현대그룹이 자존심도 버리고 자식을 살리는 심정으로 빚쟁이 손에 현대상선을 넘기고 말았기 때문이다.

유 사장을 기다리고 있는 풍랑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민간기업 오너 회장이 아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의중에 따라 경영을 하게 됐다는 점이 꼽힌다. 특히 산업은행의 눈치를 보게 됐는데 이는 국민이나 정부의 뜻을 올바로 살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대우조선해양처럼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다. 민간기업 현대상선 사장 때(2012년 11월~2014년 3월)는 물러나면 그만이었지만 앞으로는 문제가 있을 경우 두고두고 추궁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구원투수로 재등판한 친정 회사 분위기가 그리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점도 그가 풀어야 할 숙제다. 대우건설 CEO처럼 낙하산 인사라는 얘기는 들리지 않지만 앞선 사장 시절 경영위기 극복에 별로 기여하지 못했던 그에게 어떻게 다시 CEO를 맡기느냐는 회사 안팎의 지적이 있는 건 사실이다. ‘구관이 명관’이라 하기에는 실적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유 사장 1차 재임기간은 2012년 11월~2014년 3월의 약 1년 반이었다. 따라서 온전히 그의 경영 성적으로 볼 수 있는 2013년 실적은 매출 7조687억원, 영업 손실 3627억원, 당기순손실 7140억원이었다.

취임 직전이던 2012년 실적은 매출 8조469억원, 영업손실 5096억원, 당기순손실 9886억원이었다. 흑자 전환은 고사하고 적자폭을 별로 개선시키지도 못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유 사장 때였던 2013년 12월부터 현대상선의 자구안 마련이 본격화됐다는 점도 이런 분위기 조성에 일조하고 있다.

친정 회사 구원투수 재등판

이번 선임 과정에서 이런 얘기들이 불거져 나왔다. 하지만 그 당시 해운 불황의 파고가 너무 높아 그로서도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다며 인선 관계자들이 양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 시민들 중 그가 공기업인 인천항만공사 사장직을 중도 사임하고 현대상선 사장으로 옮긴 것을 비판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도 꺼림칙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그가 현대상선 사장에 성공적으로 컴백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컨테이너 사업 전문가란 점, 현대상선 내용을 잘 아는 내국인이란 점, 공기업 사장 경험이 있다는 점 등이 꼽히고 있다. 당초 현대상선 경영진추천위원회는 해외 해운전문가를 CEO로 초빙하는 데에도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외국전문가는 연봉이 비싸고 커뮤니케이션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 등이 부각됐다. 해운업이 국가 기간산업인데다 국적 선사 현대상선을 외국인에게 맡기기 어렵다는 여론도 한몫했다. 결국 9월초 국내 후보자들 중 유창근 후보로 결정이 났다. 컨테이너 사업 경험이 많고, 영어 실력이 좋으며, 해외 네트워크도 탄탄하다는 점 등이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2012년 1차 구원투수 등판 때도 이루지 못했던 실적개선(흑자전환)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재등장했다. 현대상선은 전 사주社主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제 살을 깎는 노력과 산은 등 채권단의 출자전환(약 7000억원) 등에 힘입어 경영여건이 많이 개선되긴 했다. 1000%대를 오르내렸던 부채비율도 200% 수준으로 떨어져 큰 호재가 됐다.

하지만 올 상반기 경영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매출 2조2347억원에 영업손실이 무려 4169억원에 달했다. 재무구조 개선으로 인한 이익 확충, 전통적으로 해운 성수기인 3분기 실적 상승 기대감,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인한 반사이익 등이 향후 호재라지만 실적으로만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유 사장은 9월 2일 사장 후보로 결정된 그 다음날(9월 3일)이 주말인데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상선에 들러 현황을 챙기는 등 경영재건에 큰 의욕을 보였다. 9월 7일엔 인천항만공사 사장 이임식을 갖고 직에서 물러났다. 9월 8일부터는 현대상선 업무 파악에 본격 나서면서 경영정상화 전략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간간히 언론을 통해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현대상선의 경쟁력 회복에 최대의 주안점을 두겠다. 당장 노선 점유율을 높이기보다는 화주들과의 신뢰 관계 회복이 우선이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물류대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재무구조 개선으로 가능해진 선박펀드 활용 계획에 대해선 “아직 없다”고 말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접어야 했던 사업 재구축도 그에게 주어진 숙제다. 현대상선은 2013년부터 자구안 이행 차원에서 LNG사업부, 벌크전용선사업부 등 알짜 사업부를 매각해왔다. 그 결과 벌크선 비중은 20% 수준으로 떨어졌고 컨테이너선 비중은 80.0%로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유 사장의 경력이 돋보였다.

경영 개선, 해운 한국 이끌까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인한 국내 해운시장의 충격 완화 역할도 피할 수 없게 됐다. 9월 28일엔 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라인이 한국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인수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돌아 분분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해외 매각 가능성은 없다”고 부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진해운 우량 자산 인수, 대체 선박 투입을 위한 용선 협상 등에도 계속 신경 쓰게 됐다.

한국의 유력 업종 중 해운업만큼 부침이 심했던 업종도 드물다. 그러면서도 ‘수출 한국’의 첨병 역할을 맡아 세계 5위 해운국으로 발돋움했다. 해운이 한국의 수출 10대 품목에 항상 포함돼 자부심도 대단했다. 이제 한진해운의 몰락으로 세계 3위 해운국 도약까지 꿈꿨던 한국 해운도 가라앉고 말 것인가. 현대그룹 품을 떠나 공기업인 산은 그늘로 오자마자 한국 해운의 대표 선수로 거론되고 있는 현대상선을 그가 어떻게 몰고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l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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