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양극화❸ 부동산 양도소득세 증가 이유

“조물주보다 위대한 게 건물주.” 갓물주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건물주가 신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뜻으로 부동산 불패신화를 풍자한 신조어다. 정부가 펼친 친親부동산정책이 집값을 크게 올렸기 때문이다.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세금으로 정부의 살림살이도 나아졌다.

▲ 정부의 살림이 나아진 원인 중 하나는 '양도소득세 증가'다.[사진=아이클릭아트]

정부의 1~7월 세수稅收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특히 소득세가 41조4000억원으로 전년(35조5000억원) 대비 5조9000억원이나 늘었다. 기획재정부는 그 원인으로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꼽았다. 부동산을 매매할 때 발생하는 차익에 부과하는 양도소득세가 크게 증가했다는 거다.

이상한 일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매매시장은 지난해보다 주춤한 분위기라서다. 올해 상반기 주택매매 거래량은 총 46만8000건. 61만1000건이었던 지난해보다 23.4%나 줄었다. 이유는 양극화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집값은 0.1% 상승했다. 이중 수도권 거래량은 지난 5년 평균보다 18.6% 늘어났고, 매매가격은 0.3% 올랐다. 반면 지방 거래량은 5년 평균보다 16.4% 감소했고, 집값은 0.2% 내려갔다.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매매시장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7월 기준 서울 지역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67대 1로 전년 동기 10.76대 1과 비교해 6배 이상 증가했다. 경기 지역도 10.93대 1 경쟁률을 기록,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많았다. 특히 지난 3월 말 분양한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3.3㎡(1평) 당 평균 3944만원’이라는 고분양가에도 33대1의 청약경쟁률로 조기 마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지방에서는 청약접수를 받은 51개 단지 가운데 16개 단지가 미달됐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청약 제로’를 기록할 정도로 신청자가 적었다. 강남 재건축 등 일부 돈이 되는 상품에만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시장이 좋지 못한데도 올 상반기까지 세금이 잘 걷히는 ‘미스터리’의 원인은 부자들의 부동산 쇼핑에 있었다는 거다.

 
부동산 시장이 양극화 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때문이다. 2014년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집값을 띄워 경기를 살리겠다며 주택담보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고 전매제한을 풀었다. 또한 분양가상한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유예를 연장했다. 여기에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 1%대로 내려가면서 대출금을 낀 시중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렸다.

부자들은 부동산서 ‘쇼핑’

그러는 동안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으로 떠올랐다. 2014년 1085조원이던 가계부채는 지난해 1200조원을 돌파했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연말에는 1300조원을 가뿐히 넘어설 전망이다.

정부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며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LTVㆍDTI 규제 강화, 분양권 전매 제한, 청약 자격 강화, 집단대출 시 소득심사 강화 등 시장에서 언급한 실효성이 큰 핵심 대책은 모두 빠졌다. 그사이 지방 부동산 시장은 훈풍을 타고 건설사들이 쏟아낸 분양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미분양이 속출했고 일부 인기 지역에만 자금이 몰린 것이다.

그럼에도 쏠쏠한 세수 맛을 본 탓일까. 정부는 이런 흐름을 당분간 잇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가장 최근 나온 8ㆍ25 가계부채대책이 주택공급 축소를 골자로 했기 때문이다. 주택공급이 줄어들면 기존 주택의 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 양도소득세도 늘어날 게 불보듯 뻔하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정부는 집값 올리기에만 정책 역량을 집중해 집을 가진 부자들의 부를 늘렸다”면서 “그 이면에는 내집 마련의 꿈은 멀어지고 급등한 임차료로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면서 고통이 심화된 무주택자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양도소득세가 늘어 곳간을 채운 정부가 웃고만 있을 때는 아니라는 일침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