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S홀딩스로 본 유사수신의 리스크

피해액 1조960억원, 피해자 1만2076명. 제2의 ‘조희팔 사건’으로 불리던 유사수신업체 IDS홀딩스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검찰은 ‘신속한 수사로 피해 규모를 줄였다’고 자찬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이 사건은 2014년에 불거졌고, IDS홀딩스는 재판 과정에서도 ‘배짱 영업’을 멈추지 않았다. ISD홀딩스 사건을 통해 유사수신의 리스크와 허점을 살펴봤다.

▲ IDS홀딩스 사건의 피해액이 1조9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사진=뉴시스]

제2의 ‘조희팔 사건’으로 불리는 IDS홀딩스 사기사건이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의 구속으로 일단락됐다. 2011년 IDS홀딩스는 “홍콩 FX마진(해외통화선물) 거래를 통해 수익을 내주겠다”면서 투자자를 끌어 모았다. FX마진거래는 두 나라의 통화를 동시에 거래하면서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익 수익을 활용하는 외환 거래다. 소액의 증거금만 맡기면 보유 금액의 수십배까지 거래를 할 수 있어 적은 투자금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일종의 레버리지 효과를 노린 투자라는 얘기다.

IDS홀딩스는 FX마진거래를 첨단금융기법으로 소개하면서 ‘1년 후 원금지급’ ‘월 2.0%, 연 24.0%의 고수익 보장’ 등의 문구로 투자자를 현혹, 불법 다단계 영업을 했다. 검찰은 지난 9월 2일 IDS홀딩스 본사를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ㆍ장부 등 주요 증거물을 확보했고 같은달 21일 김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IDS홀딩스는 2011년부터 올 8월까지 1조960억원을 가로챘다. 피해자 규모는 1만2076명에 달했다. 그사이 4843억원을 돌려 막기로 사용했고 다단계 모집책에게는 2562억원을 수수료로 지급했다.

 

검찰은 “매달 지급할 수익배당이 400억원 넘는 상황이었지만 보유하고 있는 금액은 890억원에 불과했다”며 “사무실 금고에서 현금 209억원을 압수하고 계좌에 보관된 피해액 681억원을 지급정지 하는 등 총 890억원 상당의 피해액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한 피의자 유죄판결 직후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신속한 수사로 추가 피해를 방지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검찰의 늦장 수사로 피해가 더 커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계추를 2014년 9월로 돌려보자. IDS홀딩스는 당시 검찰에 기소됐다. 유사수신(돌려막기) 행위 때문이었다. 관련법에 따르면 해외 금융투자업자와 거래하려면 국내 투자중개업자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투자중개업자 자격이 없는 IDS홀딩스는 해외 금융투자업자와 거래를 했다. 재판 결과는 유죄. 지난해 5월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고 올 1월 2심에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8월 29일 대법원에서도 유죄로 판결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소송을 건 피해자에게 원금 등 730억원을 돌려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이 기간 ISD홀딩스는 건실한 기업으로 포장됐다.

유죄 판결에도 배짱영업

‘IDS홀딩스의 자회사인 IDS에너지 USA가 미국 셰일가스 시추 사업에 진출했다(7월)’ ‘홍콩법인이 인도네시아 누산타라 증권을 인수해 현지 시장에 진출한다(9월)’ 등 좋은 소식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게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 측의 주장이다. 홍성준 약탈경제반대행동 사무국장은 “IDS홀딩스의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2014년”이라면서 “당시 피해액은 733억원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과 검찰의 안일한 대처가 피해액을 1조960억원으로 키운 것”이라며 “그사이 IDS홀딩스는 홍보와 영업에 열을 올렸고 피해규모가 더 커졌다”고 꼬집었다.

▲ 금융 당국과 검찰의 안인한 대응이 유사수신범죄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ISD홀딩스와 같은 유사수신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관련 범죄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년 83건에 불과했던 유수수신 혐의업체 신고건수는 올 상반기 298건으로 3.5배 이상 증가했다. 비상장 주식투자, FX마진거래, 가상화폐, 협동조합 등 사기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문제는 IDS홀딩스 사건처럼 수사 또는 재판 중에도 사기행각을 벌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일례로 유사수신업체 VIK의 대표는 지난해 7000억원의 투자금을 불법적으로 모집한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그는 1심 재판 중 보석으로 풀려나 3000억원의 투자금을 추가 조성했고 VIK에 근무하던 직원들은 비슷한 업체를 만들어 “광산과 부동산개발업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식으로 불법영업을 계속했다.

금융당국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혐의 업체를 조사ㆍ감독할 권한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의 인가ㆍ허가를 받은 금융투자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영업정지와 같은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신고와 민원 사항이 접수되면 수사통보를 요청하는 게 유일하다”고 말했다.

다행히 최근 금융당국에 유사수신 행위를 조사ㆍ제재할 수 있는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될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많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조희팔 사건’부터 최근 발생한 ‘청담동 주식부자 사건’까지 유사수신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했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막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발견했을 때 추가 영업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만 마련했어도 피해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솜방망이 처벌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사수신 행위와 같은 사기 혐의로 처벌을 받아도 피해금액만 돌려주면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나기 때문이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IDS홀딩스도 같은 경우다. 홍성준 사무국장은 “유사수신업체는 조직폭력배 조직과 비슷하다”며 “대표를 처벌해도 다른 관련자가 상호만 바꿔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신규 피해자를 모집하거나 기존 피해자에게 손실을 복구해 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해 다시 영업을 한다”며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관련자 모두를 처벌해 조직을 완전히 와해시켜야 추가 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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