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양극화❷ 자영업계의 역설

▲ 자영업계는 죽는다고 아우성인데, 세금은 더 걷혔다는 이상한 통계가 나왔다.[사진=뉴시스]
자영업계는 매년 10곳이 개업해 8곳이 폐점한다. 자영업계 안팎에서 ‘죽지 못해 산다’는 곡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이상한 통계가 발표됐다. 자영업자들의 실적이 개선돼 세금이 더 걷혔다는 기획재정부의 통계 자료다. 어찌 된 일일까.

최근 불어닥친 조선업계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김상국(가명)씨. 대기업 재무부장 출신임에도 중소기업 임원 채용 공고에서 연거푸 떨어졌다. 벼랑에 몰린 그는 자영업이라도 해볼 마음에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돌아온 답변은 똑같았다. “꿈도 꾸지 마라. 죽지 못해 산다.”

자영업자들이 사선死線을 오르내리고 있다. 김현미(더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5~2014년에 자영업 창업은 연평균 약 100만건(총 967만건)이었지만, 폐업은 약 80만건(총 799만건)이었다.  자영업자 10명 가운데 8명이 제대로 자리를 못 잡았다는 얘기다.

또 다른 문제는 ‘대출’을 낀 자영업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제윤경(더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은행의 월별 개인사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49조7222억원이었다. 전년(222조9045억원) 대비 12.0% 늘어난 수치로 같은 기간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인 7.9%보다도 많다. 자영업자들의 입에서 “자영업 하지 말라”는 역설적인 곡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나타난 자영업계의 분위기는 다르다. 기재부는 “자영업자 종합소득세 신고실적 개선, 부동산 거래 활성화, 명목임금 상승 등으로 5조9000억원(누계) 증가했다”고 밝혔다. 종합소득세는 자영업자의 소득에 따라 달라진다. 신고실적이 개선됐다는 건 소득이 늘어 세금을 더 냈다는 의미다.

자영업계 안팎에서 “못 살겠다”는 아우성이 울리고 있는데, 어찌 된 걸까. 아쉽게도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기재부는 종합소득세 증가액 중 ‘자영업자 종합소득세 신고실적 개선’으로 인한 증가액이 얼마인지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연말 국세통계연감을 통해서만 내용을 밝힐 수 있다”면서 입을 닫았다.

다만 그 이유를 추정해볼 수는 있다.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크게 증가했을 가능성이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종합소득신고 대상자(374만9202명) 중 연간 사업소득이 8000만원 이상인 이들은 25만5028명으로 6.8%다. 하지만 이들의 신고소득은 전체 금액(74조8602억원)의 42.8%인 32조819억원에 달했다. 극심한 불황에도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들의 소득은 껑충 뛰어올랐고, 그 결과 세수가 증가했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문제는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들이 세금을 제대로 냈느냐는 점이다.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탈루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11~2015년에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누락한 소득은 5조7054억원, 탈루세액은 3조170억원에 달한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자영업계 양극화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런 가능성은 배제할 수도 없다”면서 “한편으로는 수치가 엉터리거나 다른 의도가 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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