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허리 몇 번 만진다고 골반이 제자리를 찾는 건 아니다. 사람 몸은 그리 간단치 않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어린이들은 자라면서 부모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강아지는 왜 짖어요?” “바닷속에 고기가 몇마리나 있어요?” 대답을 해주려 애쓰지만, 매번 답하기 쉽지 않다.

어릴 적은 염려거리보다 호기심이 많고 나이가 들면 호기심은 줄고 염려거리가 늘어난다. 이 시기가 되면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대로 생각하기 급급하다. 본인의 생각을 접고 살 수 있는 것은 주위에 숱하게 많은 전문가 덕분이다. 이들이 만든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시행착오 없이 제대로 살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것이다. 잘못된 생각은 아니다. 매번 당면한 사안을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해결하기엔 시간도, 정보력도 턱없이 부족해서다.

그래서 우리는 전문가의 의견을 그냥 듣거나 그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라 여기면서 살고 있다. 하지만 싸구려 정보가 넘치는 현실에서 질 좋은 정보를 골라 취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속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자신이 습득한 정보를 그냥 주려 하지 않는 데 있다. 이들은 상업적 이익, 비뚤어진 명예욕 등 두가지 목적이 달성될 때에만 정보를 푼다. 가장 쉬운 공략 대상은 고급 정보의 접근이 어려운 정보 소외층이다.

특히 의료ㆍ음식 등 건강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의 대중영합주의와 경거망동은 경계해야 한다. 포퓰리즘에 젖은 정치나 의료는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대표적 원인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TV에 나온 한의사의 예를 들어보자.

그는 배가 나오는 것을 나잇살로 규정하고 골반교정으로 허리 사이즈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좌우 골반의 높낮이와 돌출 부분을 찾아내더니 즉석에서 서혜부 근처의 인대를 만져 허리둘레를 줄이는 모습을 시연했다. 시술 전후 허리 사이즈가 달라지자 방청객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늘어놓았다. “골반이 틀어지면 냉, 대하, 자궁 근종, 질염 등 각종 여성 질환이 동반된다.” 집단 최면에서 벗어나 조금 영리하게 생각해 보자. 허리 몇번 만졌다고 골반이 제자리를 잡고 그 안으로 장기가 안착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오랜 세월 서서히 변형돼 일종의 적합성을 지니고 안정화된 골반의 위치가 그렇게 쉽게 달라질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하다면 우리는 평상시 작은 동작이나 행위에도 골반과 장기의 위치를 신경 쓰면서 살아야 한다. 잠깐의 시술로 허리사이즈가 준 이유는 간단하다. 평소에 건드릴 일 없는 인대를 주물러 댔으니 근육이 경직된 것에 불과하다. 자칫 오리 궁둥이가 되고, 골반이 틀어지며, 안짱다리가 될 우려도 있다.

고목古木은 가지 중간마다 큰 혹을 달고 살아간다. 절해고도의 노송老松은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젖혀진 채 수백년을 버틴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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