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계 빛과 그림자

요즘 떠오르는 유망 투자처 중 하나는 ‘수익형 부동산’이다. 하지만 알짜 부동산의 경우, 투자금이 수억원대에 이른다. 일반인으로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투자금액이다. 최근 지인끼리 소액을 모아 부동산 상품에 투자하는 ‘공동투자’가 유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른바 ‘빌딩계’인데, 전망이 밝은 만큼 리스크도 적지 않다.

▲ 여러 사람들이 돈을 모아 투자하는 공동 투자는 소액으로도 고가의 부동산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서울 서초구 방배동 198㎡(약 60평) 아파트에 살던 박경한씨는 얼마 전 100㎡(약 30평) 아파트로 이사했다. 기존 집을 팔면서 생긴 여유자금을 어떻게 굴릴지 고민하던 박씨는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기로 했다. 마침 괜찮은 매물이 시장에 나왔다. 선先임대 방식으로 은행이 들어선다는 점포였다. 

하지만 박씨의 여유자금은 점포를 살 만큼이 아니었다. 박씨의 자금으로 투자가 가능한 점포는 2칸인데, 은행이 들어서는 점포는 4칸이었다. 박씨는 묘안을 떠올렸다. 친구 2명과 함께 공동투자를 하기로 했다. 보증금과 월세는 투자금액 비율로 나누기로 합의했다.

초저금리 시대다. 자금을 모으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자금을 굴릴 곳도 마땅치 않다. 그나마 수익률이 높다는 수익형 부동산에 섣불리 투자하는 것도 리스크가 있다. 투자 규모가 워낙 커서다. 이런 경우에 박씨처럼 지인과 자금을 모아 원하는 상품에 투자하는 ‘공동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매입비, 관리비 등 투자 비용을 줄여 수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액으로 다양한 부동산 물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투자 금액이 줄고 다수가 참여하는 만큼 개개인이 부담하는 위험률도 줄어든다. 다소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다수의 견해를 따르고 노하우를 공유하면 투자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절세 효과도 있다. 재산세ㆍ종부세는 모두 개인별로 합산해서 과세를 하기 때문에 공동투자를 하면 자연스럽게 세금이 줄어든다. 보유기간이 2년 이상인 경우 6.0~38.0%의 누진세율이 적용돼 세금부담도 낮출 수 있다. 또한 처분단계에서는 양도 차익이 분산돼 양도세 절감효과가 있다.

친인척이나 지인의 자금을 모아 중소형 빌딩에 공동으로 투자하는 공동투자가 크게 늘고 있는 이유다. 일종의 ‘빌딩계’다. 이 경우에는 빌딩 관리 비용을 한 업체에 일괄 위임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고 공동투자가 안전하다는 건 아니다. 숨은 리스크도 많다. 무엇보다 공동투자의 주요 상품인 중소형 빌딩 매매 시장의 전망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KB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시내 500억원 미만 중소형빌딩 거래량은 1036건으로 2013년 522건보다 약 2배 늘었다. 거래 금액도 2013년 2조7100억원에서 2015년 5조3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숨은 리스크 많은 공동투자

하지만 올해 시장 상황은 만만치 않다. 내수시장이 크게 위축된 데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 논란으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까지 감소하고 있어서다. 주요 상권의 임차인들이 장사가 안되면 건물 매매시장에도 자금이 돌지 않게 마련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서울 중소형 사무실의 공실률이 10.1%에 달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통계다. 중소형 빌딩의 수익률 역시 2012년 1분기 5.5%에서 올해 1분기 3.6%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수익형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점도 부담이다.

리스크는 또 있다. 투자자끼리의 불협화음이다. 초과 이익이 발생하면 문제가 일어나지 않지만, 손해가 날 경우에는 책임소재를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기 십상이다. 때문에 투자자 간 관계를 설정하는 약정을 반드시 문서로 남기고, 공증을 해두는 게 좋다. 시세차익을 노리는 상품에도 눈독을 들이지 말아야 한다. 매각 시기를 두고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커서다.

공동투자 참여 인원은 5명을 넘기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투자자가 너무 많으면 의사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 물건을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리더’를 결정해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소유권 등기를 누구에게 하느냐도 체크포인트다. 일반적으론 투자자 중 대표 1인의 명의로 등기를 하고 나머지 투자자는 자신의 지분만큼 공증을 받거나 근저당을 설정한다. 이 방법은 관리 계약이나 매매 계약시 투자자 모두의 합의서를 받아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줄일 수 있다. 반면 명의자 임의로 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다.

이 때문에 공동투자자들이 공동 명의로 등기를 하기도 한다. 투자자들의 투자금액 비율에 따라 지분별 등기가 가능하다. 다만 일부 투자자가 자신의 지분을 매도할 때 청산 가격 등을 둘러싸고 다른 투자자들과 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소유권을 가지고는 있지만 온전하게 행사하기는 힘들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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