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불평등이야
바보야! 문제는 불평등이야
  • 노미정·고준영 기자
  • 호수 210
  • 승인 2016.10.10 0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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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책 이야기「동아시아 부패의 기원」

김영란법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

올 9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한국 사회의 지각이 크게 변하고 있다. 예년 이맘때 같으면 각종 로비와 접대로 만원을 이뤘을 골프장은 평소의 절반가량 줄어든 손님으로 울상이다. 여의도 고급식당가에는 2만9000원짜리 ‘영란세트’가 등장했다. 대한민국 역사는 2016년 9월 28일 전후로 나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김영란법의 순기능도 기대를 받고 있다. 한 여론조사기관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영란법에 찬성한다’는 여론이 70.4%에 달했다. 이 법의 시행으로 ‘부패 척결이 기대된다’는 응답은 50%를 넘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모럴해저드를 향한 분노가 김영란법을 통해 터져나왔다는 해석이 공감을 얻는 이유다.

그렇다면 김영란법은 권력 엘리트 집단의 구조화된 부패를 해소할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유종성 호주 국립대 교수는 “김영란법의 순기능이 발휘되려면 먼저 불평등한 경제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불평등이 부패를 초래하기 때문이라는 거다. 이 주장의 근거로 그는 ‘부패방지법’의 실패를 든다.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운동의 성과로 2001년 제정된 부패방지법의 골자는 ‘공직자의 부정청탁, 금품·향응 제공 등을 금지하고 위반시 처벌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15년 뒤 부패방지법보다 훨씬 더 강력한 조항으로 만들어진 김영란법이 탄생했다. 부패방지법이 사실상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부패방지법 제정 이후 15년 동안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은 더 심화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아무리 좋은 민주주의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경제적 불평등이 심각하면 개혁의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 소수의 권력 엘리트와 다수의 일반인 모두 ‘부패 행위’에 다가가기 쉬워져서다. 그는 “권력자들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비리에, 각종 특혜에서 소외된 일반인들은 그들 나름대로 혜택을 얻기 위한 비리에 가까워진다”고 주장한다.

경제적 불평등과 부패의 상관성은 그의 책 「동아시의 부패의 기원」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유 교수는 이 책에서 한국과 대만, 그리고 필리핀을 비교·분석해 부패와 불평등의 상관관계를 밝혔다. 세 나라는 모두 1945년 식민지 지배를 청산한 동아시아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당시 사회·경제적 조건도 비슷했다. 세 나라 모두 가난했고 불평등했으며 부패가 극심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당시 필리핀의 1인당 소득과 교육 수준은 한국과 대만보다 높았지만 지금은 역전됐다는 점이다.

필리핀과 한국·대만의 위치를 뒤바꾸고 격차를 벌린 건 토지개혁의 성패였다. 필리핀은 불평등한 토지 분배로 개혁에 실패했다. 대지주 가문이 산업·금융 자본을 소유하고 정치·경제까지 포섭해 저성장과 빈곤의 늪에 빠진 것이다. 반면 한국과 대만은 성공적 토지개혁을 통해 지주 권력을 해체하고 소득 분배에 기여했다. 유 교수는 이를 ‘공평한 성장’으로 평가한다.

불평등이 부패를 초래한다는 그의 주장은 세 나라의 부패지수에서도 잘 드러난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를 보면 2011년 기준 필리핀 2.6, 한국 5.4, 대만 6.1로 필리핀이 가장 부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 교수는 한국이 대만보다 부패한 이유도 불평등한 경제구조에서 찾는다. 대만이 중소기업 위주의 산업화를 추진한 것과 달리 한국은 재벌 위주의 성장 정책을 추진한 결과, 경제력(자본·토지)이 소수의 대기업에 집중됐다는 거다. ‘김영란법’이라는 새로운 제도도 좋지만 결국 ‘불평등한 구조’를 해소하는 게 먼저라는 얘기다. 

세가지 스토리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 민음사 펴냄

‘보육원 의무 교육화’ 저출산과 고령화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 이제는 육아를 부모에게만 전가할 게 아니라 사회도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한다는 거다. 이 책은 보육원 의무 교육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설명한다. 여성의 권익 신장, 사회수준 향상, 불평등 해소 등 다양하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는 우리도 이 책에 귀를 기울여보면 어떨까.

「우리는 빈곤세대입니다」
후지타 다카노리 지음 | 시공사 펴냄

전 재산이 13엔인 청년, 취업을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청년,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것이 희망이라고 말하는 청년 등. 이 책의 배경은 일본이지만 그 안의 청년들은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년들과 결코 다르지 않다. 이 책의 저자는 평생 가난할 운명에 놓인 청년들, 그들을 심도 있게 바라보고, 문제 해결을 위해 몇가지 제안을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
김기택 지음 | 다산책방 펴냄

직장생활을 하다 서른이 넘어서야 등단, 직장생활과 시작詩作을 병행한 김기택 시인의 시 51편. 그런 그의 시이기에 고단한 삶을 사는 직장인의 어깨를 다독여주는 힘은 크게 다가온다. 더구나 이 책에는 김기택 시인의 빈곤했던 삶을 풍요롭게 채워준 과거 추억들이 수필로 녹아들어있다. 담백한 말투로 눌러쓴 글을 읽다보면 어느새 위로를 받고 있는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노미정·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noet85@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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