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끼었을 가능성 높은 수출계약 점검해야

▲ 한미약품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주식시장의 핫이슈로 떠올랐다.[사진=뉴시스]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 사태’로 홍역을 앓고 있다. 급작스러운 수출계약 해지로 주가가 폭락해서다. ‘불공정 거래’ ‘공매도’ 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문제는 한미약품의 리스크가 그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체결한 수출계약 5건도 체크해봐야 한다. 거품이 단단히 끼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한미약품이 주식시장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9월 29일 62만원이었던 주가가 단 하루만인 30일 50만8000원으로 크게 떨어지면서다. 급락의 원인으로 꼽힌 건 30일 오전 9시 29분께 공시된 독일 제약회사 베링거인겔하임과의 수출 계약 해지. 이는 지난해 7월 28일 체결한 계약으로, 내용은 ‘베링거인겔하임이 한미약품의 내성표적항암신약 ‘올무티닙(HM61713)’의 독점적 권리(한국ㆍ중국홍콩 제외)를 갖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계약 해지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보기엔 낙폭이 지나치게 큰 데다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개가 아니라는 점이다. 가장 많은 의심을 사는 부분은 크게 두가지. 첫째는 9월 29일 오후 4시 30분 미국 제약회사 제넨텍과 8억3000만 달러(약 9242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는 호재성 공시를 올린 뒤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악재성 공시(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해지)를 알렸다는 점.

둘째는 계약 해지를 공시한 시점이 장이 열린 뒤 29분이 지났을 때라는 점이다. 사전에 정보를 알고 있는 내부자들에게 매도할 시간을 벌어줬다는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그뿐만이 아니다. ‘공매도 문제’ ‘공시 시스템의 허점’ ‘한미약품의 불공정 거래’ 등 논란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엔 중요한 논란거리가 빠져 있다. 한미약품이 지난해 체결한 또다른 5건의 수출계약은 문제가 없느냐는 거다. 익명을 원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베링거인겔하임과의 수출계약 이외에 5건의 계약이 진통을 빚는다면 한미약품의 기둥뿌리를 뒤흔들 만한 후폭풍이 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또다른 5건의 수출계약의 규모는 베링거인겔하임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베링거인겔하임과의 수출계약 규모가 7억3000만 달러(약 8100억원)에 불과한 반면 나머지 5건의 계약 규모는 총 60억5000만 달러(약 6조7427억원)에 이른다.

의약업계 수출계약의 맹점

구체적으로 스펙트럼(미공개), 일라이릴리(6억9000만 달러2015년 3월 계약 체결), 사노피와 39억 유로(약 43억6000만 달러2015년 11월 5일 계약 체결), 얀센(9억1500만 달러2015년 11월 6일 계약 체결), 자이랩(8500만 달러2015년 11월 20일 계약 체결) 등이다.
5건의 수출 계약 덕분에 한미약품과 한미약품 모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시가총액도 크게 증가했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초 약 2조원에서 마지막 수출계약이 체결된 그해 11월 17조원가량으로 15조여원이 늘었다. 시가총액이 계약금액(약 6조)의 두배가 넘게 늘어난 셈이다.

강양구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프리미엄”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아무리 제약회사의 명성이 높고 신약의 희귀성이 높아도 최대로 붙는 프리미엄은 100~150% 수준이고, 일반적으로는 70~80% 정도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주가는 일반적인 수준보다 2배 이상 거품이 끼었다는 얘기가 된다.

문제는 나머지 5건의 수출계약 역시 ‘확정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수출계약 금액으로 공시된 약 6조7427억원 역시 확정액이 아니다. 이는 의약업계의 독특한 계약방식에서 비롯된 리스크다. 제품의 출시가 불확실한 의약업계 특성상 업체들은 ‘마일스톤(milestone)’ 방식의 계약을 체결한다.

마일스톤이란 처음에 계약금을 일부 지불한 뒤 임상실험의 성과에 따라 단계별로 잔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금융감독원에 공시하는 총 수출액은 확정치가 아니라 로열티까지 합친 최대치라는 거다. 임상실험 결과에 따라 실적은 물론 주가까지 오락가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공시된 수출계약은 최대치”

하지만 일반적으로 한미약품과 같은 제약업체의 수출계약은 최종단계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신약제품의 임상실험이 성공할 가능성이 10% 안팎이라서다. 실험 도중, 다른 제약회사에서 동종의 제품을 먼저 개발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강양구 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 의약업 역사상 마일스톤(계약금 외)이 9000만 달러(약 1000억원)를 넘은 경우는 단 한번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소 8500만 달러(약 947억원), 최대 43억6000만 달러(약 4조원)가 넘는 한미약품의 수출계약이 확정될 가능성이 그만큼 희박하다는 거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공시시스템 상 수주 총액을 기재하게 돼있어 어쩔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 “남은 계약 건은 끝까지 성사시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말 많고 탈 많은 한미약품의 주가 폭락 문제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머지 5건의 수출계약이 훨씬 더 무서운 뇌관이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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