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내부자들 ❺

▲ 젊은 검사 우장훈의 충성은 부장검사의 장부에 그만큼의 가치로 환산돼 있지 않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인간들이 고안해 낸 ‘교환의 법칙’은 대단히 유용하다. 동시에 머리 아픈 문제이기도 하다. 재화든 가치든 상호교환 없이는 살아갈 수 없고, 일상적으로 교환을 기본으로 살아가지만 적정하고 정당한 교환의 기준을 찾아내고 공유하기가 쉽지 않다. 은혜는 받은 만큼 돌려주려 하지 않고, 원한은 받은 것 이상으로 되돌려주려 한다. 또한 서로 교환돼서는 안 될 것을 교환하기도 한다. 그렇듯 ‘교환’을 둘러싸고 끝없는 갈등이 발생한다.

영화 ‘내부자들’의 등장인물들도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각자 지닌 재화와 가치를 어지럽게 교환하지만 서로 다른 ‘대차대조표’를 장부에 적으면서 앙앙불락怏怏不樂(매우 마음에 차지 않거나 야속하게 여겨 즐거워하지 않음)한다. 미래자동차 오 회장(김홍파)은 ‘내가 장필우 그놈한테 들인 돈’만큼 보상받지 못했다고 생각하지만 정치인 장필우(이경영)는 오 회장에게 받은 돈 ‘값어치’만큼 혹은 그 이상 갚았다고 생각한다. 논설주간 이강희는 ‘똥개에 불과한 하찮은 건달’ 안상구에게 해줄 만큼 해줬다고 생각하지만 ‘허세가 가득한’ 안상구는 자신이 이강희에게 제공한 견마지로犬馬之勞(개나 말의 하찮은 힘)의 대가를 충분히 돌려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족보’ 없는 젊은 검사 우장훈도 마찬가지다. 그는 부장검사 앞에 무릎 꿇고 ‘그동안 부장님께 바친 충성을 생각해서라도’ 선처를 탄원하지만 부장검사의 장부에 우장훈 검사의 충성은 기재돼 있지 않거나, 기재돼 있더라도 그가 책정한 가치만큼 환산돼 있지 않다. 서로 계산이 맞지 않는 거다. 결국 난공불락의 카르텔로 보이던 이들의 ‘강철대오’에 균열이 생기고 파국을 맞는다.

만화영화에서도 서로 다른 가치로 환산되는 예를 볼 수 있다. 영국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디즈니의 ‘곰돌이 푸’만큼이나 인기 있는 곰 한 마리가 있다. 사자나 악어도 한 주먹에 때려잡는 곰이 왜 그토록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자리 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패딩턴 베어(Paddington Bear)’라는 만화의 주인공 곰돌이는 ‘곰돌이 푸’와 달리 매우 사려 깊고 예의바른 곰돌이로 인기다.

▲ 서로 다른 가치가 교환되면 끝없는 갈등이 발생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이해심 많고 유순한 패딩턴 베어도 분노하는 사건이 있었다. 꿀이 묻은 돈을 은행에 맡겼는데, 찾으러 가니 꿀이 없는 돈으로 돌려준 거다. 패딩턴 베어에게는 ‘어처구니없는’ 교환이었다. 은행에게 아무 의미 없는 꿀이었겠지만 패딩턴 베어에게는 돈보다 꿀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받은 그대로를 돌려줬다고 생각하지만 패딩턴 베어는 결코 그대로 돌려받은 것이 아니다. 꿀을 돌려받지 못했으니 아예 돌려받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쯤 되면 함무라비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등가等價보복’의 정신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여기에는 재화와 가치의 교환과정에서 항상 발생하는 ‘과소寡少보상’이나 ‘과잉過剩보복’에 대한 함무라비의 고뇌가 담겨 있다. 그 고뇌의 결론처럼 서로 받은 그대로만 돌려주고, 준 것만큼만 받는다면 세상은 덜 시끄럽고 더 평화스러울 것이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

우리도 영화 ‘내부자들’의 등장인물들처럼 각자의 목적과 필요에 따라 끊임없이 서로의 재화와 가치, 그리고 서비스를 교환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교환의 보상과 대가, 그리고 결과에 대해서는 항상 만족하지는 못한다. 그것이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제공받는 재화와 서비스 속에 담겨 있는 상대방의 의미와 가치를 조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걸 토대로 보상을 하거나 혹은 보상을 기대한다면 모두가 조금은 더 행복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꿀 묻은 돈을 맡겼는데 꿀은 온데간데없고 돈만 돌려받은 패딩턴 베어의 마음을 헤아려 볼 일이다. 
김상회 육영교육문화 연구원장 sahngwhekim5353@gmail.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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