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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걸의 有口有言]허드슨강에서 세월호를 보다휴먼웨어 없는 나라
[210호] 2016년 10월 13일 (목) 08:19:16
윤영걸 부회장 yunyeong0909@thescoop.co.kr

▲ 방재선진국은 재난에 대한 지식과 능력을 겸비한 유능한 인재를 양성한다. 우리나라는 대체 뭘 하는가. 언제까지 지진ㆍ태풍 등 재해 앞에서 속수무책이어야 하는가.[사진=뉴시스]
‘설리-허드슨강의 기적’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도 관객을 망연히 앉아있게 만드는 ‘뒤끝’ 있는 영화다. 다큐멘터리 못지않게 건조한 영화이지만 지독하게 슬프다. 마치 재난 후진국인 코리아를 비아냥하기 위해 만든 영화 같다. 똑같은 위기를 겪고도 어느 나라는 승객 전원이 안전하게 구조됐고, 어느 나라는 꽃다운 젊은이들을 차가운 바다에 수장했다. 세월호의 상처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주홍글씨가 되어 우리 가슴 속에 똬리를 틀고 있다는 사실에 몸을 떨어야 했다.

이 영화는 2009년 1월 차가운 뉴욕 허드슨 강에 불시착한 US에어웨이스 1549편의 추락사고를 생생하게 담았다. 승객과 승무원 155명을 태운 여객기가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이륙 2분 만에 양쪽 엔진이 모두 꺼진다. 관제사는 인근 공항에 비상착륙을 지시하지만 노련한 기장 체슬리 셀렌버거(애칭 설리)는 비행기 여건을 고려할 때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허드슨 강으로 향한다. 교신을 마친 지 불과 1분 30초 만에 여객기는 허드슨 강에 불시착하는데 성공한다. 엔진정지부터 불과 208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만일 관제사 지시대로 인근 공항으로 가려다 추락했다면 승객은 물론 뉴욕 시민까지 엄청난 희생이 불가피한 위기일발의 순간이었다. 첫 구조선이 불과 4분이 안돼 영하 6도의 한겨울 강을 가르며 나타났고, 24분 만에 전원구조를 마쳤다. 세월호 침몰 때 우리 모두는 1시간 넘게 손놓고 바라만 보았다. 탑승객 304명이 숨지고 실종된 참사를 겪고도 우리는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

허드슨강과 한반도 끝 팽목항의 차이는 무엇일까. 재난에 대비한 하드웨어는 돈만 있으면 갖출 수 있다. 게다가 눈에 확 뜨이니 매력적이다. 소프트웨어는 마인드와 지식이 있으면 개발할 수 있다. 그마저도 없으면 프로그램 자체를 통째로 사다 장착하면 된다. 지금까지 한국은 이 두가지에만 몰두했다. 국민안전처와 같은 정부기구를 늘리면 되는 줄 알았다. 그게 한계다. 경주 지진에서 우리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이유는 매뉴얼이 없어서가 아니라 믿음직한 리더와 눈에 띄는 전문가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이 등장해도 위기의 순간에는 인간의 판단을 뛰어넘지 못한다. ‘휴먼웨어’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면 무슨 대책을 세워도 공염불에 불과하다. ‘당장 먹기에는 곶감’이라고 아무도 사람에 투자를 하지 않으니 문제다. 방재선진국에서는 ‘휴먼웨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재난에 대한 지식과 능력을 겸비한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더이상 불행한 사고와 억울한 죽음을 막을 수 있다.

미국의 경영사상가 말콤 글래드 웰은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성공한 사람에게서는 ‘1만시간의 법칙’이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어떤 분야든 숙달되기 위해서는 하루 3시간씩 10년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래야 기초가 쌓이고, 창의적(Creative)이고 창조적(Inventive)인 수준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허드슨 강에서 155명의 목숨을 구한 설리 기장은 1만9500시간을 비행하여 쌓은 내공이 위기에 대처하는 실력으로 나타났다. 

이 멋진 영화를 만든 사람은 올해 86세의 ‘영원한 현역’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라는 점이 놀랍다. 연기경력만도 반세기를 훌쩍 넘긴 그는 1960년대에는 ‘황야의 무법자(1964)’ 등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의 상징으로, 1970년대에는 ‘더티 해리’ 시리즈로 과묵하지만 강한 남성의 아이콘이 된 배우다. 60년간 배우로 활동하면서 최근 40여 년간은 감독을 겸했다.

설리 같은 노련하고 책임감 강한 리더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베테랑을 키우지 못하는 사회는 안전할 수 없다. 업무의 깊이가 얕고, 폭이 좁으니 일이 터지면 매뉴얼 타령이고, 예산핑계이고, 남 탓하기 급급하다. 

“아직 누구 있습니까?” 차가운 강물이 들어찬 비행기 안을 몇 차례 확인하고 최후로 비행기에서 탈출하며 설리가 외치는 말이다. 미국 소방대원의 철칙은 ‘First in, Last out(먼저 현장에 들어가고, 맨 나중에 나온다)’이다. 혼자 살겠다고 팬티바람으로 먼저 뛰어나온 세월호 선장과 오버랩되니 저절로 가슴이 먹먹해지고, 부끄러워지는 영화다.  
윤영걸 더스쿠프 부회장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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