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장터에서 소비자 지갑 열까
뻔한 장터에서 소비자 지갑 열까
  • 김미란 기자
  • 호수 210
  • 승인 2016.10.12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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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세일페스타’ 가보니…

▲ 침체된 내수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열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와 유통업계가 침체된 내수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나섰다. 몇년째 변치 않는 카드는 ‘세일’이다. 이번에는 국민들에게 ‘살거리’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성공적인 축제로 만들겠다면서 명칭도 ‘코리아세일페스타’로 정했다. 전국 단위의 대규모 할인행사와 지역축제가 한데 어우러진 역대 최대 규모의 쇼핑ㆍ관광축제가 될 거라는 기대, 과연 그렇게 되고 있을까.

9월 29일부터 대한민국은 쇼핑ㆍ관광축제에 돌입했다. 대규모 할인행사(9월 29일~10월 9일)가 포문을 열었고, 외국인 대상 관광프로그램(10월 1일~10월 31일)과 지역별 55개의 문화축제(9월 29일~10월 31일)이 흥을 이어간다.

정부가 강조하는 이번 코리아세일페스타의 특징은 지난해 행사였던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보다 대폭 확대된 할인품목과 할인율이다. 지난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는 수치로만 살펴본다면 성공적이었다. 백화점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4.0% 늘었고,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도 28.9% 증가했다. 전자제품 유통전문업체의 매출 역시 20.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했다.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로부터 직매입해서 판매하는 해외의 세일행사와 달리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는 정부의 주도하에 유통업체들이 참여하는 방식이라 할인폭이 크지 않았던 거다. 이런 이유로 해외에선 최고 90% 수준의 할인 상품도 심심찮게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직매입이 안 되는 국내 유통업계 구조상 할인율이 20~30%에 그치거나 1+1 행사가 많았다. ‘정기세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도 이유다.

정부도 이런 지적에 제조업체들의 참여를 적극 독려했다. 그 때문인지 전국의 백화점과 대형마트, 면세점 등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지난 행사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가전ㆍ자동차ㆍ패션ㆍ화장품을 비롯한 주요 제조업체들이 코리아세일페스파에 참여했다. 삼성전자ㆍLG전자 등 가전업체 6개사, 금강제화ㆍ형지 등 의류업체 20개사,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한 화장품업체 13개사 등 제조업체 67개사가 이번 행사에 함께하기로 했다. 쿠팡ㆍ티몬ㆍ위메프 소셜커머스 3사를 비롯한 온라인쇼핑몰 업체의 참여도 늘었다. 행사 하루 전 집계 기준(9월 28일)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참여한 업체는 총 249개(유통 161개ㆍ제조 67개ㆍ서비스 21개), 약 5만9000개 점포다.

축제의 시작이자 메인행사격인 대규모 할인행사는 일단 각 유통업체마다 매출이 올랐다고 발표, 기대 이상의 출발이었다는 평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행사 첫날인 9월 29일부터 연휴기간이었던 10월 3일까지 5개 백화점(롯데ㆍ현대ㆍ신세계ㆍ갤러리아ㆍAK)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열렸던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때보다 15.7% 늘었다. 지난해 10월 1일부터 5일까지 6349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백화점들은 올 연휴 동안 7344억원어치를 팔았다. 대형마트(이마트ㆍ롯데마트ㆍ홈플러스ㆍ하나로마트)도 지난해 4450억원에서 올해 5075억원으로 매출이 10.4% 증가했다. 면세점은 지난 행사에서 6개 회사가 137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면 이번 행사에선 9개 회사가 168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 증가, 출발은 성공적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가전ㆍ자동차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는 반응이다. 삼성디지털프라자는 첫번째 주말을 포함한 5일 동안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43% 증가했다. 특히 냉장고 지펠(T9000ㆍ푸드쇼케이스)이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전년 동기 대비 43%나 증가했다.

현대자동차는 행사 일주일 전부터 주요 차종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할인 행사에 들어갔다. 쏘나타ㆍ그랜저ㆍ싼타페를 총 5000대 한정으로 5~10%까지 할인했다. 기아자동차도 모닝ㆍK5ㆍ스포티지ㆍ쏘렌토ㆍ쏘울 전기차(EV) 등 16개 주요 차종에 대해 선착순 총 5000대 한정으로 2~11%까지 할인 혜택을 선보였다. 차종별 한정 수량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할인율은 지속된다. 쌍용차는 파격적인 할인과 고객 혜택을 주는 ‘슈퍼 디스카운트 1000’을 전개했다. 총 1000명을 대상으로 티볼리(2016)ㆍ티볼리 에어ㆍ코란도 투리스모ㆍ렉스턴 Wㆍ코란도 C에 5~10%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르노삼성은 올해 출시된 SM6을 1000대 한정으로 할인 혜택을 제공, 눈길을 끌었다. 한국GM은 10월 한달 동안 아베오ㆍ크루즈ㆍ올란도ㆍ트랙스 등 4개 차종을 구입하는 선착순 2000명 고객에게 취득세 7.0%와 자동차세 1년치를 할인해주는 ‘쉐보레 택스프리’특별 조건을 마련했다.

▲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협력업체와 제조업체의 목 비틀기 아니냐”고 비난했다.[사진=뉴시스]
하지만 제아무리 주최 측에서 이번에는 다른 행사라고 주장하고, 참여하는 업체수가 늘었다 해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유통업체의 배만 불리고 부담은 협력ㆍ제조업체에 전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9월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청 국감에서도 이같은 의견이 제기됐다.

우원식 더민주당 의원은 “미국은 직매입이 80~90%고, 프랑스와 영국도 직매입이 60~70%에 이른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이름만 따와 협력업체와 제조업체의 목 비틀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맹비난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영국의 박싱데이가 제조업체 주도로 재고떨이를 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유통업체가 행사를 주도하기 때문에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다.

협력업체 부담은 여전해

‘정기세일하고 다른 게 뭐냐’는 소비자들의 불만도 여전하다.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윤자경(가명)씨는 “매장 곳곳에 ‘코리아세일페스타’라고 붙어 있긴 한데 평소 세일 때와 눈에 띄게 다른 건 없는 거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앞으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남았다. 쇼핑축제가 아닌 쇼핑ㆍ관광축제를 추구하는 코리아세일페스타가 반쪽짜리 성공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전통시장과의 상생, 지역축제와의 연계가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이번에는 진짜 다른’ 코리아세일페스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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