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뇌관은 ‘부실화’, 정부 정책 또 헛다리
가계부채 뇌관은 ‘부실화’, 정부 정책 또 헛다리
  • 송종운 새사연 자문위원(경제학 박사)
  • 호수 210
  • 승인 2016.10.11 0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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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흔드는 가계부채 해소하는 세가지 처방전
▲ 가계부채 증가율이 처분가능 소득 증가율을 웃돌면서 기존 가계대출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8월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의 해결책을 내놨다. 골자는 대출 심사를 강화해 ‘신규대출 증가’를 막겠다는 것이다. 잘못된 대책이다. 지금 문제는 신규대출 증가가 아니라 기존 대출의 부실화다. 한국경제의 가장 무서운 뇌관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진짜 방법은 무엇일까. 여기 세가지 처방전이 있다.

정부가 지난 8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가파르게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서였다. 이 대책은 가계부채 증가의 핵심인 집단대출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것만으론 지금의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대출은 부실화했고, 이에 따른 부정적 경제효과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은 신규 대출 증가가 아니라 기존 대출의 부실화라는 얘기다.

사실 가계부채 부실화를 막는 방법은 간단하다. 처분 가능소득이 부채상환에 필요한 비용보다 많으면 그만이다. 문제는 소득증가율이 부채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2007년 이후 가계부채와 처분 가능소득은 ‘역관계(가계부채 증가ㆍ처분가능소득 감소)’를 보이고 있다. 빚을 갚을 여력은 줄어드는데 가계부채는 되레 늘어난 셈이다.

빚에 무한책임을 지우는 이런 관행이 합리적인 채무조정의 기회를 막고 있다는 얘기다. 책임한도대출의 도입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대출은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린 뒤 채무상환이 불가능해지면 담보로 맡긴 집만 넘어가게 하는 제도다. 금융소비자의 상환책임 범위를 담보물로 한정하는 제도라는 것이다.

책임대출제도를 도입하면 대출기관은 대출심사, 대출자는 대출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 공산이 크다. 대출기관과 대출자 모두 집값 변동의 위험을 공동으로 떠안기 때문이다. 채무자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지워 발생하는 사회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담보물을 처분해 얻은 회수금이 대출 원금에 못 미치더라도 대출자의 일반자산, 월급 등을 압류해 달라고 청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문제 해소는 물론 사회적 안전망의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시행된 ‘주택도시기금법’을 계기로 책임한도대출(디딤돌대출)을 도입했다. 하지만 올해 대출한도 금액을 줄이는 등 외려 그 규모가 축소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이 책임한도대출제도가 없는 주州에서도 소구권(어음이나 수표의 지급이 거절됐을 경우 배서인 또는 발행인 등에게 변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지 않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둘째는 ‘주택담보대출 이자지원제도’의 도입이다. 이는 미국 정부가 금융위기 당시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주택압류 위기에 처한 시민을 구하기 위해 마련한 정책이다. 미국 정부는 주택 시장 폭락으로 거리로 몰린 400만 가구에 채무재조정(상환액을 소득의 31.0%로 제한) 재대출을 해줬다. 미국 정부는 정책이 온전히 효과를 볼 때까지 여러 차례 법안을 수정해 지원했고,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증가 아닌 부실이 뇌관


셋째 대책은 공적 부실채권정리기구를 설립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부실채권 시장의 중심은 민간 자산관리회사다. 6개 시중은행(신한은행ㆍKB국민은행ㆍKEB하나은행ㆍ우리은행ㆍNH농협)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유암코와 대신F&I, 이 두 회사가 시장의 70% 이상을 지배하고 있다. 그중 40% 정도는 유암코의 몫이다.

이들은 은행 등 부실채권 매각기관에서 부실채권을 인수해 자체 정리하거나 되팔아 유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을 통해선 채무를 원활하게 조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실채권을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민간 자산관리회사가 맡고 있어서다. 이들이 금융위기 등을 이유로 불가피하게 채무자로 전락한 사람들의 사정을 봐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공적인 부실채권기구를 설립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례를 들어보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 2013년 하우스 푸어 대책으로 ‘지분 매각 제도’를 도입해 채무조정 희망자의 채무 재조정 프로그램을 이행하려 했다. 하지만 신청건수에 비해 실적이 낮아 프로그램을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 캠코가 채무를 조정하려 해도 민간 채무기관이 이를 거부했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돌아가지 않았던 거다. 캠코보다 자금력이 풍부하고 행정집행권한이 있는 공적 부실채권정리기구를 설립해야 하는 이유다.
송종운 새사연 자문위원(경제학 박사) menwchen@mac.com ∣ 더스쿠프

 

하지만 정책 당국은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28일 ‘월세입자 투자풀’이란 정책을 내놓았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최근 주거환경이 전세에서 월세로 많이 변경되는 추세이니 월세로 돌리고 남은 전세보증금을 묵히지 말고 투자에 사용하라.” 하지만 금융위의 생각과 달리, 전월세 잉여자금은 생활비를 충당하는 데 사용됐다. 생활비에 쓰느라 잉여자금이 없는데, 정부는 잉여자금을 관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전형적인 대책을 위한 대책이다.

그렇다면 가계부채 부실화를 막으려면 어떤 대책을 써야 할까. 첫째 대책은 주택담보대출을 조사해 위험대출을 책임한도대출로 전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하는 지경에 빠져도 계속해서 빚을 갚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는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할 경우, 본인을 비롯한 가계 구성원의 월급과 소득을 추적, 추심할 수 있게 하는 채무상환 구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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