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맞벌이 부부의 잘못된 빚털기

가계부채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부채는 무조건 빨리 상환해야 하는 필요악’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지만 빚이라고 다 나쁜 건 아니다. 빚을 털면 자산이 되는 ‘좋은 부채’도 있다. 그래서 맹목적인 부채상환은 되레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부채상환으로 미래가 불안한 김수빈(가명ㆍ34)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 부채의 성격에 맞는 상환 계획을 세워야 가계 재무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주거비는 가계 재무상황에 큰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치솟는 전셋값에 ‘렌트 푸어’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무리를 해서 내집 마련에 나서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주택담보대출을 갚기에 급급한 ‘하우스 푸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경북 구미에서 중학교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 김수빈(가명ㆍ34)씨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김씨는 3년 전 결혼에 골인한 신혼부부다. 남편 박재형(가명ㆍ37)씨도 중학교 선생님이다.

하지만 둘은 근무 지역이 달라 주말 부부로 지내고 있다. 맞벌이를 하고 있는 김씨 가계의 월 소득은 530만원(남편 280만원ㆍ김씨 230만원)에 달한다. 속 편하게 살 것 같지만 김씨 가계의 재무 상황은 벌이에 비해 넉넉하지 않다. 김씨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소비성 지출로는 남편의 월세로 월 40만원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통신비(17만원), 관리비와 세금(15만원), 부모님 용돈(20만원), 교통ㆍ유류비(50만원), 생활비(70만원) 등을 쓰고 있다. 자동차세금, 의류비, 문화생활비 등 비정기 지출로는 매월 평균 55만원을 지출한다. 김씨가 한달에 사용하는 소비성 지출의 총액은 267만원이다. 비소비성 지출로는 남편의 연금저축(20만원), 김씨의 개인연금(16만원) 등이 있다.

부부의 월 소득이 53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월 227만원(530만원-303만원)의 저축 여력이 생긴다. 하지만 김씨 가계의 월 잉여자금은 36만원에 불과하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비소비성 지출인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는 데 191만원을 사용하고 있어서다. 김씨 부부는 신혼집으로 빌라(1억5000만원)를 장만하면서 은행에서 8000만원을 빌렸다. 

그런데 ‘아이를 갖기 전 부채를 모두 털자’고 생각한 김씨 부부는 빚을 갚는데 필요한 지출을 크게 늘렸다. 그 결과, 김씨 부부는 원리금으로 월 21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여기에 월 170만원을 3개월에서 6개월에 한번씩 중도상환으로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대출 상환에만 집중한 나머지 미래 준비를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연금보험을 제외한 저축은 전무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임신을 계속해서 늦추고 있다. 김씨의 임신으로 수입이 절반으로 감소하면 적자로 돌아설 수 있어서다. 임신과 부채상환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김씨의 재무적 스트레스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쉽게도 김씨 가계는 주택담보대출이라는 부채에 잘못 대응한 전형적인 사례로 꼽을 만하다. 부채는 좋은 부채와 나쁜 부채로 나뉜다. 부채상환이 끝나면 자산으로 남는 사업자금 대출, 주택마련을 위한 주택담보대출 등은 좋은 부채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부채를 모두 상환해도 남는 것이 없는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카드대출 등은 나쁜 대출이다.

이에 따라 부채를 상환할 때도 부채의 성격을 잘 파악해야 한다. 김씨의 사례처럼 현재를 희생하면서까지 부채상환에 모든 걸 쏟아 부으면 삶의 질이 떨어지고, 투자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인 높다. 그래서 김씨 부부는 부채상환 계획부터 수정하기로 했다. 우선 중도 상환에 사용하는 금액을 1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낮췄다. 임신 전 대출을 모두 털고 싶다는 김씨의 요청을 받아들여 중도상환을 위한 저축은 이어가기로 했다. 이로써 김씨 부부는 70만원의 저축여력이 발생했다.

빚 갚는 방법에도 정도 있어 

다음으로 김씨 부부의 연금 상품을 조정하기로 했다. 언급했듯 남편은 연금저축 월 20만원, 김씨는 개인연금 월 16만원을 납입 중이다. 사학 연금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연금 상품에 가입한 것이다. 문제는 20년이라는 긴 납인 기간에 비해 노후에 수령하는 금액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남편의 연금저축(20만원)은 소득공제를 위해 남겨 두고 김씨의 개인연금(16만원)은 정리했다. 김씨의 연급 환급금으론 260만원이 들어왔다.

월 평균 55만원에 달하는 비정기 지출도 해소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김씨는 연금 환급금 260만원을 비정기 지출통장(CMA)에 넣고, 여기에 매월 50만원을 추가 입금해 비정기 지출에 필요한 자금과 비상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월 55만원이던 비정기 지출을 50만원으로 줄임에 따라 5만원의 저축여력이 추가로 발생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잉여자금 127만원(기존 저축여력 36만원+중도상환금 절감액 70만원+김씨 연금저축 해지 16만원+비정기 지출 절감액 5만원)은 임신과 출산을 위한 중ㆍ단기 목적에 사용하기로 했다.

우선 출산 준비를 위해 매월 40만원을 모을 예정이다. 임신시 소득 감소(김씨 휴직)에 대비하기 위한 적금에 30만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나머지 57만원은 태어날 아이의 교육자금과 시드머니 마련을 위한 장기 적금(30만원), 적립식 펀드(20만원), 부동산 투자를 위한 주택청약종합저축(2만원), 비상금(5만원)에 쓰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과도한 가계부채는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부채를 털 때도 현명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빚을 갚는 것에도 ‘바른 길’이 있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수석연구원 crimsonnunn@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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