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정말 오를까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에 합의했다. ‘유가 반등의 신호탄이다’ ‘국제유가시장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은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하나, 유가는 더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둘, 유가가 오르더라도 ‘반짝 이벤트’에 그칠 것이다. 종합하면 국제유가가 당분간 ‘애매한 경계선’에 걸쳐 있을 거라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국제유가의 미래를 내다봤다.

▲ OPEC가 감산합의 의지를 밝혔지만 아직 변수가 많다.[사진=뉴시스]
국제유가를 둘러싸고 시장이 떠들썩하다. 지난 9월 28일(현지시간) 알제리에서 열린 OPEC 회원국 비공식회담에서 회원국들이 1일 기준 약 3250만~3300만 배럴을 줄이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실이라면 2008년 이후 8년 만의 감산이다. 회원국별 생산량 목표는 11월 30일 OPEC 정례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OPEC가 러시아 등 비회원국들에 산유량 감축 동참을 적극 제의한 것도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유가는 즉각 반등했다. 지난 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61달러(1.2%) 오른 50.44달러로 마감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런던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0.71달러(1.37%) 오른 52.57달러에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OPEC 감산에 따른 기대감”이라고 풀이했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OPEC가 이번 합의에서 생산량 한도를 정해놓은 것 외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외신들은 유가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하지만 이번 감산 합의의 영향이 생각보다 클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가 밝힌 근거는 ▲사우디가 증산을 통한 점유율 경쟁보다는 감산을 주도해 유가를 부양하기로 한 점 ▲ 과거 사례에서 볼 때 감산합의 이후 2~3번의 감산이 더 이뤄졌던 경우가 많았던 점 ▲ 8년 만에 OPEC 회원국들이 감산에 뜻을 모았다는 점 등이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견해도 비슷하다. “이란 등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최대한 생산을 늘리는 걸 사우디가 인정하기로 했고, 감산합의도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올해 안에 유가가 WTI 기준으로 최대 60달러 선까지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유가 반등을 막는 변수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회원국 간 감산 할당량이 정해지지 않았다. 할당량을 두고 OPEC 회원국 사이에 갈등 전선이 구축되면 ‘감산 합의’는 없었던 일이 될 게 분명하다. 그뿐만 아니라 OPEC 비회원국들의 감산 이행 여부도 불투명하다. 셰일가스 때문에 유가가 춤추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가 상승→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 증가→유가 하락’의 기존 전철을 밟을 거라는 얘기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국제유가가 OPEC의 손을 떠났다”고 단언하면서 이렇게 꼬집었다. 

상승세도 하락세도 제한

“중요한 건 감산 합의가 국제유가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줄 만한 변수가 아니라는 거다. 산유국들의 치킨게임이 저유가 원인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주요 산유국 간 경쟁은 올해 초에 끝났다. 공급과잉은 2월 이후부터 정상화됐다. 이란의 증산도 올해 시작됐다. 이미 국제유가는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향해 올라가지 않는 건 셰일가스 때문에 석유시장 질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는 “국제유가 변동에 따른 각국 산유량 상관계수를 봐도 미국은 유가에 변동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나 러시아, OPEC는 그렇지 않다”면서 “셰일오일이 언제든 생산을 재개할 수 있는 상황에서 OPEC는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가가 반등하더라도 ‘깜짝 이벤트’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손지우 SK증권애널리스트는 “1990년 이후 OPEC는 감산 발표 시 2개월가량은 실제로 감산을 하지만, 감산 기간이 끝난 직후 6개월은 연속적으로 증산을 단행했다”면서 “특히 이란이 증산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사우디가 감산을 한다면 이란은 시장점유율과 가격 양면에서 수혜를 입는 반면 사우디는 가격 상승의 수혜를 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감산합의가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이고 제한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거다.

이런 의견들을 종합하면 ‘공통분모’를 추출할 수 있다. 하나, 유가는 더 내려가지 않는다. 둘, 감산 합의가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 셋, 혹여 유가가 상승하더라도 분명한 한계치가 있다. OPEC의 감내수준을 넘지 않는 하한선, 셰일오일 생산이 재개될 수 없는 수준의 상한선 안에서 유가가 오르내릴 공산이 크다. 

중론은 ‘저유가 당분간 지속’

조병현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11월 정례회의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고, 셰일의 생산 재개도 여전히 부담”이라고 말했다. 유가 추이를 내다보기엔 변수가 아직 많다는 것이다. 이런 의견들은 주목할 만하다. 당분간 글로벌 경제가 저유가와 고유가의 ‘경계선’에서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해서다. 정부가 유가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단서로 활용할 수도 있다.

윤원철 한양대(경제금융학) 교수는 “저유가가 당장의 문제인 것은 맞지만 앞으로 닥칠 고유가 상황에 대한 대비도 지금부터 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저유가냐 고유가냐를 떠나 우리 경제에서 석유의존도를 줄이는 노력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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