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등락별 대책 있는가

▲ 고유가든 저유가는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상황은 없다.[사진=뉴시스]
유가의 결과는 극단적이지 않다. 고유가든 저유가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정부 당국이 ‘유가등락별 대책’을 꼼꼼하게 마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우리의 유가 대책은 정부의 입맛에 따라 오락가락하고 있다.

세계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에도 유가가 크게 오르진 못할 거라는 지적이 많다. 이란의 증산, 미국 셰일가스 개발 재개 등 유가 상승세를 막는 벽이 많아서다. 물론 유가 상승이 한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만을 주는 건 아니다. 수출엔 일부 긍정적이지만 원자재 가격 등이 올라 되레 한국경제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고유가든 저유가든 우리 경제에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가 유가 등락에 따른 대비책을 촘촘하게 세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먼저 현재의 저유가 상황부터 짚어보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유가는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1월 국책연구기관들(한국개발연구원ㆍ산업연구원ㆍ금융연구원ㆍ대외경제정책연구원ㆍ에너지경제연구원)은 ‘유가 하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라는 합동보고서를 통해 “유가 하락은 수출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글로벌 시장의 수요 부진을 고려하지 않은 낙관론에 불과했다. 저유가의 결과는 수출부진이었다. 지난 6월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총 수출 증가율은 -8.0%에 그쳤다. 주력산업의 증가율은 -9.6%까지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에도 총 수출 증가율은 -10.8%, 주력산업은 -11.8%에 머물렀다. ‘세계 수요부진, 저유가로 인한 수출단가 하락, 엔화ㆍ유로화 약세로 인한 국내 기업 수출 경쟁력이 약화’가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저유가 국면이 지속할 것에 대비해 어떤 전략을 짜야 할까.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산유국들의 정세불안,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 확대 등으로 유가가 급등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만일을 대비해 유류 비축량을 늘리고, 산유국과의 장기수급계약 조정 등을 통해 원유 수입 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그때그때 에너지 정책이 바뀐다.[사진=뉴시스]
이어 “저유가에 따른 생산비용 감소 효과가 기업뿐만 아니라 가계 소비증가와 투자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유류 불공정거래 관행을 억제하고, 유통구조의 투명성을 확대하며, 공공요금에 유가 하락 효과를 적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저유가로 원자재가격이 하락하는 만큼 유가 하락분이 각종 제품에 반영되도록 해서 위축된 소비심리를 끌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원유 수입 비용 낮출 수 없을까

그런데 저유가보다 더 무서운 건 고유가다. 고유가 시대가 열리면 글로벌 시장에 활력이 감돌 순 있지만 당장 민생엔 충격파를 줄 것이다. 기름값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기업도 생산비용이 늘어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으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그렇다면 OPEC 감산 합의로 고유가 시대가 열리면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유류세 인하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오정근 건국대(금융IT학)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유류세가 중하위권이긴 하지만 환율을 고려해 계산하면 일본보다도 약 1.3배 더 많다”면서 ”미국과 비교해도 미국은 휘발유 1L당 세금이 150원이지만, 우리나라는 900원에 달해 비정상적으로 높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현행 유류세 체계는 세목이 8가지나 되는데, 소비절감이나 환경보호 등 세금의 도입목적을 고려해도 개선의 여지는 많다”면서 국제유가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종량세는 그대로 유지하되 유류세는 적절한 수준까지 인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소비를 늘린답시고 세수를 늘려 집행할 게 아니라 유류세부터 낮춰줘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정부가 거둔 유류세 수입은 20조원이 넘는다. 전년도에 전체 임금노동자의 98%에 해당(연봉 1억원 이하)하는 이들에게 근로소득세보다 7조원이나 더 많다. 이에 홍창의 가톨릭관동대(경영학) 교수는 “유류세를 많이 거둬서 복지정책으로 다시 쓰느니 애초부터 유류세를 적절하게 거두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대체에너지 사업 꾸준히 전개해야

신재생에너지와 대체에너지의 개발ㆍ보급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고유가 국면이 민생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대체수단’을 강구하자는 거다. 일례로 신재생에너지 공급확대를 위해 지난 2012년에 도입된 RPS 제도는 50만㎾ 이상의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 사업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런데 도입 당시에는 2022년까지 10.0% 달성을 목표로 정하고, 2014년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을 통해선 의무비율과 시작 시점을 대폭 완화했으며, 다시 올해 7월에는 관련 기준을 상향 재조정됐다. 국가 에너지정책이 1~2년 앞도 내다보지 못해 오락가락한다는 얘기다.

과거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주유소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미세먼지를 줄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디젤차 경유가격이 출렁이는 건 오락가락 에너지정책의 대표적인 예다. 이만우 고려대(경영학) 교수는 “정부는 경유가격을 낮춰줘 디젤차를 늘리는 데 일조해놓고 이제 와서 미세먼지 주범이라고 주장한다”면서 “이렇게 정책이 오락가락해서야 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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