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재의 人sight | 최명화 최명화&파트너스 대표

최명화(51) 최명화&파트너스 대표는 굴지의 대기업 몇 곳에서 마케팅 담당 임원을 지냈다. 그는 “마케팅은 브랜딩”이라고 말했다. “브랜드를 생명처럼 여기고 브랜드 가치 지키기를 지상과제로 삼아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국내 기업에 만연한 단기 실적주의는 브랜드 가치 관리에 치명적”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 첫 여성 상무 출신인 그는 또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현재의 지위를 유지하는 길도 브랜드 관리”라고 못박았다.

▲ 최명화 최명화&파트너스 대표는 “국내 기업에 만연한 단기 실적주의는 브랜드 가치 관리에 치명적”이라고 주장했다.[사진=지정훈 기자]
“O2O(Online to Offline) 시대엔 비즈니스 방법이 바뀌어야 합니다. 어느 기업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이라는 대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죠. 개인이 미디어인 이 시대엔 기업이 정직하고 투명할뿐더러 겸허해야 합니다. 부족한 점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 때로는 자사를 희화화하는 여유가 필요해요. 무엇보다 위기에 처했을 때 정직하고 신속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최명화 최명화&파트너스 대표는 “정보가 급속히 공유되는 O2O시대엔 개별 기업도 리스크를 관리하고 위기에 대응하는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이라면 B급 사건이 발생했을 때 본부장 선에서 3시간 안에 회사 입장을 발표하고 3일 후, 10일 후 각각 어떻게 대응하며, A급 사건은 대표가 위기 발생 즉시 입장 발표를 한다는 식의 매뉴얼이 문서화돼 있어야 합니다. 땅콩 회항 당시 대한항공의 대응은 너무 안이했어요.”

✚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문제에 대한 삼성의 대응은 어떻게 보나요?
“비교적 잘 대응했다고 봅니다. 반응이 빨랐고 보상 계획도 비교적 신속하게 마련했죠.”

✚ ‘김영란법’ 시행의 파급 효과는 어떻게 전망하나요?
“미디어의 협조가 과거 같지는 않을 겁니다. 리스크 관리를 잘하게 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어요.”

최 대표는 올해 초까지 현대자동차 마케팅전략실장으로 있었다. 마케팅계 파워우먼. 최근 「PLAN Z-여자를 위한 회사는 없다」란 책을 냈다. 결정적 카드라는 뜻으로 Z를 썼고 조직에서 승리하는 여자 고수들의 성공 비밀 등을 담았다.

✚ 마케팅에 대해 한마디로 나름의 정의를 해 주시죠.
“‘마케팅은 브랜딩이다.’ 인생도 결국 브랜딩이죠. 제가 특화한 분야가 인사이트 마케팅입니다. 시장 서베이 결과에 의존하지 말고 숫자 뒤에 감춰진 문제의 본질과 참 가치에 눈을 돌리자는 거죠. 각종 정보가 홍수를 이루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도 외부 정보를 차단하고 고유의 나를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주일에 반나절은 스마트폰을 꺼놓고 내가 언제 행복하고 뭐가 날 괴롭히는지, 나의 민낯을 들여다보는 의도적인 시도가 필요해요. 나를 제대로 아는 게 곧 실력이죠.”

▲ 최명화 대표는 “향후 소비자가 상품ㆍ서비스의 선택권을 공급자에게 위임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사진=지정훈 기자]
✚ 빅데이터는 어떻게 활용될까요?
“지금은 빅데이터에 나타난 소비의 패턴을 분석해 소비자의 행동을 예측한다면 앞으로는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라이프 스타일을 이렇게 강화하라고 제안하고 이번 주말엔 이런 데 놀러가는 게 좋겠다고 권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소비자가 상품ㆍ서비스의 선택권을 공급자에게 위임하는, 어떻게 보면 좀 서글픈 시대죠.”

✚ 최 대표의 영업 비밀은 뭡니까?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을 꼭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보다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 마케팅 임원 양성 과정인 CMO 캠퍼스를 세일할 때도 우리가 제공하지 못하는 걸 얘기합니다. 강사진이 전문강사가 아니고 마케팅에 관한 모든 것을 가르치는 곳도 아니라고 말하죠. 우리가 포기한 것들을 설명함으로써 우리가 제공하는 가치를 부각하는 식이라고 할까요? 말하자면 각을 예리하게 만드는 겁니다. 그래서 고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게 만들죠. 마케팅은 새로이 시도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관점입니다. 기존의 가치에 대해 새로운 각으로 접근하는 거죠. 일례로 현대차 제네시스는 차체가 무거워 기름을 많이 먹지만 그렇기에 소비자 인식 틀 속의 안전이란 가치와 통할 수 있죠.”

LG전자 상무 시절 그가 마케팅한 냉장고는 인도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이 냉장고를 개발할 때 그는 소비자들 집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3주 동안 이들이 냉장고를 이용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냉장고 야채 칸을 밑에서 중간으로 옮겼고 향신료를 보관하는 칸을 따로 만들어 음이온으로 신선도를 유지했다.

✚ 대기업이 벌이는 마케팅 활동의 일반적인 문제가 뭐라고 보나요?
“브랜드를 생명처럼 여기고 브랜드 가치 지키기를 지상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수익이 줄어도 가격을 유지해 브랜드를 지켜야 돼요. 그런 점에서 국내 기업에 만연한 단기 실적주의는 브랜드 가치 관리에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죠.”

✚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현재 지위를 유지할 거로 보나요?
“브랜드 관리를 잘하면 가능합니다. 고급차 시장 진입에 필요한 기술 경쟁력은 갖췄다고 봅니다. 문제는 파트너들의 경쟁력인데 소재, 유통에 광고대행사까지 내부화하는 수직 계열화는 파트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죠.”

그는 현대차 최초의 여성 상무였다. 매킨지 마케팅 컨설턴트를 거쳐 두산그룹 브랜드총괄전무, LG전자 상무를 지냈다. LG전자 시절엔 최연소 여성 상무였다.

✚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어떻게 뚫고 올라갔나요?
“여자라 더 어렵다는 프레임에 갇히면 답이 없습니다. 육아 등 여자이기에 겪는 어려움은 있지만 여자라 승진 장벽에 부닥친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어요. 우리 사회에서 남자들이 조직의 룰을 만들고 조직을 지배해 특질상 여자들이 불리한 건 맞아요. 상대적인 얘기지만 남자가 팩트를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반면 여자는 섬세하고 의존적이며 감정 기복이 심한 것도 맞고요. 그래서 여자들은 감정을 잘 다치고 자책하는 경향이 있죠. 감정 관리를 잘하고 정신 근육을 키울 필요가 있어요.”

그는 고려대 불문과를 나와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소비자행동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학 시절 학부 백그라운드가 전공과 달라 고생했고 콤플렉스를 겪었다. 어느날 한 교수가 수업시간에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학부 전공에 대해 묻더니 그가 제출한 시험 답안지에 대해 “시각이 남다르다”고 코멘트했다. 이 일로 콤플렉스는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그는 대학 전공과 다른 분야에 진출하면 불리하다는 생각도 일종의 프레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공이 바뀌었기에 융합적 사고를 할 수 있었습니다. 약점이 오히려 강점이 된 거죠. 융합적 사고는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덕목입니다.”

✚ 여성의 가능성과 한계가 무엇이라고 보나요?
“우선 여자는 수평적 사고를 하고 감정이입이 잘됩니다. 생각을 잘 표현하고 남의 말을 경청해 커뮤니케이션에 더 능하죠. 반면 승부 근성이 약하고 일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강해 사회적 관계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합니다. 그래서 여자 후배들에게 멘탈을 강화하고 젖은 낙엽처럼 붙어 있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하죠. 무엇보다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합니다. 자신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대할 수 있어야 돼요.”

✚ 대기업에 왜 여성 임원이 드물다고 보나요?
“무엇보다 부장이 될 때까지 젖은 낙엽처럼 버티는 여자가 적어서입니다. 임원 승진 대상자 풀 자체가 작은 거죠. 사회적 제약은 부차적인 문제예요. 회사는 돈을 주고 나의 능력을 사는 겁니다. 일 중심으로 나의 삶을 재디자인하고 나머지는 융합을 시켜야 돼요. 일과 삶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비장의 무기란 없습니다.”

✚ 젊은 여성들에게 직업ㆍ직장 선택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나를 제대로 이해해야 성공하고 행복해집니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잃는 게 있게 마련이죠. 원하는 것 목록에서 포기할 수 없는 가치(관) 두어 가지를 기준으로 선택하세요. 나라면 내 가치관과 상충해 담배나 패스트푸드 회사는 가지 않을 거예요.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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