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기금 논란➊ “당신만 줄게 봐줘…” 은밀한 돈거래의 유혹
상생기금 논란➊ “당신만 줄게 봐줘…” 은밀한 돈거래의 유혹
  • 김다린 기자
  • 호수 210
  • 승인 2016.10.13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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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유통채널 상생기금 이대로 괜찮나

▲ 법적인 근거가 없는 상생기금은 운영하는 주체와 목적이 분명하지 않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대형 유통업체가 조성했다는 ‘상생기금’이 줄줄 샌다. 골목상권에 침투하면서 일부 상인에게만 은밀하게 전달해서다. 대기업도, 지역 상인 단체도 잘못이다. 이름과 달리 상생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근간까지 뒤흔들기 때문이다. 급기야 중기청장까지 나서 한마디 했다. “상생기금은 불법이다.” 상생기금 논란,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이 논란에 펜을 집어넣었다.

# 경남 창원지역의 A상인회. 이 상인회의 전 회장은 전통시장 인근에 건립을 추진하던 대형마트로부터 ‘상생기금’ 명목으로 2억8500만원을 받았다. 그리고 이를 일부 회원들에게 임의로 배분해 업무상 횡령 혐의로 피소됐다.

# 같은 지역의 B상인연합회 전 회장은 대형마트로부터 상생협력발전기금 4억50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고 개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적발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 울산 지역의 C상인회는 대형마트로부터 3000만원의 상생발전기금을 받았다. 의무휴업일(둘째 수요일ㆍ넷째 일요일) 중 하루가 평일인 수요일로 정해지면서 동반성장을 명목으로 전달됐다. 문제는 이 기금으로 상인회 임원 12명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점. 또한 기금의 일부를 상인회 회장의 판공비로 사용해 다른 상인들의 반발을 샀다.

횡령으로 얼룩진 상생기금

상생기금이 논란이다. 이름처럼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해 쓰이고 있지 않아서다. 오히려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유통 대기업의 ‘대형 점포 출점과 운영’을 도와주는 ‘나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상생기금이 일부 상인들을 위한 ‘떡값’으로 쓰이고 있다는 얘기다. 급기야 상생기금을 둘러싼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졌다. 9월 29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상생기금이 등장한 것이다. 대화를 들어보자.

 
유동수(더민주당) 의원 :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에게 질의합니다. 요새 국민들이 대형 복합쇼핑몰 입점을 반대하는 상인들을 좋지 못한 시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합의금 받아내려고 하는 거 아니냐’는 인식 때문인데요. 이 합의금을 업계는 ‘상생기금’으로 부르고 있죠. 회장님은 이 상생기금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 : “상생기금에서 ‘상생’이란 말을 빼야 합니다. 사실상 ‘대형마트 입점용 공작금’으로 변질됐기 때문이죠. 공정한 합의와 협약에서 나온 돈이 아니거든요. 재벌 대기업이 상생기금이라는 독약을 줘서 영세상인들 스스로 시장파괴를 인정하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아주 못된 돈이죠. 정부 차원에서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 : “인 회장의 상생기금 비판을 100% 공감합니다. 하지만 이를 정부가 방관하고 있다는 식의 발언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는 상생기금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거든요. 만일 대기업이 상생기금을 준다면 이건 불법사항으로 보고 단호하게 조치하고 있습니다.”

장병완(더민주당) 의원 : “대기업이 인근 소상공인 대상으로 상생기금을 이유로 회유를 한다면 그 자체가 매수죄에 해당한다는 의미인가요.”

주영섭 중소기업청장 : “네 그렇습니다.”

주영성 중기청장의 말처럼 상생기금은 불법일까. 양창영 변호사(법무법인 정도)는 “상인회가 대형마트 입점과 운영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매수죄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대기업이 조성해서 상인회에 주는 상생기금의 법적 근거가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주 청장이 ‘상생기금은 불법’이라고 주장한 근거는 뭘까. 중기청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대기업 유통업체가 지역 상권에 진출할 때 현지 중소업체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양자 간 자율조정을 통해 합의를 이끄는 제도가 있다. 바로 사업조정제도다. 이 제도는 중기청의 관할이다.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협의에서 ‘금품 모집’이 등장하면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 이 법 제 5조가 국가와 공무원의 기부금품 모집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금은 횡령이나 뇌물 등 2차 범죄를 일으킬 공산이 크다. 서로가 불편한 일이 생기게 하지 말자는 취지다.”

문제는 불법성이 짙은 상생기금이 업계에 횡행한다는 점이다. 특히 대기업과 현지 중소업체의 ‘사업조정과정’에서 이 상생기금이 융통된다.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사업조정제도의 근거는 ‘대ㆍ중소기업 상생 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이다. 이는 대기업 유통업체의 상권 침투로 지역 상인들이 피해를 입었을 때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법적 구제책이다.

이 제도의 과정은 간단하다. 대기업이 대형 유통 점포 출점을 등록하면, 상권 침해가 우려되는 상인회는 중기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한다. 이때부터 중기청은 현장조사에 나선다. 그사이 대기업과 상인회는 자율조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한다. 상인회는 “출점을 하지 마라” “판매 금지 품목을 정하라” “의무 휴업일을 정하라” “매장을 축소하라” “영업을 일시 중지하라” 등의 의견을 대기업에 제기한다. 대기업이 이를 거절하면 중기청장이 심의를 통해 상인회의 요구를 권고할 수 있다.

상생 모색한다더니…

아이러니컬하게도 상생기금이 등장하는 건 이 지점이다. 대기업이 사업조정제도를 신청한 상인들과 ‘자율협약’을 맺기 위해 돈다발을 꺼내는 것이다.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사실 중기청이 ‘상인들의 요구를 들어보라’고 권고하더라도 법적 저촉사항이 없다면 밀어붙이면 된다”면서도 “하지만 지역 사회에 나쁜 이미지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 상생기금을 조성해 자율협약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풀이하면 ‘상생기금은 곧 공작금’이다. 실제로 최근 8년간(2009~2016년 6월 30일 기준) 지역 상인회들이 신청한 816건의 사업조정 가운데 76.0%(624건)가 자율조정된 덴 상생기금이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중기청은 불법 상생기금을 적발하는 등 조치를 취하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정책실장은 “주영섭 중기청장은 국정감사에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현장에서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며 “적발 사례도 없고 적발하더라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중기청은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기청 관계자는 “사업조정제도를 진행할 때 대기업과 상인들에게 현금 지원은 불법이라고 못박아두고 시작한다”면서도 “하지만 협의 테이블 밖에서 현금 지원이 이뤄지는 부분까지 감시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심각한 문제는 또 있다. ‘상생기금은 불법’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면 ‘정당한 상생기금’까지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재단이나 공익법인을 통해 출연하는 ‘합법적 상생기금’까지 불편한 시선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쉽게 말해, ‘악화惡貨가 양화陽貨를 구축할 수 있다’는 거다.

“일일이 다 감시할 수 없다”

이동주 정책실장은 “골목상권에 필요한 건 나눠 쓰면 금방 사라질 불법 상생기금이 아니라 영업을 유지할 수 있는 시장 경쟁력”이라며 “대기업 점포가 상권에 끼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골목상권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끔 돕는 게 진정한 상생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대기업 유통 재벌과 골목상권이 동반 성장해야 내수도 살고 우리나라 경제도 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좋은 상생기금과 나쁜 상생기금, 이젠 구분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그렇다면 필요한 건 ‘감시망’이다. 상생기금이 어떻게 조성되고, 또 어떻게 시장에 유입되는지를 철저하게 통제해야 한다는 거다. 은밀한 ‘뒷방 돈거래’ 이젠 잡을 때도 됐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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