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책 이야기「살아 있는 것의 경제학」

N포세대 뒤에 숨은 정부의 실패들

88만원. 2007년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가 환산한 20대 비정규직의 월 평균임금이다. 당시 비정규직 평균임금이었던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0%를 곱한 수치다. 그는 “20대 중 상위 5% 정도만이 5급 사무원이나 삼성전자 같은 직장에 정규직으로 다닐 수 있고, 나머지 95%는 평균임금 88만원 수준의 비정규직 삶을 살게 될 것”이라면서 20대를 ‘88만원 세대’로 규정했다.

그의 발언은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우석훈 박사의 주장을 둘러싸고 찬반 논쟁이 전개됐고, ‘88만원 세대’는 수년간 암울한 현실에 처한 청년들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됐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2016년 오늘의 청년세대는 88만원 세대보다 몇 곱절이나 더 절망적인 ‘N포 세대’로 불리며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청년들은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등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마저 포기한 채 ‘헬조선’을 얘기하고 ‘탈조선’을 꿈꾼다. 이유는 2007년보다 심각해진 취업난과 경제고經濟苦다. 청년세대의 경제난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우석훈 박사가 이번에도 자신의 주장을 담은 책 「살아 있는 것의 경제학」을 통해 이 문제를 분석했다. 그의 진단은 이렇다. 지난 10년간 ‘돈이 돌지 않고 주가는 정체된 늙은 경제로 변모’한 한국경제가 청년세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거다. 

저자는 청년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가 제도화된 시기로 MB정부를 거론한다. 그는 ‘경제살리기’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으로 청년들을 일회용 포장지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라고 꼬집는다. 청년 일자리를 나누겠다며 시행한 ‘대졸 초임 삭감’ 정책이 대표 사례다. 또한 MB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타개한다는 명분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했고,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이를 ‘청년 일자리 사업’으로 포장했다.

저자의 비판과 질책은 박근혜 정부로 이어진다. 비정규직·파견직이 일반화됐고, ‘쉬운 해고’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청년세대의 상층부에 네이팜탄과 고엽제를 투척한 것이라면 박근혜 정부는 중간 및 하부층에 원폭 투하를 준비하는 중”이라고 일갈한다.

우석훈 박사가 청년세대의 경제난을 해소하고 한국경제를 지속가능한 형태로 바꾸기 위해 제시한 대안은 최저임금 1만원이다. 다양하고 질 좋은 청년 일자리를 빨리 만들어내지 못할 공산이 큰 상황에서 청년들이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거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계산했을 때의 한달 임금은 208만원, 둘이 합치면 416만원이다. 이정도 수준이면 청년들이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도 결혼과 출산 같은 미래를 충분히 계획할 수 있다는 거다.

또한 저자는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서 공무원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작은 정부’ 논리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안전·교육·문화·체육 등 공공 부문에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리면 청년실업에 숨통이 일단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전체 고용 중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21.3%인데, 한국은 7.6%에 불과하다.

아울러 정부가 미래산업으로 일컬어지는 에너지와 농업 관련 분야의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쓰는 돈이 미래에 대한 투자이자 청년을 위한 투자라는 얘기다. 이 모든 대안은 50~60대 기성세대들이 청년세대가 처한 암울한 현실에 공감해야만 실현할 수 있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가 ‘세대 간 연대’인 이유다. 

세가지 스토리

「집을 생각하다」
최명철 지음 | 청림라이프 펴냄

저자는 인간과 사회, 문화에 대한 탐구와 예술혼을 건축물에 불어넣는 것으로 유명한 단우건축 대표 최명철 건축가다. 그런 그가 긴 시간 건축가로 활동하고,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꼈던 집에 대한 생각을 책으로 담았다. 집의 가치를 최선, 최적, 최고, 최신으로 구분해 다양한 건축물에 숨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삶과 건축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대답도 놓치지 않았다.

「이야기 자본의 힘」
가오펑 지음 | 모노폴리언 펴냄

가장 잘 팔리는 과자는 무엇일까. 흔히 맛있을수록 잘 팔릴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빼빼로는 출시 첫해 연매출이 44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1050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가장 큰 원인은 빼빼로데이다. 브랜드의 생명력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변수가 이야깃거리인 셈이다. 이 책을 통해 브랜드 속에 담긴 이야기와 의미가 어떻게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지 확인해보자.

「공간의 세계사」
미야자키 마사카쓰 지음 | 다산초당 펴냄


역사는 시간과 공간, 두축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부분의 역사서는 시간의 흐름에만 주목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물리적 공간의 확장에 주목한다면 어떨까. 이 책의 저자는 시간축보다 공간축을 중심으로 역사를 바라봤을 때 더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 책은 여섯 단계에 걸친 활동 영역 확대를 중심으로 세계사를 바라보고 있다.
노미정·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noet85@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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